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펌] 넘 슬픕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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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민 [goodguy] 쪽지 캡슐

1999-05-29 ㅣ No.1928

게시자: 이송희(ssong) >{//> [펀글]넘 슬픈 얘기 ㅠ.ㅠ

게시일: 1999-05-14 23:03:13

본문크기: 24 K bytes 번호: 128 조회/추천: 9/0

주제어: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의 아침은 괴롭다.

 

지끈거리는 머리와 쓰린 속이 어제의 술자리의 흔적이다.

 

나는 어제의 과음에도 오늘은 거길 찾아가봐야 겠다는 결심에는 변함이 없

 

었다. 정신을 깨기 위해 샤워를 하고, 대충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3개월 만에 거기를 찾는 것이다.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괴로운 발걸음이다.

 

특히 오늘은...

 

평일 오전이어서 그런지 고속도로는 하나도 안 막혔다. 한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것 같았다. 생각보다 빨리 그곳에 도착하게 되니 두렵기까지 했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된 것 같은데...

 

톨게이트를 빠지자 국도가 나왔다. 주변에는 올해의 극심한 이상기후에도

 

많은 벼들이 수확을 기다리며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국도를 따리 20분쯤 갔을까, 저기 진입 간판이 보였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그 길로 들어섰다.

 

그 길로 들어서자 마자, 옆에 꽃집이 눈에 띄었다. 전에 올때는 항상 서울

 

에서 사왔지만, 오늘은 경황이 없어 여기서 사기로 했다.

 

꽃집 할머니는 이 시간에 와서 꽃을 찾는 나를 보고, 모든 것을 짐작한다는

 

듯이 친절하게 꽃을 싸 주었다. 나는 은영이가 좋아했던 흰장미를 서른 송

 

이 샀다.

 

은영이가 있는 곳은 정문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나온다.

 

가뜩이나 인적이 뜸한 곳인데다가, 평일이어서 그런지 거의 사람이 눈에 띠

 

지 않았다.

 

공원 묘지에 와본 사람은 다들 느끼는 것이지만, 그 어마어마한 규모와 수

 

많은 묘비와 무덤에 씁쓸한 기분이 들 것이다. 산들을 깍아 거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누울 수 있는 장소를 마려해 둔 곳이다.

 

은영이는 산의 윗부분, 그러니까 경치가 좋은 곳에 있다.

 

차는 밑에 세워놓고, 장미를 들고 은영이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사방에는 온통 무덤밖에 안 보였다. 종종 꽃이 놓여 있는 무덤도 보였고,

 

오래된 무덤, 얼마 안된 무덤, 부잣집 무덤, 가난한 집 무덤, 기독교식 무

 

덤, 불교식 무덤등 살아있는 사람들의 다양함처럼 죽은 사람들이 묻친 곳들

 

도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이 묘지에 있는 수천개 무덤 중에 은영이가 누워있는 곳이 제

 

일 아름답게 보였다.

 

그 넓은 묘지가 훤히 보이는 좋은 자리에 은영이는 누웠있다.

 

은영이 앞에 서서,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쉈다. 그것도 언덕이라고 올라

 

오는데 꽤 힘이 들었다. 은영이 묘비 옆에는 어머니가 가져다 주셨을 예븐

 

조화가 한 다발 꼿혀 있었다.

 

나는 3개월 만이었다...

 

은영이 생일, 그러니까 3주기 되던 날 오고 오늘이 처음인 것이다.

 

가져온 하얀 장미를 은영이 옆에 꼿아두고 앞에 섰다.

 

꽃이라면 그것도 하얀 장미라면 그렇게 좋아하던 은영이의 웃는 얼굴이 떠

 

올랐다. 죽을때까지 마른 것만 같았던 눈물이 나오려는 것 같았다.

 

참기 위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서울에서 출발했을때는 맑기만 했는

 

데, 슬슬 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보니 소나기라도 쏟아질 것 같다.

