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두번째 백수의 사랑이야기...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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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현 [imjoseph] 쪽지 캡슐

2000-04-25 ㅣ No.1744

 

†. 찬미예수

 

안녕하세요?  제기동식구들.....

 

비록 제가 쓴 글은 아니지만,(물론 작가도 모름)

 

반응이 좋은거 같아서, 이번에는 좀 긴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여러편을 한꺼번에 올려두,

 

1주일은 계속 올려야 할꺼 같네요.

 

그럼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백수의 사랑이야기2

 

자취생: 내가 이동네서 자취를 시작한지 벌써 열흘이 다되었다.

이제 동네파악도 다되었다. 그리고 내가 점찍어 논 아가씨도 생겼다. 하하.

이번 동네선 꼭 성공하고 만다. 아자!

 

만화방 총각: 어제는 백수친구가 내방에서 자고 갔다.

그놈 빨리 취직을 해야할텐데.. 그래도 난 아버지 잘둔 덕에 백수는 면했다.

이렇게 만화방이라도 하나 인수했으니..

아가씨들이 만화방에 올때마다 조금 쪽팔린다.

아직 프로는 되지 못했나보다.

만화방해서 돈 벌면 내가 쓰고 있는 소설 ’애들은 가. 뱃가죽이 타는 밤’을

책으로 내야겠다. 키키. 베스트셀러감인데..

 

백수아가씨: 저 아저씨 뭘 생각하지. 괜히 날 보며 웃네.

여자는 뭐 만화방오면 안되나? 그래도 내가 한때는 잘나가던 퀸카였다.

비록 지금은 백수라 이모양 이꼴이지만. 엄마 돈좀줘..

엄마 립스틱 훔쳐바르고 다니니까. 날보고 아줌마라 그런다 말이야.

 

자취생 :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도중에 만화방으로 들어가는 내가 찜해논

그녈 보았다. 그녀는 만화책을 좋아하나보다.  HCLEE만화방?

요즘은 만화방이름도 영어로 짓나? 하여간 그녀의 새빨간 입술은 언제봐도 섹시하다. 아무생각없이 그녈따라 만화방으로 들어갔다.

 

만화방총각: 에그. 심심하다. 장사는 잘되는데.. 하루종일 붙어있어야되니

갑갑하다. 당구도 치고싶고 술도 먹고 싶고 으아아..

근데 쪽팔리게 저 아가씨는 자주 오네.. 여기가 자기 단골집이었나보다.

그나저나 간판을 바꿀까? 전주인녀석..

무슨 자기이름 영어이니셜로 만화방이름을 짓냐.

유치한놈.. 난 내한글 이름으로 간판을 만들어야지 요즘은 자기피할시대니까.

나중에 책을 낼때 분명 도움이 될거야. 내일 당장 바꿔야겠다.

키키.

 

백수아가씨: 저 아저씨 또 웃네. 으이씨. 내가 백순걸 알까? 친구들은 아직

학생같아 보인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 립스틱 때문일거야.

전 주인은 내가 학생일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괜찮았는데...

괜히 신경이 쓰인다. 저 아저씨 그런데로 볼만한데.

 

자취생: 그녀가 보던 만화책을 한아름 빌려왔다.

그녀를 알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치고 박고하는 무협만화다.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같다. 나중에 시집같은걸 선물하다간 낭패보겠다.

만화책을 다보고 나니 날이 샌다. 오늘 학교는 대출시켜야 겠다.

 

만화방총각: 야. 이름 한번 좋다. 만화방이 그냥 팍 산다. 이병신만화방..

쫌 어감이 그렇다. 성을 뺄까?

 

백수아가씨: 아무도 안 불러주는구나. 잘 나갈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던 내

삐삐는 책장속에서 겨울잠에 들어갔나보다. 돈이 없어 누구 부르지도 못하겠고.. 오늘도 짤없이 만화방이구나.

이병신만화방? 만화방이름이 바뀌었네? 근데 만화방이름이 뭐저래?

이병신? 꼭 날 놀리는 거 같잖아. 우쒸 안들어갈래.

 

자취생: 오늘은 참 늦게 일어났다. 한시가 넘었다.

어짜피 학교가는거는 포기한 거고. 만화방이나 가자.

이병신만화방?  이집아저씨 이름인가보다.

차라리 안바꾸고 옛날꺼 그대로 놔두는게 더 낫겠다.

3시간이나 만화방에서 죽치고 있는데 그녀가 안 온다.

노력해서 그녀가 어느 시간대에 만화방가는지  알아봐야 겠다.

학교다니는게 부담스럽다.  배고프다. 뭐 이딴 만화방이 다있어.

라면이 안된단다. 저 아저씨 생긴것도 밥맛없다.

 

만화방총각: 소설이 연결이 잘안된다.

연애경험이 없는 내가 연애물을 쓸려니까 힘들다.

그래도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 연애물을 써야한다.

만화방에서 라면찾는 손님이 있었다.

만화방에선 라면도 끓여주나보다. 난 라면 잘 못끓이는데.

그래도 이왕 만화방시작한거 한번 잘해보자.

오늘 라면개시라고 써 놓아야 겠다. 라면한박스 사러간 수퍼에

만화방에 자주오던 그 아가씨가 라면하나를 사가지고 간다.

나갈때 뭔가 불만이 있는 듯 날 한번 째려보고 갔다.

자기는 한개사가는데 난 한박스라 기죽어서 그랬나?

이건 내가 먹을게 아니라며 웃어주었다.

 

백수아가씨: 엄마는 아침부터 어딜간거야. 백수는 사람도 아닌감?

밥도 안차려놓았다. 아침부터 라면을 끓여먹어야 하다니.

퀸카라 자부하는 내가 무슨꼴이냐. 에게게.. 라면도 떨어졌네.

라면을 사러갔는데 만화방주인아저씨가 라면한박스를 사가지고 간다.

왜 만화방을 병신이라고 지었을까?

어디 불편한곳이 있나? 그를 유심히 보았다.

왜 웃었을까? 내 모양이 웃긴거야?

아침부터 추리닝에 라면사러나왔으니 그럴만도 하지.

아무래도 그의 기억에 나는 백수라 인식되어지고 있는거 같다.

 

자취생: 아직 그녀가 만화방을 즐겨 찾는 시간을 파악하지 못했다.

만화방에 그녀는 없다. 주인 아저씨는 뭔가 골똘이 생각하더니 공책에 적는다.

가계부 쓰나? 라면개시라.. 그래 라면이나 먹고가자.

졸라리 맛없다. 이걸 라면이라고 끓였냐? 가르쳐주고 싶다.

내가 발로 끓여도 이보다는 잘끓이겠다.

아무래도 이 만화방 곧 문닫을 거 같은 느낌이 온다.

에그 병신아.. 이름답게 논다.

 

만화방총각:사람들이 들어올때 웃고 들어온다. 그리고 만화방이름 얘기를 한다.

웃긴가보다. 아무래도 성을 빼야겠다.

그냥 한국식으로 쓰는건데. 이 만화방 전에 이름이 영어라 나도 모르게

외국식으로 배열한게 이상해졌다.

그냥 이병만화방으로 해야겠다. 뭘로 지우지?

왜 사람들이 라면을 시켜놓고 이렇게 많이 남기고 가는지 모르겠다.

