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사순 제2주간 화요일 ’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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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3-07 ㅣ No.4960

사순 제2주간 화요일 ’22/03/15

 

가끔 되새기는 말이 있습니다. “동냥을 주지는 않을지언정, 쪽박은 깨지 말자.” 베풀고 도와주지는 않을지언정, 비난과 수모를 안겨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땀 흘려 이루지도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서,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이들에게 경고하십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마태 23,2-3)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스스로 누군가보다 높다고 착각하면서, 남을 가르치려고만 하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 위선적으로 행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4-7)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명예욕에 빠져서 누군가에게서 존경받으려고 애쓰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8-10)

 

예수님께서는 스승인 자가 갖추고, 높은 자리에 있는 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르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11-12)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늘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십니다. 주님께 나아가는 길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길도 아니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길도 아니며, 다른 이와 비교되는 길도 아닙니다.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스스로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자신의 현실에서 자신의 처지에 맞춰 실행하고 쌓아가는 길입니다. 스스로의 인격과 정신 그리고 영신 수련과도 같은 길이며, 인생의 궤적에 따라 스스로 쌓고 키워나가는 과정입니다. 누구도 완성했다고 말할 수 없고, 누구도 남보다 높거나 좋다고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태초에 만들어 주신 각자의 소질과 성격을 자신에 맞춰 키우고 계발하면서 스스로를 완성해 나아가는 길임을 겸허히 고백합니다. 마지막 그날 주님 앞에 다가섰을 때,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됨됨이와 그릇을 가식 없이 주님 앞에 드러내 보이면서 후회하거나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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