 

가을비는 차가울 텐데, 은영이가 걱정되었다..

 

오늘 내가 은영이를 찾아온 것은 뭐가를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락을 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은영이에게 혼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가만히 서서 은영이가 곱게 누워있는 곳을 보니, 온갖 생각이 머리속을 지

 

나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가만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돌아설까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은영이는 이해할꺼란 생각도 들고, 꼭 말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담배를 한대 피고 싶었지만, 은영이가 싫어했던 것이 기억이 나 그냥

 

있었다..

 

역시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은영아..

 

  내게 이런 때가 오리란, 네가 떠나고 나서 상상도 못했다.

 

  너는 떠나면서, 나의 모든 사랑을 앗아갔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나도 그걸 원했고....

 

  우습지...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어쩌면 삼류가요 가사처럼 되가는 내가 한심해 보여...

 

  어젯밤에 술 마시면서, 그 노래만 들었다.

 

  너도 좋아한 노래 있잖아.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 나온 I dreamed a dream, 바로 그 노래야..

 

  너 이 노래 처음 듣고 가사가 너무 슬프다고 했지..

 

  바로 그 부분..

 

   '..I dreamed that love would never die...'

 

  사랑이 끝나지 않는 다는 것은 단지 꿈이었을까...

 

  휴...

 

  이런 말하기 너무 힘들구나..

 

  어제 술마실때는 쉬울줄 알았는데...

 

  나 딴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

 

 

 

힘든 말을 하려 할때 어깨에 차가운 빗방울이 느껴졌다.

 

가을 소나기 였다. 순식간에 억수 같이 퍼부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하늘이 나 대신 울어주는 것 같았다.

 

얼굴에 흐르는 빗방울은 눈물을 씻겨 주었다.

 

 

 

  "그 애는 너와 닮았다...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웃기는 것은 그 애도 나를 좋아하는 지는 모르겠어..

 

  그냥 내 감정일뿐인데...

 

  너와 헤어진지 3년밖에 안 되었는데...

 

  나 정말 병신 아니냐?

 

  이런 내가 나 자신도 너무 싫다..

 

  아, 모르겠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지..."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떨어지는 비를 보니 은영이의 사랑을 처음 느꼈

 

을 때가 생각났다. 그날도 비가 갑자기 억수로 쏟아졌다.

 

시험을 보고 있던 나는 우산을 미쳐 준비 못했다. 복도에 서서 떨어지는 비

 

만 하염없이 보면서 그치기 만을 기다렸다. 그때 아주 예쁘장한 애가 우산

 

을 쓰여 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얼굴만 알고 인사하던 후배였던

 

은영이었다. 나는 우연으로 생각하고 고맙게 그 우산을 같이 쓰고 나왔다.

 

그때부터 우리는 친해졌고...

 

나중에 은영이가 얘기하는데, 도서관에서 내가 우산없이 시험보러 가는걸

 

봤단다. 그래서 시험 끝날 시간에 우산을 들고 내가 나오기를 강의실 밖에

 

서 기다렸다고 수줍게 말했다....

 

비를 보며 그 추억에 잠겨있을때, 갑자기 누군가가 나에게 우산을 쓰여 주

 

는 것이었다. 나는 놀라면서 순간적으로 은영이이길 바라면서 나에게 우

 

산을 받쳐준 사람을 돌아봤다.

 

역시 은영이는 아니었다. 하얀 옷을 입은 젊은 여자였다.

 

 

 

  "아까부터 봤는데.. 비가 와도 꼼짝않고 서서  

 

  개의치 않는 것이 안타까워 보여서요..

 

  빗방울이 찬데 감기 들으면 어떡하실려고요..

 

  사랑하셨던 분이신가 보죠?"