오늘 단지 자주오던 그 아가씨만이 라면을 다 먹고 갔다.

 

백수아가씨: 에그 난 왜이리 라면을 못끓이는지 몰라. 또 퍼졌어.

그래도 살려면 이거라도 먹어야지...

오후가 되어 만화방에 갔다. 아무래도 간판이름은 주인의 이름같다.

이름 때문에 어릴때 많이 놀림을 당했을거 같다.

생긴것도 순하게 생겼는데. 그가 측은해보인다. 라면을 하나 시켜먹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라면을 끓이는 그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귀엽다.

졸라 맛없네..나보다 라면 못끓이는 사람이 존재하다니..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도 아까 들은 측은함때문일까?

맛은 없지만 억지로 꾸역꾸역 다 먹었다.

 

2편

 

자취생: 며칠동안 만화방에서 그녀를 기다렸건만 보이지를 않았다. 그런데 오늘

만화방을 나오는데 내가 찍어논 그녀가 만화방으로 들어갔다.

오늘도 새빨간 입술의 그녀. 너무 아름답다. 그녀 기다리면서 돈을 다 써버렸다.

할 수 없다. 집에 갔다와야겠다.

 

만화방총각: 오늘도 여전히 글이 안써진다. 만화를 지독히 좋아하는 놈을 보았다.

요며칠 하루에 몇시간씩 만화방에 죽치고 사는 놈이있다.

라면도 안팔리는데..  내일은 저녀석한테 라면하나 공짜로 끓여주어야겠다.

여전히 단골 아가씨는 자주온다.

가만 보니 지독히 만화좋아하는 저놈이 나가고 나면 얼마 안있어 그녀가

꼭 오는 거 같다.

 

백수아가씨: 집안에만 있기가 그렇다.

카세트 이어폰을 귀에 꼽고 만화방으로 갔다.

오늘도 화장안하고 나가긴 그렇고해서 엄마 립스틱 찍어바르고 나갔다.

만화방들어가는데 어떤놈이 날쳐다보며 씩 웃었다.

분하다. 내일은 진짜 단식투쟁을 해서라도.

아니면 옛날에 모아둔 향수를 팔아서라도 립스틱하나사야겠다. .

 

자취생: 집에 갔더니 라면하나 살돈마저 떨어졌다.

내가 생각하기로 얼마정도 남아 있어야 하는데..?

아쉽지만 내일 이시간에 만화방에 가볼수 밖에.

내일은 학교가서 돈이나 빌려와야지.

그리고 만화방아저씨처럼 나도 가계부를 써야겠다.

 

만화방총각: 내 소설을 쓰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꼭 막힌다.

주인공녀석이 여자하고 자야되는데 상황설정이 안된다.

백다방 박양한테 물어볼까?

뺨맞을거 같다. 골치 아프네..확 덮치는걸로 해버려?

헤..야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있을때 단골 아가씨가 들어왔다.

급히 쓰고 있던 공책을 덥었다.

만화책을 저렇게 크게 노래부르며 보는 사람은 첨 봤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걸 알기나할까.

그래도 단골아가씨는 크게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만화책을 보고 있다.

학생인가? 학생치고는 좀 짙다 싶은 루즈색깔이다.

 

백수아가씨: 만화방에 하도 나왔더니 볼 만화가 시원찮다.

요즘들어 볼게 없어 무협만화를 보고 있다.

무협만화는 왠지 나하고 맞지가 않다.

난 폭력을 싫어한다.

그래서 태권도장 다니거나 복싱같은걸 하는 애들은 괜히 싫다.

아저씨보고 순정만화좀 많이 갖다놓으라고 해야겠다.

아니면 공포물이나... 나가는데 사람들이 쳐다봤다.

만화방아저씨도 웃었다. 뭐가 묻었나?

아니면. 내 미모때문일까? 후자가 맞겠지 후후.

 

자취생: 그녀가 지금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겠지.

빨리 그녀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돈없는 자취생이란게 서럽다.

라면도 떨어지고...

무협만화를 좋아하는 그녀...

이번달 돈 올라오면 태권도도장이나 쿵후도장을 다녀야겠다.

사랑은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만화방총각: 오늘은 왠일로 단골 둘이가 같은 시간에 들어왔다.

저녀석 라면하나 끓여 줘야 하는데... 옆에 단골 아가씨도 있다.

에라 둘다 끓여주자.

어짜피 이제는 라면 시키는 사람도 없다. 내가 라면을 갖다

주는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그 둘을 보며 웃는다. 왜일까?

 

백수아가씨: 만화를 보고 있는데 주인아찌가 시키지도 않은 라면을 갖다주었다.

쿠.. 맛은 없지만 공짜니까. 먹어준다. 나한테 관심이 있나?

그가 나한테 계속 관심을 보이면 어떡하지?

저 아저씨 그런데로 괜찮은 인상을 주었는데..

계속 관심가지면 가볍게 아는 척은 해줘야겠다.

옆에 이녀석은 왜 끓여줬지? 이녀석도 공짜같은데...

그래 나한테만 주기가 그러니까...

야. 너 나 때문에 오늘 공짜라면도 먹고 좋겠다.

근데 옆에 이녀석 낯이 많이 익다. 자주 눈에 띠는거 같다.

이녀석이 아까부터 내옆에 앉아 내가 보던 만화책을 계속 받아 보고 있다.

무협만화좋아하는 녀석인가보다. 에그.. 이녀석 무협만화보고.

집에가서 날라차기 연습하고 하는거 아냐? 너무 신중히 본다.

라면은 생각했던데로 디게 맛없다.

 

자취생: 우쒸 만화방주인이 라면을 갖다 주었다. 옆에 그녀것과 함께...

내가 아무리 배고픈 자취생이라도 이런 라면은 안먹는다. 설사 공짜라 해도.

근데 옆에 그녀가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으엑.. 저번보다는 좀 낫지만 그래도 졸라리 맛없다.

하지만 그녀가 먹는데... 나도 따라 다 먹었다.

오늘 그녀에 대해 한가지 더 알았다. 많이 퍼지고 엄청 싱겁게 끓인

라면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녀가 다 본 만화책을 바로 받아 보았다.

그녀의 손이 금방까지 닿았던 만화책이다. 아직 그 온기가 느껴진다.

오늘도 무협만화다. 이 만화책 주인공같은 녀석을 좋아하나보다

오늘 집에 가서 연구해봐야겠다. 집에가서 무협지에서 주인공이 하던

날라차기를 연습해보았다. 그거 연습하다가 방바닥에 뒹굴렀다.

잘못했으면 그냥 죽을뻔했다. 한참이 지났건만 아직 등과 뒷머리가

아프다. 아무래도 내일 학교는 대출시켜야겠다.

 

만화방총각: 비가 많이온다. 늦가을 내리는 비처럼 내마음도 스산하다.

누군가 생각이 난다. 오늘은 소설을 못쓰겠다.  

이런날에는 괜히 센치해져가지고 소박한 사랑을 꿈꾸게 된다.

내 소설에 그런 분위기는 절대 안된다.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 무조건 야해야된다.

단골아가씨가 들어오면서 나에게 미소를 던져주었다.

지독히 만화책좋아하던 그녀석은 오늘 오지 않았다.

