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구슬처럼 고운 두아이를 잃은 아기엄마의 시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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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랜드 사건으로 두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시랍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너무 무거운 글을 싣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아마도 아이들을 잃은 부모님들은 더 슬퍼지고 우울해지겠지요.
우리는 그 분들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렇게나마 그 슬픔을 반으로 나누었으면 합니다.
해가 바뀌지도 않은 지금, 벌써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 잠잠하기만 한 것도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하는군요. 아직 제대로 된 이유가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이 시를 읽고 아이들을 기억하며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아마 그분들에게는 큰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 놀수 있는 세상은
너무도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일 겁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럼.........
여섯 살이잖니.
두 손으로 셈하기에도
네 개나 남은 나이인데
엄마와 3 더하기 3은 6
아직 일곱 여덟
셈하는 놀이도 끝나지 않았는데
하룻밤만 잔다더니
여직 그 곳에서 놀고 있니.
호숫물이 맑아
바닥에 뒹구는 조약돌이
말갛게 보이듯
네 눈동자도 그리 맑았지.
너의 향긋한 냄새는
너의 침대 베갯닛에도
너의 꼬꼬마 인형의 때묻은 뺨에도
그리고
지난번 소풍 때 찍었던
사진 속의 네 미소에도
남아 있는데
너의 보송보송한 얼굴과
너의 고운 음성은
어디에 두었니.
왜 그리
꼭꼭 숨었니.
아이야!
네가 좋아하던 하늘나라에 누가 있더냐.
너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아 주는 이
엄마 말고 누가 있더냐.
너를 반겨 안아 주는 이
할머니더냐, 할아버지더냐.
그래, 아이야
엄마없다 울지 말고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분 손 놓지 말고 꼭 잡고 있으렴.
장난기 많아
잠시도 가만 못 있는 아이야.
두고 온 세상 궁금하여
무릎 꿇고 내려다보겠지.
너희들 맑은 눈으로
이 세상 구석구석 보다가
무심한 어른들
욕심 많은 어른들
심술궂은 어른들이
만들어 둔 웅덩이가 있거든
아이야,
너희들이 천사되어
꿈 속에서 일깨워 주려 마.
다시는 다시는
이런 슬픔이 없도록 말이다.
아이야,
천사의 날갯짓을 하고
오늘 밤
또 내일 밤
잠 못 들어 뒤척이는 엄마 곁에
향긋한 너의 향기 뿌리며
오지 않겠니.
내 그 때라도
너의 보들보들한 뺨에 내 얼굴을 비비고
너의 은행잎 같은 손을
내 눈에 대어
흐르는 눈물을 막아 보련만.
그렇게나마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이 내 질긴 목숨
그래도
어이어이 이어 보련만.
아이야,
오늘도 이 엄마는
너를 안았던 가슴이 너무 허전해
너를 부르며 피를 토한다.
보고 싶은 아이야.
귀여운 우리 아가야.
1999년 7월 4일밤 두 딸의 엄마 박 경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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