 

 

 

그 여자는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다시한번 나에게 우산 쓰여 준

 

여자의 모습을 살펴 보았다. 결코 미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얼굴이었고, 키

 

도 별로 크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친근하고 푸근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것만 같았다. 특히 따뜻한 눈에서 그 느낌은 강하

 

게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저도 곧 내려가려고 했어요..

 

  비올 줄 몰라 우산을 준비 못했거든요..."

 

 

 

그 여자는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은영이의 자리를 보면서 말했다.

 

 

 

  "부러워요... 이 정도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

 

 

 

  "네..사랑했었습니다. 죽도록...

 

  하지만 지금은.....

 

  어느 분 찾아오셨나요?"

 

 

 

  "저는 그냥 가족 중 한사람이요..."

 

 

 

그 여자는 나의 질문을 얼버부리며, 은영이 자리만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

 

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작은 우산으로 나를

 

쓰여 주는라고 자기가 비를 다 맞고 있었다. 나는 미안해서 주위를 둘러보

 

았다. 저쪽 끝에 천막이 하나 보였다. 어제 누군가가 뭔가 하고 아직 안 치

 

운 것 같았다. 거기라면 비는 피할 정도는 되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저기서 잠깐 비를 피하자고 제의했다.

 

천막안에서 바라보는 비오는 날 묘지의 정경은 신비하기까지 했다.

 

확 트인 전망에 저 산너머에 걸린 구름과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

 

그 여자는 계속해서 나와 은영이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 분 돌아가신지 오래된 것 같은데요...

 

  아직도 대단한 정성이세요..."

 

 

 

  "오래되기는.. 겨우 3년전일입니다.

 

  어떡해 생각하면 바로 어제같기도 하는데요..."

 

 

 

그녀의 눈에서 느끼는 푸근한 감정과 친절함이, 평소에는 거의 입밖으로 내

 

지 않았던 은영이의 마지막 얘기까지 하게 했다.

 

어쩌면 오늘은 내가 그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섰는지도 모른다.

 

 

 

  "바로 은영이 스무번째 생일이었어요..

 

  왜 그러거 있잖아요.. 스무번째 생일에는 장미꽃이니, 향수니, 키스니

 

  연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날이잖아요...

 

  저도 은영이의 스무번째 생일은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장미꽃 200송이 사보셨어요?

 

  꽤 많은 양이예요..

 

  저는 은영이가 좋아하는 하얀 장미로만 200송이를 준비했어요..

 

  그 애가 기뻐서 웃는 얼굴만 보면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으니까요.

 

  만나기로 한 까페에서 그 애를 기다렸습니다.

 

  언제나 약속을 하면 먼저 나와 있는 애가 그날에는 좀 늦는 것이었어요..

 

  항상 약속장소에 먼저 나와 있으면서, 자기는 튕길지도 모르는 바보라고

 

  귀여운 투정을 부리곤 하던 앤데.....

 

  저는 기다렸습니다...

 

  그런 일이 났으리라곤 생각도 못하고...

 

  집에 전화해봐도 받는 사람 아무도 없고...

 

  두사건, 세시간 계속 기다렸습니다...

 

  장미는 점점 시들어가는 것 같았고...

 

  혹시나 하고 우리집에 전화 걸어봤더니, 사고 소식과 병원을 가르쳐 주더

 

  군요....

 

  갑자기 세상이 윙하는 것 같고 어지러워지더군요..

 

  저는 미친 듯이 병원으로 갔습니다.

 

  은영이의 부모님께서 복도에서 울고 계시더군요....

 

  문을 밀치고 들어갔을때, 은영이는 잠 들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 평화롭게... 그래서 깨울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나를 떠난 사람 같지 않았어요...

 

  집앞 횡단보도에서 신호 무시하고 달려오던 차에 치였데요..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였는데, 잘못 쓰러저 그만 머리가....

 

  그 애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장미 200송이도 못 받고, 자기 스무번째 생일에..."