오늘은 다른날보다 조금 일찍 만화방문을 닫았다. 비는 밤에도

계속 내리고 있다. 낮에처럼 번개는 치지 않지만..

만화방 한켠의 내방에 비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좋아했던 우리과 그녀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좋은 놈 만나서 시집갔으니... 잘살고 있겠지..

 

백수아가씨: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왔다.

낮에는 제법 굵은 비와함께 천둥벼락도 쳤다.

백수가 되고 나서부터 이런날이 참 좋다.

그냥 맘편하게 집에서 잘 수 있으니...

낮에 엄마가 시장같이 가자고 했다. 같이 가면 무거운 짐은 전부 내차지다.

바로 만화방으로 도망을 쳤다.

만화방아저씨가 카운트에 턱을 기대고 앉아 있다.

귀여워보이기도 하고, 쓸쓸해보이기도 한다.

내가 보내준 미소에 그도 반갑게 미소로 답해줬다.

착한사람같다. 밤의 깜깜한 분위기에 너무 잘 어울리는 스산한 빗소리다.

이런 날은 공포소설을 읽으며 밤을 지새야 하는데...

이런날 공동묘지가면 참 무섭겠지.

남자친구생기면 같이 한번 가고 싶다.

무서운 느낌이 들때 옆에 기댈 수 있는 누군가 있다면 그가 참 좋아질것 같다.

훗.. 만화방아저씨가 요즘 들어 간혹 머리에 떠오른다.

 

자취생: 아직도 뒷통수가 아프다.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난 이런날이 싫다. 밖에 나가기도 싫다.

이런날 양말신고 나가면 짤없이 다음날은 다른 양말 신어야 한다.

사흘은 신어야 하는 양말 하루 밖에 못신으면 얼마나 낭비냐.

머리에 비라도 맞으면 머리도 감아야한다. 그래도 만화방은 가야쥐..

벼락이 쳤다. 겁났다. 내우산은 엄청크다. 우산대도 벼락이 잘 맞을거같은 쇠다.

또 쳤다. 바로 내방 근처에 내리친거 같다.

만화방가고 싶은 생각이 순간 사라졌다. .

그녀를 못본다는건 아쉽지만 오늘은 꼼짝없이 방안에 있어야겠다.

밤에 혼자 잠들고 있다.

밖에는 차갑게 비떨어지는 소리와 밤구름 그림자가 창에 어렸다. 무섭다.

아무도 곁에 없는데 무서운 생각이 한번 들면 다른 무서운 생각이 꼬리를 물고 달려든다. 잠이라도 들어버리면 되는데... 낮에 자서 그럴까?

잠도 오지 않는다. 무섭다. 등골이 오싹하다.

그런데 누구를 떠올리니 그 무서움이 가셨다.

이동네 오기전에 무척이나 짝사랑했던 누구다. 그가 참 그립다.

그 그리움이 무서움을 가려버렸다. 그리고 그 그리움 끝에서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난 무협지를 좋아하고 맛없는 라면을 또 잘 먹는 우리동네

그녀를 만났다. 그녀와 난 꿈속에서 친구가 되어있었다.  

누구에 대한 그리움속에서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만난 다른 누군가 때문에 아침에 가슴이 떨렸다.

 

3편

 

만화방총각: 비개인 아침이다.

만화방문을 여는데 단골아가씨가운동나갔다오나보다.

츄리닝차림에 배낭을 메고 저기서 뛰어온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나한테 인사를 했다. 나도 얼떨결에 꾸벅 인사를 하고 말았다.

만화방간판을 한참쳐다봤다. 빨리 성을 지워야겠다.

만화방으로 들어갈려는데 만화를 무지하게 좋아하던 그녀석도

가방을 메고 어디를 간다.

저녀석 백수같았는데 아침부터 가방을 메고 어디를 갈까?

쯧쯧 저런 머리모양으로 나올정도의 배짱을 가졌다니 놀랍다.

오늘도 만화방 하루일과가 시작되는구나.

 

백수아가씨: 우리엄마 소박안맞은게 참 신기하다.

아침부터 곤히 자는 날 깨웠다.

설마 밥먹으라고 깨우지는 않았겠지? 쌀사오랜다.

밥할려고 쌀찾았는데 못찾겠단다.

우리아버지 오늘도 박카스에 초꼬파이하나 드시고 가셨구나.

잘때 옷차림 그대로 모자만 하나쓰고 쌀사러 나갔다.

혹시 아줌마라 그럴까봐 학교다닐때 가지고 다니던 가방을 메고 나갔다.

쌀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오는데.

만화방아저씨가 문을 열고 있다. 만화방치고는 꽤 일찍 문을 연다.

쪽팔려서그랬을까 얼떨결에 인사를 했다. 그도 인사를 꾸벅했다.

아무래도 나한테 관심이 있는거 같다.

이럴줄 알았으면 엄마 립스틱이나따나 바르고 나오는 건데...

요즘 자주보는 낯이 익은 녀석이 어디가는 걸 집에 들어가다 보았다.

멍한 모습으로 가방을 메고 걷고 있었다.

머리모양과 얼굴모양이 꼭 에이스벤추라를 연상시킨다.

저래가지고 어디를 가는걸까? 그도 나처럼 쌀사러 가는걸까?

 

자취생: 그녀생각에 아침부터 몽롱하다. 쌀도 없다.

굶고 학교갈수 밖에..학교대출시키고 싶지만 휴학생으로 오인받긴 싫다. 만화방아저씨가 간판을 보며 뿌듯해한다. 그아저씨 그래도 사장아닌감..?

우리과 요즘 창업준비하는 애들 많다.

호떡장사에서부터 포르노영화감독하겠다는 놈까지 전공에 관계없는 다양한

직종이 나오고 있다. 저마다 벤쳐사업이라고 큰소리다.

그녀 생각하느라 아침에 세수하고 머리빗는걸 잊고 나왔다.

머리모양이 진짜 엉망이다.

강의실도착했을때야 친구들이 말해주어서 비로소 알게되었다.

수업도중에 바로 머리감으로 화장실로 갔다.

이왕 나온거 머리 마를때까지는 놀다가자.

나무밑 벤취밑에 앉았다. 제법 쌀쌀하다.

담배를 피면서 그녀생각 한번 더해보았다. 왠지 낯이 익은 그녀...

아침에 나의 모습을 보았다면 그녀에게 참 안좋은 인상을 주었을것이다.

내일부터는 마주칠지 모르니 귀찮더라도 꼭 머리를 감고 하루에

거울 한번 더보기 운동같은것도 해야겠다.

 

만화방총각: 만화방을 문을 너무 일찍 여는거 같다.

아무래도 아침 여덟시부터 만화책보러 올놈은 없을거 같다.

조용한 만화방안에서 공책을 폈다.

며칠째 한부분에서 진행되지않는 내소설이 적혀있다. 모닝커피나 한잔할까?

새로 알게된 백다방 박양이 누구와 닮아 좋았다.

백다방에 전화를 했다. 새벽부터 커피시킨다고 졸라 욕들어 먹었다.

에구... 학교 다닐때가 좋았는데.

그놈의 아임에프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갇히는 신세는 되지 않을수도 있었을텐데..

