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Sydney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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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권 [skh73] 쪽지 캡슐

2000-06-22 ㅣ No.1664

이제 시드니를 아작낼려고 돌아 댕기는데, 여기는 정말 서울같더라구요. 사람들도 많고, 차도 약간 밀리더군요. 시드니에 가기전에 만났던 한국사람들이, 약간 긴장하고 가라고 하더라구요. 혼자다니는 동양인들은 소매치기의 주요표적이라더군요. 정말 브리즈번하고는 사람들이 달랐어요. 어떻게 비슷한 도시인데도, 그렇게 천지차이일까...

 

그리고 요놈의 유스호스텔은 체크아웃시간은 10시인데, 체크인 시간은 12시 더라구요. 아주 열받죠. 1시간 가량을 로비에서 앉아서 기다렸어요. 백패커스에는 짐을 맡겨놓는곳이 꽁짜로 있어서 짐놓고 돌아다니다 올수도 있었는데, 황금같은 시간을 로비에서 날렸지요. 여기도 luggage room이 있었는데, 배낭하나 보관하는데 3불-4불 이었구요. 한번 열면 다시 못 잠그죠. 1시간 보관하겠다고 3불날려서 돼나요. 아껴야죠.

12시 거의 다되서 체크인 하고 들어갔다가 대충 정리하고 밥먹고 밖으로 나왔죠.

 

그래도 가장 중요한 오페라 하우스는 가봐야죠? 근데, 가이드북을 보니까 버스패스를 이용하라네, 뭘 사면 싸네, 등등 아주 다양한 상품이 있더라구요. 1일 패스에 버스, 모노레일, 페리를 무제한 타는것도 있는데, 되도록 걷는게 낫더라구요. 그까짓거 필요하면 돈들고 타서 직접 내면 되니까...잠깐 있을거면 별 필요가 없더라구요. 마치 전철 정액권 처럼...숙소에서 George street를 쭉 따라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미세스 맥쿼리스 포인트란곳이 있어요. 여기가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가장 잘 보인다는 곳이지요. 대부분의 사진들이 이곳에서 찍은것들이랍니다.

 

이 point에 도착하니까 거의 해질무렵이 되더군요. 근데 그대로 사진을 찍으면 역광이 되어서 사진이 안나오겠더라구요. 그래서 해가 오페라 하우스 뒤편으로 완전히 가려지도록 아래로 좀 내려와서 프레임을 잡아보니 정말 멋있는 광경이 나오더라구요. 마치 후광같이..

그대로 해변길을 따라서 오페라 하우스 쪽으로 갔죠.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참 훌륭하더군요. 하버브리지와 어울린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 장난이 아니더군요. 게다가 바로 옆에는 써큘러 퀴 라는 페리 항구가 있습니다. 이 세 장면이 어우러진 야경은 정말 장관이더군요. "쿠드유 태이커 픽처퍼미?" 하면서 계속 사진을 찍어댔지요. 요 나라 와서 가장 많이쓴 영어가 , "쏘리", 하고, 위의 말을 가장 많이 쓰게 되더라구요. 이 두말만 하더라도 살수 있겠데요...처음엔 뭐가 필요하면 무조건 "단어"+"please"로 썼는데, 다 잘 통하더라구요. 아주  유용한, 좋은 please 였지요.

 

다시 숙소로 걸어오면서 야경을 감상하였지요. 그 동네는 정말 얘쁜 것들밖에 없더라구요.

시내돌아다니다가 metro라는 대형 상점에 가서 빵하고 쨈하고 사 왔죠. 저녁 먹게요.

이곳에 상점은 구멍가게는 없고, ’wholeworth’, ’coles’라는 양대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쇼핑을 하더라구요. 저도 적절히 써먹었죠. 요 두개만 알아도 음식값걱정은 안해도 되더라구요. 사실 그곳 음식점에 가면 별로 입맛에 맞지않는 음식들이 많더라구요. 쌀도 열받게 생긴, 푸석푸석한 쌀 등등 , 값도 비싸고..

 

숙소에 돌아와서 차이나 타운에 다시 나갔어요. 가깝기도 하고, 혹시 볼거리 없나하고...

돌아댕기다가, 아까 기다리면서 예약해 놓은 "Blue mountain tour"를 다음날 가기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죠.

 

다음날 아침, 투어회사에서 어디에 버스를 대 놨는지 정말 못찾겠더군요. 가까스로 유스호스텔 직원을 만나서 겨우 찾았어요. 가장 싼 투어로 49불짜리인데, 그놈이라도 날리면 얼마나 열받았겠어요. 전날 더 확실히 찾아놨어야 하는데...