 

 

 

그녀는 내 말을 무엇을 회상이나 하는 듯한 표정으로 들어주었다.

 

그러더니 애정어린 목소리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래도 일한씨는 은영씨에게 매년 수 많은 사랑의 장미를 가져다

 

  주었을 것 아니예요... 은영씨도 행복하게 느꼈을 꺼예요...

 

  그런거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은영씨가 사고 당한 순간,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마 이런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자기가 못가면 일한씨 많이 기다릴텐데...

 

  은영씨라면 마지막 순간에 그런 걱정 했을 것 같아요..."

 

 

 

그녀는 마치 나와 은영이를 잘 안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녀의 얘기에서 뭔가 어색하고 이상한 점은 느꼈지만, 어떤 것이지는 그때

 

는 잘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안타까운 표정을 봤을때, 나의 의심은

 

사라졌다. 그녀는 계속해서 물었다. 나는 초면에 이런정도의 얘가하는 것이

 

이상하게도 느껴졌지만, 그녀에게는 어쩐지 들려주고 싶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은영씨를 찾아왔죠?

 

  특별한 날인가요?"

 

 

 

  "특별한 날이라....

 

  오늘 은영이에게 뭔가 얘기하려고요...

 

  은영이가 떠난 뒤, 저의 모든 생활은 끝났습니다...

 

  학교도 다닐 수 없더군요..

 

  어딜 가든 은영이의 체취가 느껴졌어요...

 

  당장이라도 저기서 환한 웃음을 지며 손을 흔들고, 나에게 달려올 것만

 

  같았어요...

 

  도저히 견딜 수 없더군요...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더군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은영이와의 이별을 끝으로 내 인생의 모든 사랑은 끝

 

  이라고...

 

  하지만...

 

  참을 수 없어 군대로 갔습니다... 도피였죠...

 

  18개월이 끝마친 뒤에도 은영이는 잠시 어디 떠나 있는 애처럼 느껴졌습

 

  니다. 이대로 학교로 돌아갈 수 없어, 거의 1년동안 외국을 돌아다녔습니

 

  다. 외국에서도 은영이가 생각나더군요...

 

  혼자 생활해서 그런지 더욱 심琴어요..

 

  복학한 후에는 다른 여자들도 만나봤어요...

 

  아무런 감정도 못 느끼고, 시간낭비 같더군요....

 

  그 애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는 정말 은영이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다시 다른 사람은 죽어도 좋아질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서 이 사실은 은영이에게 얘기해 주려고 오늘 찾아왔어요..

 

  내가 나쁜 놈이죠?

 

  은영이 많이 실망했겠죠...

 

  겨우 3년만에 딴 여자 좋아하게 된 지조없는 놈이라고...

 

  용서를 빌러 온 것일지도 모르죠...."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말했다.

 

그녀는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슬픈 눈으로 나를 보고, 슬픈 목소리로 얘기

 

해 주었다.

 

 

 

  "은영씨는 절대 그렇지 않게 생각할 것이예요...

 

  은영씨는 일한씨의 행복을 죽어서도 기원하고 있을것이예요..

 

  <ALWAYS>보고 서로 그렇게 생각했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하는 길이 진정 사랑의 길이라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여자가 어떻게 우리들의 <ALWAYS> 얘기를 아는지..

 

<ALWAYS>는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중에 하나다. 고스트를 보고도 시시

 

했다는 은영이는 이 영화를 비디오로 보고 펑펑 울었다.

 

스필버그가 동화같은 사랑얘기를 아름답게 펼친 이 영화를 우리는 여러번

 

봤다. 볼때마다 은영이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죽어서 생전에 사랑했던 여인의 행복을 위해, 그 여인에게 다른 사랑을 찾

 

아줘야 하는 숙명적인 한 남자 얘기...

 

결국 자기가 사랑했던 여인이 딴 남자를 사랑하게 만들고, 쓸쓸히 떠나는

 

그 뒷모습에 은영이는 너무 슬퍼했다.