 

백수아가씨: 석달전에 입사원서 넣은 회사에서 오늘 면접보러 오라고 전화가

왔다. 많이 바쁜척 튕겨보았다. 오지 말랜다.

우쒸 사정사정해서 그래도 면접은 보게되었다.

아껴두었던 정장을 입고 향수도 뿌렸다.

문제의 립스틱은 친구보고 좋은 건수 있다고 어디나오라 해놓고 만나 얻어 발랐다. 맞아 죽을뻔했다.

조그마한 구멍가게 회사다.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회산데 무턱대고 한번 원서를 넣어 보았다.

면접 보러온 사람은 나뿐이다. 컴퓨터 잘 아냐고 물어보았다.

"아뇨" 그럼 스프레트쉬트 중에 잘하는거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게 뭔데요? 워드는 좀 하는데.."

워드 좀 한다는 말에 문서를 보여주며 이런거 작성할 줄 아냐고 물었다.

"저걸 워드프로세서로 만들 수 있어요?"

국문과 나와서 뭐 그렇게 워드작성할 일이 있나?

인터넷활용은 잘 하냐고 물어보길래.

울엄마한테 통신하다가 맞은 뒤부터는 안해봐서..

그때는 인터넷이 별로 안알려졌을 때였다고 말했다.

그럼 뭐 할 줄 아냐고 물어보았다.

"토익은 800점 이상되고요. 학점도 3.5수준이고. **일보 백일장에도

입선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내자랑이지 뭐.

컴퓨터랑 토익하고 백일장입상하고 무슨상관있냐고 엄청 쪽을 먹었다.

다음부터 원서넣을때는 뭐하는 회산지 알아보고 넣어야겠다.

그나저나 문과생들 취직안되서 어떡하냐..

집에 오다가 기분도 그렇고 해서 만화방에 들렀다.

 

자취생: 머리 말리고 수업다시 들어갔더니 출석 불렀댄다.

차라리 대출시킬걸 그랬다. 우리과 유일한 여학생이 나보고 웃었다.

쪽팔렸다. 쟤도 참 안됐다. 계과에 여학생이라니 안어울린다.

그래도 쟤는 대학생활 공주처럼 잘하고 취직도 되었다.

나하고 신분이 틀린다. 관심 안갖길 잘했지..

제대하고 나서 계과에 여학생 들어온게 하도 신기해서 밥은 몇번 사주었다.

하도 많이 얻어먹은 그녀라서 나는 기억에도 없겠지만..

하기야 요즘은 쟤한테 밥사주고 싶어도 그렇게 못한다.

선배고 후배고 쟤 밥사줄려고 줄선놈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오늘 신청하면 내 졸업전에는 내차례가 돌아올것 같지도 않다.  

오늘은 모든 수업을 다 들었다. 돈도 빌렸다.

포르노테잎만들겠다는 녀석한테 자기가 만들 영화에 출연하겠다는 각서쓰고..

 

만화방총각: 오늘 단골아가씨가 섹쉬한 차림으로 들어왔다.

딴사람 같아서 처음에는 몰라봤다. 여자는 변신의 동물이 맞나보다.

아침에 추리닝입었을때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입술색깔도 뽀얗다.

선보고 왔나? 저번에는 노래로 시선을 끓더니 오늘은 모양새로 시선을 끈다.

다들 몇번씩 힐끗힐끗 쳐다봤다.

음료수한잔 갖다주었다. 고맙다며 미소짓는 그녀 볼의 보조개가 이쁘다.

누구의 볼에도 보조개가 있었는데...

그녀가 향수의 여운을 뿌리며 나가자 만화를 지독히 좋아하던 녀석이 들어왔다. 아침에 이상한 머리로 어디가던 그 차림이다.

단지 바뀐게 있다면 머리가 까치머리로 바뀌었다는것 뿐...

입에 침이나 닦지. 저녀석 아무래도 백수같다.

요즘 만화방에만 갇혀있었더니 바깥생활이 너무 그립다.

아르바이트생하나 둘까 생각중이다. 저녀석이 적임자같다.

나중에 기회되면 말해보리라.

 

백수아가씨: 만화방아저씨가 음료수를 갖다 주었다. 주위를 살펴보았다.

급히 고개를 돌리는 몇녀석을 보았다. 음료수컵이 놓인데가 없다.

나만준거 같다. 진짜 나한테 관심있는거 아냐?

공책을 펴놓고 들고 있던 볼펜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그가

오늘 면접에서 짤린 기분때문일까? 친근하게 느껴진다.

만화방을 나가는데 입구에서 낯이 익은 녀석과 마주쳤다.

이녀석이 날 보더니 떡 길을 막고 안비켜준다.

머리감고 빗질도 안했는지 머리카락이 바람에 들판의 잡초처럼 마냥 날린다. 추리닝만 입고 있었어도 날라차기 해버리는건데...

정장치마라 그럴수도 없고.. 참 오늘은 엄마 립스틱아닌데.

그것 때문에 놀랐나? 저놈이 메고 있는 가방에는 분명

쌀 아니면 라면이 들어 있을거 같다.

길을 비켜달랬더니 그제서야 한쪽 옆으로 비켜섰다.

자주 마주쳐서 그런가. 별로 밉지는 않다. 그리고 낯이 익은 인상도...

 

자취생: 집으로 가다가 담배하나랑 집에 쌀이 떨어진 관계로 라면 세개를 샀다.

라면을 가방에다 넣었다. 만화방에 갔다.

입구에서 나오는 정장입은 그녀와 마주쳤다. 순간 깜짝 놀라 멍해졌다.

바로 그녀 앞에서 내몸은 얼어붙었다. 내시선은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

이쁘다. 우리과 그녀보다 훨씬 더. 침이 나올정도다.

비켜달라는 그녀 목소리... 너무 애절한 듯한 그녀 목소리...

목소리도 이쁘다. 내 이상형이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그때의 빨간 립스틱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사하게 화장한 얼굴에 저 정장을 입고 빨간 입술을 내미는 그녀를 본다면

누구나 키스하고 싶을 것이다.

 

며칠이 지났다.

 

만화방 총각: 간판의 ’신’자를 떼어냈다.

이병만화방 다음에 기회있으면 앞에다 저 떼어놓은 신자를 붙여야 겠다.

본드가 없어 오늘 붙이지 못하고 간판밑에다 놓아 두었다.

언제쯤 정장을 입고 올까..

하지만 단골 아가씨는 며칠째 가벼운 차림으로 만화방을 찾고 있다.

하기야 정장입고 만화방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근데 그 무지하게 만화책좋아하는 녀석이 정장을 입고 왔다.

머리도 깔끔하게 빗은게 딴사람같았다.

어디 면접보러가나? 멋있다며 씩 웃어주었더니. 그래요?

그러며 입구에서 제일 잘보이는 자리에 가 앉았다.

 

백수아가씨: 오늘도 오후에 여느때처럼 만화방에 갔다.

요즘은 무협만화가 좋아진다. 백수들은 무협지를 즐겨본다고 그러던데..

이렇게 백수로 있다가 그냥 선봐서 시집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가슴절이는 사랑한번 해보고 결혼해야하는데...

학교 다닐때 미팅나가서 너무 튕기는게 아니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후회된다. 여대나와서 연락할만한 남자도 별로 없다.

