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이등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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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드로 [HANSC999] 쪽지 캡슐

2000-03-03 ㅣ No.361

맨 첨 입대할 때는 늘 함께였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 싫어서

 

슬펐습니다. 간만에 "이등병의 편지" 를 들으니 감회가 새롭군요.

 

 -괜시리 여기 저기 글을 남겨 놓는 군바리를 어여삐 여기시어

 

 욕하지는 마십쇼..-

 

 훈련소에서 보이는 양평시내의 야경에 보고 싶은 사람을 그려 넣어

 

보기도 했었고, 난생 처음 아버지께 받아 본 편지에 오밤 중에 화장실에서

 

청승을 떨어보기도 했었습니다. 불침번 근무를 서면서 묵주기도도 드려 본

 

적도 있었고, 처음 먹은 군용 건빵에 감동받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전날

 

엄청 내린 눈을 치우며 "젠장!"을 외치기도 했었죠. 훈련소 퇴소날 사단장

 

신고하면서 군생활 끝난 것 마냥 신나하기도 했죠.

 

 처음 집에 전화해 울먹이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저도 덩달아 울먹거리기도

 

하고, 난생 처음 먹는 짬밥에.. 엄마가 해주던 쌀밥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습니다. 훈련소에서 가는 종교행사 시간에 받아 모시던 성체에서 우리

 

성당의 내음도 맡아 볼 수 있었구요. 훈련소에서 들은 친구의 입대 소식

 

에 걱정도 많이 했었구.. 처음 자대에 가는날 60트럭에서 짐짝들과 뒹굴

 

기도 하고..  밤마다 사람들 생각에 잠 못이루던 날들도 있었구요..

 

입대 후 처음 앓던 감기에 - 나만 걸린것이 아니라 다행이었다..훈련병

 

절반 이상이... - 많이 서럽기도 하고.. 자다가 엄마 꿈에 깨어나 빨간

 

취침등에 한 숨 쉰적도 있었죠.. 집에 놓고 온 내 물건들 생각도 많이

 

했는데...-아니나 다를까.. 워크맨 없어지고, 디디알은 구석에서 먼지

 

먹고 있고, 내 책들은 방바닥에 뒹굴거리고..-승조야 정리 좀 하고 사시지-

 

 

 

 비단 저만이 격는 군생활이 아닌데.. 왠 청승이냐구요?

 

 복귀할려니깐 환장할 것 같아서 그런거지요..

 

 

앞으로도 훨씬 많은 군생활이 절 기다리고 있는 군요.

 

정말 입대하는 것보다 더 드런 기분이란 거 실감나기도 하고,

 

저보다 늦게 입대한 친구들 걱정되기도 하고..

 

이제 685일 남았네요.. 금방 계산 가능하죠. 고참이 100일 날짜를 외워

 

두라 해서...

 

 

 명기야!! 휴가 나오거든 잘 놀다 들어가라..

 

 꼭 들어가라. 짜증난다고 안들어 가면 탈영이다. 알지?

 

 그래서 너두 이런 승질나는 기분 느껴 봐라.

 

 훈련소 생활 고생했구.. 피정 다녀 온거 수고 많았다.

 

 유난히 눈도 많이 내렸는데.. 너두 일요일 재설 작업이 오방 짜증 났겠구나.

 

 많이 보구 싶구나.. 이제 내가 외우는 전화번호는 다 소용없어 졌다.

 

 내꺼 마저도 승조가 해지한대.. 봉열군도 가버리고..

 

 나 들어가기 전에 둘이서 청승 떨며 술도 많이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다 큰 남자 둘이 왠 청승이냐...?

 

 전역하면 쪽팔리게 살지 말자. 신나게 놀고 보고 싶은 사람 다 만나고,

 

 나 먼저 간다. 넌 미치지 말고 들어 가길 빈다. 철은이랑 뽕은 더욱더

 

 사이코 엎그레이드 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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