 

그때부터 은영이는 홀리 헌터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의 테마곡은 <SMOKE GETS IN YOUR EYES>가 되고...

 

이 영화 보고 우리는 한참을 얘기했다.

 

과연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한 최선책이 그를 떠나보내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냐는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을 떠내보낸다면

 

, 그것은 사랑에 자신이 없는 비겁자로 보일 수도 있고, 또 자기 힘으로 사

 

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떠나는 것이 그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 얘기로 밤을 세운 적도 있다.

 

그때 내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너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나는 너를 떠나보낼 수 있다고...

 

그랬더니 은영이는 삐친듯이 오빠 그렇게 자신 없냐고 하면서 자기는

 

죽어도 그리고 떠나라고 해도 떠나지 않을 것라고 우겼었다...

 

그런데 은영이가 떠난 것이다...

 

여하튼 그 여자의 <ALWAYS> 얘기에 이상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되었

 

다.

 

우연치고는 너무 이상했다. 그녀는 나의 그런 의심을 아는지, 모르느지, 얘

 

기를 계속했다.

 

 

 

  "사랑은 이기적인것이 아니라면서요...

 

  은영씨는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예요..

 

  오직 소유라는 일차적 사랑의 감정보다는, 그 사람의 행복에 더 많은 생

 

  각이 있을 것이예요..

 

  자기가 먼저 떠나는 바람에 일한씨 곁에서 일한씨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

 

  한 것이 은영씨의 가장 큰 슬픔이네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은영씨는 행복할 때도 있었어요..

 

  바로 일한씨의 따스한 애정을 느낄때....

 

  원래 따뜻한 감정은 잘 전해지잖아요...

 

  아마 은영씨도 다 알고 있을 것예요.....

 

  그녀는 일한씨의 새로운 사랑을 진정으로 원할 것예요..

 

  행복과 함께...

 

  허락은 받은걸로 치세요...."

 

 

 

그녀는 나를 슬픈면서도 따뜻한 눈길을 바라보면서 얘기를 끝마쳤다.

 

어느새 소나기는 그쳐있었다.

 

나는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데, 나와 은영이에 대해서 자기 얘기 하듯이 할 수 있는

 

지 궁금했다. 그녀에 대해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식사나 같이 하면서 더 얘기해볼 생각이었는데,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더니, 나에게 와락 안기더니, 뭐라고 얘기하더니 저쪽으로 뛰어갔다.

 

나는 너무 당황하고 어리둥절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너무 순간적이고, 놀라 그녀가 한 말이 어떤 말이었던가를 알아차렸을땐,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녀는 나 품에 안겨 이렇게 중얼거렸었다.

 

 

 

  "행복해야돼... 내사랑...

 

   이젠 안녕...."

 

 

 

그녀는 벌써 안보일 정도로 멀어졌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다시 은영이의 무덤앞에 섰다. 그 정체모를 여자가 해준 말때문인지, 은영

 

이의 따스한 눈길과 사랑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오늘은 그만 떠날생각으로 묘지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그 여자 생각을 했다.

 

내가 왜 그렇게 그 여자에게 편안함과 친근함을 느꼈을까...

 

이름도 모르는데....

 

그렇다!

 

아까 말할때 이상하게 느꼈졌던 건 바로 내 이름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나의 이름을 소개한 적이 없는데, 그녀는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너무 이상한 만남이었다...

 

차를 몰고 묘지를 나왔다.

 

아까 꽃을 산 꽃집앞을 지나려는 데, 아까 그 여자의 뒷모습이 언뜻 보였다

 

. 나는 차를 세우고, 그 꽃집으로 갔다.

 

뒷모습을 보니, 흰 옷에 그 여자가 확실했다.