만화방에 낯이 익은 그녀석이 정장차림으로 뭘 과시하듯 발을 꼬고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내가 어제보던 만화책이었다.

머리도 곱게 빗었네... 그래 봐줄만은 하다.

칠대삼가르마한 모습이 낯이 익은 모습으로 촌스럽다.

만화방아저씨는 뭐가 좋을까? 싱글벙글이다. 웃는 모습이 꽤 귀엽다.

만화방을 나오는데 간판의 신자가 떨어져 있다. 붙일려고 했는데 잘 안붙는다.

이름도 저런데..그나마 한자 떨어졌으니..

애써 강력본드 사와서 떨어졌던 자리에다 붙였다. 병신씨 담에 봐요..

근데 저게 그의 이름이 맞는지 아직 확인은 못해봤다.

 

자취생: 오늘 졸업사진찍는다고 정장을 입었다.

머리도 감고..무스까지 발랐다. 양말도 새양말을 신었다. 거울앞에 섰다. ’멋있는데!’ ’잘생겼는데...계과만 아니었어도.’감탄사가 연발로 나왔다.

’아!’  또 쌀이 없구나.

졸업사진 야외촬영하는데 새끼들이 전부 우리과 그녀와

같은 조를 할려고 피를 말리는 싸움을 했다. 결국 조추점으로 결정났다.

99대 6의 경쟁율을 뚫고 내가 그조에 포함됐다.

우리과 졸업앨법사상 처음으로 여자가 나온 사진에 내모습이 끼여서

나올것이다. 뭔가 될것 같다. 다른놈들은 다 옷을 갈아입었는데..

애써 정장차림으로 만화방에 갔다. 그녀가 예상데로 만화방에 나타났다.

날보고 움찔놀라는 그녀..’그래 내가 이렇게 멋진 놈이었어..하하.’

니오나르도 다까버려같이 웃어주었다.

 

만화방총각: 드디어 그 어려운 부분을 넘겼다.

앞으로 내소설은 탄탄대로로 진행될것 같다.

어제본 성인만화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야 신난다.

밤에 백수친구가 찾아왔다. 취직이 되었다고 했다.

축하해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우리과 그녀얘기가 나왔다. 조심스레 잘살고 있냐고 물어보았다. 몇주전에 이혼을 했다고 했다.

이런!... 행복해야 하는 그녀가 이혼을 했다는 소식에 충격이 심했다.

가슴아파하는 그녀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잘 떠올려지지 않는다.

항상 밝은 표정만 봐왔었기에...

왜 이혼을 했는지 물어보았는데 그것까지는 모른다고 했다.

친구가 그녀가 여기서 멀지 않는곳에 음반점을 개업했다고 했다.

그래 그녀는 음악을 무척좋아했었지...

오늘 누구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밝게만 그려지는 그녀.

하지만 그녀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내 마음도 그렇지 않다.

언제 한번 우연처럼 그녀의 음반점을 찾아가 봐야겠다.

 

백수아가씨: 만화방을 지나치다 내가 붙여논 ’신’자를 잡고 흔들어 보았다.

흔들리지 않았다. 뿌듯하다.

강력본드만든 그회사 앞으로 발전할 것 같다. "현철화학" 그래 장사잘되라.

어제 본 모습과는 많이 다른 낯이 익은 녀석이 날 이상한 듯 쳐다보며 지나쳤다. 저녀석도 이만화방 단골이지.. 내가 안그랬는데

혹시 저번에 이글자 떨어진게 내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만화방아저씨한테 일러주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아니라고 손을 흔들었다.

근데 그녀석이 자기뺨을 힘껏 쳤다.

내가 뺨맞을 짓을 했다는 건가?

저녀석 아무래도 일러줄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자취생: 아침에 아버지가 요번주말에 집에 한번 내려오라고 전화가 왔다.

차비가 있어야 내려가지. 돈부쳤다고 했다.

햐. 오늘 쌀밥에 삽겹살이나 구워먹어야겠다.

도장을 다닐려고 했는데 여유가 없을것 같다.

다른 노력으로 그녀의 관심을 끌어야겠다.

학교가는데 그녀가 만화방간판을 흔드는걸 보았다. 왜 그랬을까.

뭐 이유가 있겠지. 화장안한 그녀모습도 귀엽다.

최근들어 그녀의 빨간 입술을 못보는게 아쉽다.

그녀가 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었다. 꿈인가 생시인가

헷갈린다. 내뺨을 세게 쳐보았다. 꿈이 아니다.

만화방 줄기차게 다닌 효과가 있구나. 나도 손을 흔들어 줘야지..

근데 그녀가 저기로 등을 보이며 가고 있다.

 

만화방총각: 그녀생각에 아침이 몽롱하다. 친구를 배웅하고 만화방문을 열었다.

기분도 그런데 누구야? 단단히도 붙여놓았다. 어떤 놈인지 잡히기만 해..

또 만화방이름이 병신이 되버렸다. 씨..

우리과 그녀 소식 때문일까? 애써 어려운부분을 넘겼는데..글 쓰기가 싫다.

한번 그녀의 음반점에 가고 싶은데 만화방이 부담스럽다.

아무래도 아르바이트생을 구해야겠다.

내 예상이 맞다면 그녀석이 응시를 할것 같다.

 

백수아가씨: 집에서 선보라고 재촉한다.

놀고 먹는 꼴을 못보겠다며 엄마의 구박이 대단찮다.

아직 결혼하기에 난 어리다고 생각이 든다. 뭐 해놓은 것도 없고...

특히나 짜릿한 사랑도 없이 그냥 선보고 결혼한다는건 너무 억울하다.

어디 피난처를 마련해야겠는데...

 

자취생: 만화방앞에 아르바이트생모집한다는 광고가 붙었다.

그녀를 항시 볼 수 있는 기회다.

내가 아르바이트생이 되면 그 만화방 라면사업도 일으켜세울 수 있다.

하지만 난 학생이다. 그녀를 점찍고 나서부터 학생이라는 신분이 부담이 된다.

맞다 대출시키면 되겠구나. 그리고 오후만 일해주면..

내일은 또 집에 내려가야한다.

집에 갔다와서도 계속 구하고 있으면 한번 도전해보지.

사랑은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집에 정장을 입고 집에갈까?

아직 취직도 안되었는데.. 앞으로 면접보러갈일이 생길건데..

그리고 어쩌면 그녀와의 만남도.. 아껴두자.

 

만화방총각: 요즘들어 이혼한 그녀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가을도 끝이나고 겨울이 다가온다. 그녀가 한없이 추운 겨울을 맞이할 것 같다. 빨리한번 그녀의 음반집을 가봐야하는데..그래 쇠뿔도 단김에 뽑으랬다고.

오늘 아르바이트구인광고를 붙이자. 붙이고 한 삼십분이나 흘렀을까?

아직 이른 시간인데 누군가 만화방문을 열었다. 추리닝차림의 여자다. 단골아가씨다. 왠일로 아침부터...

그녀의 목소린 인사말고는 첨 들은거 같다.

"저기요. 아르바이트생 구한다고 그러셨죠?"

 

백수아가씨: 아침에 또 쌀사러갔다.

엄마는 그냥 쌀한가마니 사다가 먹지, 왜 조금씩 사는지 모르겠다.

