용산성당 게시판

마나님의 크나큰 그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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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2-10-15 ㅣ No.4000

 

 

마나님의 해외 성지순례 기간에 겪은 일

(제1편) 마나님의 크나큰 그 공백.

 

어느덧 마나님의 장기 외출이 사흘째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홀아비 사는 꼴이 그저 말이아닙니다. 흑~흑~흑~

도통 사는 것이 재미가 없습니다. 부디 간절한 바램이 담긴 나의 기도가 하느님께서 들어 주셔야 하는데...

딸아이의 점심은 학교에서 해결되고 또 저녁은 큰 녀석만은 학원에서 밤 11시에 들어오니 그것도 자동 해결되어 다행이었습니다.

단지 요즘 기말시험 따라서 들쑥 날쑥 저녁에 독서실을 가기도 하고 또 그냥 집에 죽치는 딸아이가 신경 쓰이지만, 급할 때는 중국집에 "짜장면" 배달 요청으로 때우긴 하나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중화요리도 한두번이지...

저는 요사이는 퇴근하여 빨래하랴, 또 청소하랴, 이블을 펴랴, 방바닥에 떨어진 머릿카락을 진공청소기를 왕왕 돌리랴, 그리고 새벽엔 일찍 일어나서 밥하고 설거지 하랴, 또 아이들 깨워서 학교와 학원보내랴, 가정 주부마냥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빨래꺼리기 만만치 않습디다. 아이들이 무슨 싸우나탕이나 찜질방에 온줄 착각하고 "수건을 얼굴만 한번 닦고는 그냥 세탁함에 버리니깐, 수건도 하루에 몇장을 세탁해야만 합니다.

우리들은 어린시절, 수건 2개로 온가족이 사용했었던 그런 세대인데...

그건 그렇고 수능시험이 약 20여일을 앞두고 있는 싯점에서 아들 녀석은 이런때 하필이면 자꾸만 배탈만 나곤합니다.

이건 혹시 내가 서툴러서 생밥을 만든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님 연속으로 손쉬운 미역국만 제공한 탓인지도 모르겠군요.

또 아님 사흘째 내리 채소는 없고 그냥 쉽게 만든 계란 후라이와 소세지만 먹여서 그런 건 아닐까요? 어떻든 소화제를 파는 약국은 왜 그리도 일찍 문을 닫는지...?

왕년에는 家長이라는 미명하에 저녁 늦으막하게 거한게 酒님을 모시고 귀가하여 그냥 잠만 자도 되었는데...

 

(제2편) 않하던 짓 할려니 정말로 힘들군요.

앞으로 1주일을 어떻게 더 참아야하나요. 흑~흑~흑~

사실 걱정 말라고 큰소리  빵빵치며, 마나님을 멀리 성지순례를 보냈는데...

냉장고 안에는 흑색 비닐봉지로 수없이 많은 음식재료가 봉지 봉지 딱딱 얼어서 담겨있지만, 내용물은 열어보지 않는한 도통 뭐가 뭔지 알 수도 없고...

음식물 아끼는 것도 좋지만 우리 마나님은 "냉장고를 너무 맹신하는 것 같았습니다.

냉장고도 냉동실도 영하 10도 정도라서 저온에서는 며칠만 되면 그곳에서 균이 길 수도 있다고 배웠는데...

영하 30도 이상인 북극이나 남극의 얼음장 속이라면 맘놓고 자신있게 음식물을 보관할 수 있지만, 가정용 냉장고에 오랫동안 방치하는 마나님이 걱정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는, 어젯밤 수많은 비닐봉지를 뒤적이다 맛이 좀 간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라내는데 그만 날이 밝습디다요. 흑~흑~ 흑~

더욱 화나는 것은 한달전에 내가 사온 산오징어 남은 것이 냉동실 안에서 땡땡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냉동실에 있는 것 대부분이 뭔가 오래된 잘 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당히 선별하여 마구 버리다가 그만 딸래미에게 들켜서 "아빤 알지도 못하면서 아까운 것 왜? 다 버리냐!고 욕만 대따먹었드랬지요." 흑~흑~흑~

중동지역이 전쟁이 난다고 난리인데, 미국의 부시가 전쟁발발의 소문을 내어서라도 그 근처 동네로 여행간 우리 마나님께서 조기귀국이라도 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토록 마나님이 소중하고 절실히 필요한지를 예전에는 미쳐 몰랐답니다.

 

2002년 10월 15일

용문검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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