 

버스에 타보니 20인승인데, 영국계가 대부분이고 일본, 싱가폴, 중국사람이 한 5명쯤 탔지요. 이제 말귀도 못알아 들으니 어찌하노...

그래도 우리의 호프 일본사람, 그사람하고 싱가폴 여자하고 부부사이더라구요. 영어도 꽤 하는 편이었고, 신기했던것은 국제결혼뿐 아니라, 남자는 27살인데, 여자는 34살이더라구요. 그런데도 아주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죠... 영어를 잘 못알아 들어서 얘들 졸졸 따라 다녔죠. 아주 둘사이에는 내가 불청객이었을테지만요.

 

블루마운틴 정말 멋있더라구요. 그랜드캐년같은 분위기에 산이 온통 파랗더군요. 그래서 블루 마운틴이라고 하더라구요. 중간에 캥거루를 풀어놓고 있는곳이 있었는데, 아주 귀여웠지요. 조그만한것이 배속에 더 쪼그만한 캥거루를 넣고 다니는데, 인형같았지요.

 

다음날 아침이 밝아오는데, 무지하게 아쉽데요. 이제 집에 가야하니까. 그래서 마지막으로 페리를 타고 "맨리비치"를 다녀오게 됬지요. 별로 멋없는 바다였어요. 골드코스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 해운대같이 생겼어요. 페리타고 다녀오는 길이 제일 좋을 뿐이죠.

더 재수가 없던거는 갈매기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배가 고파서 밥먹으러 가는길에

갑자기 이마에서 "딱"소리가 나더라구요. 먼가 했더니 ..."새똥".. 화장실에서 이마를 씻는데 기분 참 더럽더군요. 새똥 조심하세요...

 

돌아와서 달링하버를 돌고, 숙소에 돌아 갔더니, 브리즈번에서 만났던 한국사람중에 한사람을 다시만나게 되었죠. 참 반갑데요. 시드니에서 한국사람이 많지만, 한번도 못만났거든요. 저녁먹고 저는 공항으로 가고, 그 친구는 YHA가 너무 비싸다고 백패커스로 옮기러 갔죠. 역시 백패커스...

 

공항에 도착하니 정말 이제 떠나는구나 싶으니, 아쉽더라구요. 돌아가면 또 일해야 하니까... 근데 더 열받게 하는거는 공항의 한국사람들... 다들 그런건 아니겠지만 다시한번 한국사람들에게 실망스러웠다. 한무리의 한국사람들(패키지 여행온 아줌마들인듯..) 이 공항에 들어서자 , 온통 시끄러워서 참을수 없을정도 였다. 면세점에 들어가니 그 친절하던 상점 주인들이 그사람들 지나가고 간 사이에, 나한테 까지 불친절하게 대하게 되었다. 어찌나 휘젓고 다니는지 내가봐도 정신이 없었다. 아뭏든 여행의 여운을 가볍게 간직하고 싶던 나에겐, 정말 기분 잡치는 분위기였다.

 

비행기에 올라타니 이제 여행이 끝났고,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짐만 풀어놓고 바로 일터로 향해야 했다. 애구구....

 

 

이번여행으로 그래도 많은곳을 다녀보려고 애썼다. 정말 아름답고, 신기한 풍경들과 문화들을 접하였지만 , 무엇보다도 소중한것은, 그곳에서 만난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만나는 우리나라사람들과는 뭔가가 다른걸 배우게 해주는 거 같았다. 특히 그곳에서 일하는 한국사람들에게서 ... 그곳의 영주권을 가진 호주국적 한국인에게선 정말 배울게 없고...

 또 , 뭘 하나 더보고가 중요한것 보다 그러기 까지의 과정들이 더욱더 소중하였다.

그리고 메일을 주고 받을수 있는 외국인 친구가 생긴것도 큰 선물인것 같다.

 

가장 중요한것은 이 모든것이 내 힘이 아닌 그때그때 저와 함께 계셨던 하느님.

 나혼자 해낸거 같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항상 함께 하시면서 필요한 요소요소에서 나를 도와주시고 여행을 풍요롭게 해주신 하느님을 느낄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삶을 여행이라 한다고, 앞으로의 삶속에서도 이렇듯 주님께서 항상 도와주시리라 믿는다.

내힘으로 아둥바둥 뭔가 하려 했을때보다, 그저 그자체를 느끼고 맡겼을때 더 큰 결실을 얻게 해주셨던 이 기억들이 나의 평생에 소중함으로 남을것이다.

 

^^ 아고, 하느님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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