우리 아버지 또 박카스에 초코파이드시고 출근하셨다.

정이 참 넘치는 아침식사다. 그리고 쌀은 왜 꼭 아침에 떨어지는지 모르겠다.

쌀사러 가는데 만화방앞에 아르바이트생구한다는 글을 보았다.

글자가 참 이쁘다. 만화방아저씨가 썼나보다.

기회다. 쌀을 집에 갖다놓고 바로 만화방으로 갔다. 만화방에 아무도 없다.

나한테 관심도 가지고 있는거 같은데 백프로 날 채용할 것 같다.

근데 반응이 시원찮다. 누구 생각해논 사람이 있다고 그러는데...

오늘 저녁쯤 다시 한번 와줄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야 자존심상하네...

옛날같으면 두말않고 돌아섰을텐데,

백수고 만화방아저씨도 맘에 들고해서 참았다.

저녁먹고 갔더니 내일오후 3시부터 나오라고 했다.

그럼 그렇지 괜히 한번 튕겨본거구나.

오후 3시부터 끝내는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냥 하루하루 시간당 이천원으로 해서 계산하자고 그랬다.

좋다고 했다. 야 나도 직장이 생겼다.

월급받으면 아예 그돈으로 립스틱 종류별로 다 사버려야지...

 

자취생: 수업도 일찍 끝나고 내일 집에 내려갈 준비를 할려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만화방앞 구인광고는 아직 붙어 있다.

그녀 때문에 보기시작한 만화가 재밌다.

만화방을 들어갔는데, 만화방아저씨가 혹시 아르바이트할 생각없냐고

물어보았다. 해버릴까? 하지만 학교 때문에 힘들거같다고 말했다.

아저씨가 이상한눈빛으로 학생이었냐고 물었다. 괜히 기분이 그렇다.

학생맞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 대답을 듣고 "아 그랬어요.

그럼 오전에온 사람으로 해야겠다.

난 학생이 참 맘에 들었었는데, 좀 아쉽네요."라고 그아저씨가 말했다.

뭐야 벌써 구했어? 누굴까?

나보다 아주 나이어린 고딩이나 아니면 아예 나보다 나이 훨씬 먹은

유부남이었음좋겠다.

그 아르바이트녀석이 단골인 그녀한테 관심가질까봐 두렵다.

학생이고 뭐고 그냥 한다고 그럴껄. 그녀가 오후늦게까지 오지를 안했다.

할 수 없다. 다음주에 봐요.

 

만화방총각: 단골아가씨를 아르바이트생으로 결정했다.

그 무지하게 만화좋아하는 녀석이 학생이랜다.

그럼 그때 그머리로 학교를 갔단말이야! 그 뻔뻔한 배짱이 놀랍다.

오히려 잘됐다. 단골 그아가씨 꾸밀때는 상당히 예쁘던데.

생각지도 않던 그 아가씨하고 이제는 알게되는구나.

조금 설레인다.

 

백수아가씨:후후. 내일부터 만화방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구나.

만화방 주인아저씨하고는 자연스럽게 알게되겠지.

어쩌면 뭔가 사연있는 인연이 될지도... 어릴적 첫사랑.

고등학교때의 선생님을 향한 짝사랑.

대학때는 아쉽게도 가슴을 절이게 한 사연이 없었는데..기대된다.

엄마한테 나도 취직했다고 했다. 취직이고 뭐고 빨리 시집이나 가랜다.

만화방에 취직했다고 그랬다간 당장 팔려갈 거 같아 그말은 차마 못했다.

밤에 잠자리에 드는데 나를 스쳐간 그래도 기억에 남는 사내들을 떠올려보았다.

제법 되는구나. 만화방아저씨가 떠올랐다.

그리고..그 요즘 자주 눈에 띠는 낯이익은 녀석도 이상하게 떠올려졌다.

 

자취생: 집으로 내려가는 버스에 앉아 바깥을 보고 있다.

벼베기를 끝낸 논바닥이 알몸을 드러내 부끄러운듯 움츠려있다.

집으로 내려갈때면 항상 마음이 울쩍하다.

다시 올라올때의 아쉬움을 먼저 느껴서 그런가보다.

더군다나 아르바이트생이 생긴마당에 그녀를 만화방에

홀로 남겨두고왔다는 생각이 날 불안하게 했다.

그러나 집에서 부모님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고 하니 울쩍한 마음이 가셨다.

몇달동안 비어있던 내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온기가 있는걸루 봐서 어머니가 나온다고 낮부터 보일러를 켜놓았었나보다. 자취방과는 다른 아늑함을 준다.

내 어릴적, 사춘기적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방이다.

고등학교때 써놓은 시집하고 사진첩을 꺼내보았다.

유치한 시와 까까머리의 내모습이 귀엽다.

중학교, 고등학교 앨법들도 보았다.

다 남학교만 나와서 그렇게 볼건없지만 소식이 끊긴 친구들의 모습이 새롭다.

하하 기계과 들어가서 대학졸업앨범도 남자들만 있을줄 알았는데...

여자하고 나오는구나. 빨리 졸업앨범을 보고싶다.

그리고 우리동네 그녀. 그녀는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만화방총각: 아침에 만화방을 보면서 억지로 내 소설의 글을 이어갔다.

오늘 내마음속 그녀의 음반집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설레임인지 맘이 떨렸다. 오후에 단골아가씨가 왔다.

약속시간에 정확히 맞게 왔다. 정장차림은 아니지만

다른날과는 다르게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이다.

화장은 안했지만 얼굴이 뽀얗고 이쁘다. 만화방일에 대하여 가르쳐주었다.

요즘은 주문하는 사람이 없지만

그래도 모르니 라면끓이는 곳도 가르쳐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최혜지라고 그랬다.

또 나이는 26살이라고 그랬다.

놀랍다. 난 한 스물두세살로 밖에는 생각안했는데... 말놓기가 그렇다.

나보다 한살밖에는 적지가 않다.

나보고 뭐라 부르면 되냐고 물어봐서 그냥 이름부르라고 그랬다.

이름 가르쳐줄려고 그랬는데 갑자기 병신이라고 욕을 한다.

뭐 이런게 다 있냐? 좋게 봤는데... 생각해보니 간판때문인거 같다.

이 아가씨 우리단골이었지. 그렇게 생각할만도 하다.

다시한번 애써 떼어놓은 그 ’신’자 붙인놈이 밉다.

잘해보자며 내이름은 이병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신 이병이라고...

 

백수아가씨 :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취직된거 때문에 배짱으로  밥차려 달라고

엄마한테 때쓰다가 쫏겨날뻔 했다.

결국 엄마아침까지 내가 차려드렸다. 엄마가 아침안드신걸루 봐서,

오늘도 아빠는 초꼬파이에다 박카스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후가 되어 만화방에 갔다. 학교다닐때처럼 조금 꾸몄다.

화장도 일부러 옅게 하고 갔다. 설레이는 맘으로 만화방문앞에 섰다.

세시가 될려면 아직 이십분이 남았다.

퀸카였다고 자부한 내가 약속시간보다 무려 20분이나 일찍 들어간다는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만화방앞에서 서성거렸다.

내가 붙혀논 신자가 뿌듯해보인다.