 

꽃앞에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다가가 말을 걸었다. 고개를 돌리는 그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까 그녀가 틀림이 없는데, 뭔가 얼이 빠진 듯 꽃잎을 씹어벅고 있는 것이

 

었다. 아까는 깨끗해 보이는 힌 옷도 이제는 지저분해 보이고...

 

나는 계속해서 말을 걸었지만, 웅얼웅얼 거릴뿐 내 말을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아 보았다. 나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분명히 묘지 위의 그녀가 확실한데...

 

더 확실한 것은 그녀옆에 아까 나를 받쳐준 그 우산도 나동그라져 있는 것

 

이다.

 

내가 그녀를 계속해서 다그치고 있는데, 꽃집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충격적

 

인 얘기를 끄냈다.

 

 

 

  "젊은이도 누군가를 만나봐겠군...

 

  그 애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소용없어요..

 

  그 애는 태어날때부터 그 모양이니까...

 

  내 딸년이요...

 

  오늘도 묘지에 올라갔었나 보군....

 

  요즈음은 그런일이 좀 뜸하다 했는데...

 

  나도 처음에는 안 믿었지만, 여러번 일어나니까 믿게 되구려...

 

  그 애는 정신이 나간애요....그런데 가끔씩 묘지에 올라가 정신이 말짱해

 

  져서 묘지를 찾아온 사람과 이상한 대화를 나눠요...

 

  죽은 사람들의 말을 전해주죠...

 

  용하다는 점장이 말로는 이 애는 가끔씩 묘지의 혼령들에게 자기 몸을 빌

 

  려 줘, 그 죽은 사람의 꼭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이 찾아오거나,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이 애를 통해 하게 한데요...

 

  그러니까 이 애는 빈껍데기이고, 귀신이 쓰이는 것이고...

 

  안 믿어도 할 수 없수...

 

  하긴 젊은이도 누군가 만나서, 중요한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나는 그제서야 그 모든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까 묘지에서 만

 

난 그 여인은 은영이의 혼이 들어가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모를 따뜻함과 친밀함 그리고 애정어린 시선.... 모두 은영이 것이

 

었다.

 

은영이는 그렇게 해서, 나에게 자기의 할 말을 한 것이다...

 

마지막의 작별인사까지도...

 

나는 또 그런일은 안 일어난다는 그 할머니에게 애원을 하며, 그 저능아 딸

 

을 데리고 은영이 묘로 다시 올라갔다.

 

혹시 은영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란 기대로...

 

그 자리에서 나는 미친듯이 은영이를 불렀다. 제발 한번만 더 만나자고...

 

거의 절규였다...

 

그 저능아 애는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흙가지고 장난치고 있었다.

 

해질때까지 나는 계속 은영이 무덤앞에서 기다렸다.

 

은영이의 무덤앞에 무릎을 꿇고 흐느끼고 있는데, 그 할머니가 딸을 데리러

 

올라왔다. 그러면서 한마디 던져 주었다.

 

 

 

  "이제까지 한번 나타난 귀신은 다시 이 애에게 안 왔수..

 

  그러니까 이제 집으로 가 봐요...

 

  그래도 젊은이는 행운인줄 알아요...

 

  죽은 사람 만나는 것이 그리 쉬운 것 일인가...."

 

 

 

서울로 돌아오는 차에서 나는 오늘 일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은영이는 나의 행복을 위해 나를 떠나 보내주려 한 것이다..

 

나쁜 애...

 

혼자 그렇게 떠나, 남아있는 사람을 괴롭게 하다니...

 

나는 확신했다. 내가 만약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하더라도, 은영이는

 

내 마음속에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한 구석에 소중히, 그리고 영원히 남

 

아있을 것이란 것을....

 

어둑해진 차창 밖으로, 은영이의 웃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일한이 오빠, 꼭 행복하기로 약속해요... 내 몫까지..."

 

 

 

자식...

 

서울로 오는 길 내내,

 

내 볼에는 두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good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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