시간이 되어 만화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만화방아저씨가 반갑게 날 맞이해주었다.

만화방보는일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이 있었다.

빌려가는 사람 장부를 보여도 주었고, 시간당 얼마이며,

단골같다 싶은 사람은 삼십분까지는 시간넘겨도 그냥 봐주라고 그랬다.

라면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내가 없을때 라면시키는 사람이 있으면 끓여주라고 그랬다.

그러면서 아임에프때문인지 라면시키는 사람이 없으니 수고스러울 일은 없을것이라고도 했다. 호호. 아직 자기라면 끓이는 솜씨를 모르나보다.

나니까 그때 먹어줬지. 이름을 물어보길래 나이까지 말해주었다.

왜이러는지 몰라? 그의 나이가 알고 싶어서 그랬다.

그는 27살이고 그냥 이름을 불러 달랬다.

이름이 이상한데..불러달래니 할수 없이 병신이라고 한번 불러 주었다.

갑자기 그가 황당한 듯 화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생각하더니 웃으며 자기이름은 이병.

신이병이라 그러며 잘해보자고 했다.

그럼 간판의 이병신은 뭐야?

그때 떨어진 ’신’자 일부러 떼어 놓은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취생: 고향방문 이틀째다. 친구를 만나 당구도 치고, 자기 애인자랑도 들었다.

당구를 이기고 애인한테 전화하며 자랑하는 그녀석이 미웠다.

그동안 연마한 날라차기를 시험해볼 절호의 찬스였는데, 사고치기 싫어 참았다.

우끼고 공감되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대생의 삼대 즐겨쓰는 용어.

밥먹었냐? 레포트좀 빌려줘. 저여자 졸라 이쁘지 않냐?

특히 마지막 용어는 진짜 공감이 들었다.

저녁에 부모님과 오붓한 시간을 갖고난 후 내방으로 가서 이번

고향방문의 마지막밤을 맞이했다. 조금 허전한 생각이 든다.

이 기분 때문에 집에 내려올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오래된 기억의 저편까지 꺼집어 내어 보았다.

유치원앨범과 국민학교앨범을 덜추어보았다.

이 시절에는 그래도 여자친구들의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유치원때는 나한테 시집온다는 여자애도 있었다.

오래되어 앨범에서도 누군지 찾을 수 없지만... 하하 나도 잘나가던때가 있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앨범들을 머리맡에 두고 난 잠이 들었다.

잠들기 바로직전에 우리동네 그녀의 모습이 떠올려졌다.

 

만화방총각: 단골아가씨인 혜지씨에게 만화방을 맡기고 친구에게 들은 그녀의

음반집을 찾아갔다. 정경레코드. 쿠 그녀도 자기이름으로 음반집을 개점했구나.

맘을 먹고 찾아왔지만 막상 들어갈려고 하니까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녀는 나보다 삼년이나 일찍 졸업을 했다. 그후도 자주 만나긴 했지만 그녀가 결혼을 하고나서는 일년정도 거의 소식이 끊어진 상태다.

그녀의 음반점에서 조금 떨어진 가로수 뒤에 숨었다.

유리창너머로 그녀가 카운터에 앉아있다. 간혹 들어가는

손님들에게 미소짓는 모습은 예전에 나에게 보여준 미소와 다름없이 밝은

모습이었지만 다시 혼자가 되면 그 모습이 사라졌다.

한참이나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도저히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서야겠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청소부의 빗자루에 쓸려가는 낙엽처럼 가을은 이제 이

찬바람속에 내년으로 쓸려가는가 보다. 고개를 돌려 그녀가 비치는

음반집유리창을 한번 더보고 만화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5편

 

백수아가씨: 만화방을 혼자보고있다. 이병씨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았다. 이병씨?

호호 그렇게 부르니 좋은데.. 만화책몇권을 뽑아 보았다. 괜찮다.

공짜로 만화책보면서 돈도 벌고. 그리고 만화방아저씨하고 통성명도 했는데.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들어갔다.

이집 단골이었을때 눈이 띠던 녀석들이 제법있다.

들어오면서 여기 취직했냐고 묻는 놈들도 있었다.

이자리가 인기있는 자리구나.

그런데 눈에 제일 자주 띠던 그 낯익은 녀석은 오지를 않았다.

그 녀석한테는 이병씨말데로 삼십분정도는 공짜로 봐줘야겠다.

저녁무렵에 이병씨가 돌아왔다.

같이 좀 더 있었도 되는데 처음의 서먹한 느낌이 싫었을까?

오늘은 그만 가보라고 했다. 그의 얼굴에 약간의 그늘이 보였다.

인사를 하고 만화방을 나왔다.

나오다가 간판의 ’신’자를 다시한번 잡아 흔들어 보았다.

딱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그놈의 본드는 왜 그리 강력한거야.

잘못 붙였을때는 땔수 있도록 적당해야지. ’현철화학’확 망해버려라.

 

자취생:아침에 엄마가 차려놓은 밥을 맛있게 먹었다.

아버진 공부열심히해라는 소리만 남기고 출근하셨다.

먹을걸 잔뜩 싸놓은 박스를 메고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다.

차안에서 밖에서 손흔드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날씨도 잔뜩 흐려있다.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금강휴계소다.

날씨는 잔뜩흐린데다 무척이나 춥다. 눈이 올것 같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하나뽑을려고 줄을 섰다.

앞에 녀석이 혼자 뭐라 중얼거린다. 지윤씨 뭐라그러는데 꼭 바보같다.

차에 올랐탔는데 하늘에서 기여이 눈이 온다.

올해는 첫눈이 조금 빠른거 같다.

우쒸 만화방에 가야하는데 이눔의 눈 때문에 차가 졸라 막힌다.

서울에 도착하니 밤이다. 무려 11시간이나 걸렸다.

아까 내앞에서 커피뽑던 녀석이 눈에 띠였다.

저녀석도 우쒸를 남발한다.

추운가보다 가방에서 졸라 쪽팔리는 빨간체육복을 꺼내 속에 입는다.

괜히 몇시간 걸렸냐고 물어보았다.

창원에서 올랐왔다고 그러는데 10시간 걸렸다고 했다.

그럼 진주에서 창원까지는 한시간 걸리는구나.

만화방문이 잠겼있다.결국 오늘은 만화방을 가지 못했다.  

자취방에 도착하니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눈 때문에 늦었다고 말씀드렸다. 공부열심히해라는 소리와 함께 전화를 끊으셨다. 좀 맘이 찔린다.

내일부터 당분간 대출은 없다. 하지만 만화방은 간다.

아무래도 새로 만화방에 아르바이트한다는 녀석이 그녀한테

관심을 둘것같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날라차기를 연습했다.

그를 불러 이 날라차기를 보여주며 ’내가말이야. 이래뵈도 유단자야.

저아가씨는 내가 찍었으니 넌 관심꺼’라고 선제 엄포를 놓아야겠다.

날라차기를 하다가 집에서 먹을거 싸준 박스위에 떨어졌다.

바나나두개하고 귤세개가 박살이 나있었다.

에구구 아까운 내식량. 다행히 고기절여온 그릇은 무사했다.

더욱 수련해야겠다.

 

만화방총각: 그녀의 어두운 모습을 보아서일까?

아침에 무척이나 감상적이 되었다. 밖으로 나가 만화방문을 열었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아침공기가 차다.

들어와 소설을 쓸려고 공책을 폈다.

읽어보니 참 유치하단 생각이 든다. 어제쓴 부분은 모두 줄로 그어 버렸다.

그리고 옆에 시하나를 적었다. 제목은 꿈의정경이었다.

공책을 덮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혜지씨가 만화방간판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인사를 하니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그녀가 인사를 하고 급히 저 방향으로 가버린다. 그쪽에 집이 있나보다.

뛰어가는 뒷모습이 귀엽다.

그의 한손에는 쌀봉지가 들려있었고 다른 한손에는 초코파이 한상자가 들려있었다.

자취하나보다. 아빠가 올때쯤 먹을거 좀 많이 가져오라고 해야겠다.

혜지씨한테도 나눠줘야겠다. 내가 그래도 고용주 아닌가.

오늘 정경이는 음반점을 열지 않을것이다. 그녀는 카돌릭신자였으니까.

오후에 혜지씨가  발랄한 모습으로 출근을 했다.

같이 앉아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직 어색한 느낌이 든다. 집이나 갔다와야겠다.

그래 아빠나 어머니올때까지 기다릴것 없이 내가 가면되지 뭐. 멀지도 않다.

혜지씨한테 보조열쇠를 주며 오늘은

아무래도 여기 못올것 같다고 그러고 가고싶을때 집에 가라고 했다.

처음부터 너무 믿는게 아닌가 싶지만 오래전부터 봐온데로라면 착하고 정직한 여자같았다.

나갈채비를 하고 만화방문을 나서는데 혜지씨가 어디가냐고 물어보았다.

집에 간다고 그랬다. 아빠와 어머니가 반갑게 날 맞이했다.

아버지사업은 아임에프에도 불구하고 잘되나보다.

만화방 답답해서 못해먹겠다고 아빠한테 그러니까.

그것도 일종의 경영수업이라며 곧 아빠회사에 취직시켜준다고 그랬다.

참내 그럴걸 왜 입사원서는 그렇게 많이 사와서

날 낙방의 고통속에 몰아넣은걸까?  

딴회사 취직시켜놓고 기밀문서같은걸 빼내오게 할려고 그랬나?.  

경영수업은 학교에서 우수하게 배웠다고 그러니까. 실전은 다르다고 했다.

내가 힘든거 같이 보였을까?

아빠가 차(car: 카)한대 사줄까 그러셨다.

나가지도 못하는데 차는 무슨... 그냥 내일 먹을거나 많이 싸달라고 했다.

엄마한테 아버지보고 아빠라고 그랬던거 때문에 야단맞았다.

내가 삼대독자라 아빠. 아니지 아버지와 난 친구처럼 지내왔었다.

엄마는 4남1녀의 둘째라서 그런지 나한테 아버지처럼은 대하지 않았다.

다른 가정하고 비교한다면 엄마는 아빠같고 아빠는 엄마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난 아빠보다 엄마가 무섭다.

 

백수아가씨: 아침에 또 쌀이 떨어졌다. 일요일이라 아빠가 출근을 안하셨다.

엄마의 쌀떨어졌다는 소리에 아빠는 본능처럼 냉장고문을 열더니 박카스한병을

꺼냈다. 그리고 한손은 냉장고위 초코파이상자속으로 갔다.

초코파이가 손에 안잡히자 아빠는 입맛을 다셨다. 죄송해라.

아빠 어제 제가 마지막 남은 초코파이 먹어버렸어요.

엄마가 오천원을 손에 집어주었다. 쌀사오라는 소리겠지.

밖으로 나가는 날 아빠가 불러 세웠다. 삼천오백원을 주신다.

겟투담배한갑하고 초코파이한상자값이다.

물품을 다사고 집으로 오는데 만화방문이 열려 있다.

일요일인데 아침일찍 문을 열었다. 이병신만화방.

다시 ’신’자를 잡고 흔들어 보았다.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갑자기 뒤에서 "안녕하세요."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만화방아저씨다.

도둑이 제발 저렸을까? 많이 놀랐다. 그냥 인사만 답하고 바로 집으로 달렸다.

쌀을 든 쪽이 훨씬 무겁다. 한쪽으로 자꾸 기운다.

집쪽으로 도는 골목에서 결국 넘어졌다.

아픈거보다 주위에 누구 없나부터 살펴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없다.

쪽팔림이 가시고나니까. 넘어질때 다친 무릎이 무척아팠다.

엄마가 굶어죽일 작정이었냐며 늦었다고 구박을 했다.

그 소리에 아빠는 천장만 쳐다보고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아빠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을것이다.

’신이시여. 저여자가 진정 내 마누랍니까?’ 난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하늘이시여. 저분이 진정 우리 친엄마 맞나요?’

오후에 만화방에 출근을 했다. 출근이라는 말이 좀 이상하다.

이병씨가 날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날씨가 흐린게 비나 눈이 내릴거 같다. 이병씨는 또 어딜간다.

어제도 그랬지만 외출할때 그의 모습은 한마디로 죽인다.

자기방으로 들어갈때와 나올때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누구처럼 칠대삼가르마도 아니고 단정한 스포츠머리다.

외출할때의 옷을 보니 상당히 고급메이커다. 여자가 생겼나?

조심스레 어디가냐고 물어보았다. 그가 그냥 웃으며 집에 간다고 그랬다.

호호. 조금 안심이 되네. 근데 내가 왜 그한테 이끌려 가는 느낌이 들까?

퀸카라 자부했는데...

열쇠를 주며 집에 가고싶을때 가라고 그랬다. 날 믿는다는 증거다.

기분 괜찮은데...  오늘도 그 낯익은 녀석은 오지 않았다.

오전으로 시간대를 옮겼나? 밤 아홉시가 되었다. 슬 정리를 했다.

자꾸 손님이 들어오는데 다 돌려보냈다.

열시쯤 되어 만화방문을 닫았다. 밖으로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야 첫눈이다. 너무 신난다. 이러날은 아이스크림을 먹어야지.

수퍼에 가서 아이스크림 사가지고 집으로 오는데 만화방앞에 누군가 섰다가

다시 걸어가는 어깨에 상자를 맨 녀석을 보았다. 낯이 익은 뒷모습이다. 그녀석이다. 어디 갔다오는 걸까?

그와 제법 거리를 두고 걷고 있는데 여기서 들릴정도로 ’우쒸’를 남발하고 있다. 무슨 기분나쁜 일 있나? 첫눈오는데 기뻐해야지.

가다가 바닥에 쌓인 눈을 걷어찬다.

그녀석이 우리집방향과 반대방향의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그 골목과 우리집쪽

골목이 만나는 지점에서 그를 한참동안 쳐다봤다.

미끄러운 눈길에 한쪽엔 큰가방을 메고 다른 한쪽엔 상자까지메고 그기다가

발로 눈까지 차가면서도 넘어지지않고 잘도 간다.

저 골목어딘가에 저녀석이 사나보다.

난 겨우 쌀한봉지의 무게 때문에 넘어졌는데..

그녀석 뒷모습이 참 정겹게 느껴졌다.

 

두 남자중 누가 엑스트라일까요? 하하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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