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동성당 자유게시판 : 붓가는대로 마우스 가는대로 적어보세요

주님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인쇄

임철균 [zoster] 쪽지 캡슐

2009-07-16 ㅣ No.6885

주님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침에 병원에 출근할 때 마다  주님으로 부터 세상을 향해 파견되는 마음으로
차를 몰고 차동엽신부님 주일복음묵상 테잎이나 박용수바오로 선교사님 신앙학교 테잎 등을 들으면서
은혜스럽게 기분좋게 잘 갑니다.
이윽고 직장에 가서 자리에 앉으면 성호경을 긋고 주님께 기도를 합니다.
"오늘 하루 제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저의 모습을 통하여 주님을 증거할 수 있게 해주시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이면서)...
제가 따뜻한 미소와 다정한 말씨로 사람들을 대하게 해주소서...아멘!"
이렇게 아침 진료를 시작하지만 하루생활이 기도대로 잘 안됩니다.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잘 나가다가도 저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뭔가 계속 말이 잘 안통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이미 설명을 여러차례 했음에도 몇 번씩 똑 같은걸 반복적으로 물어보는 사람을 만나거나,
저의 실력이나 저의 말을 의심하는 듯한 투로 말하는 사람 등을 만나면
아무리 호의를 가지고 대하다가도 이내 실패하고 맙니다.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실패를 합니다.
주님을 증거하기는 커녕 급기야 환자한테 화를 내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그러고나면 기분이 완전히 다운이 됩니다.
참담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역시 오늘도 실패로구나...정말 쉽지 않구나...이런 기분으로 하루종일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원수는 커녕 나를 화나게 하고 짜증나게 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도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말 쉽지 않습니다.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한번만 더 참으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환자와 다투고 나면 직원들과 이야기 합니다.
그사람 좀 성격이 이상하지 않아?  좀 이상하지 그치?
이러면서 스스로 위안을 해보기도 합니다만,
따지고보면 순전히 저의 책임일 따름입니다. 누굴 탓하겠습니까? 
딱 한번만 더 참았으면 되는데
딱 한번만 미소를 더 지었으면 되는데
딱 한번만 더 따뜻한 말씨로 설명을 했으면 되는데
 
저녁에 퇴근하면 자기전 까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주님께 죄송한 마음도 마음이려니와
저로 인해서 상처받았을 그 환자분들을 생각하면 너무 미안합니다.
자기전에 성령님께 저로 인하여 상처받았을 그 분들의 마음을 위로해 달라고 기도중에 부탁을 드려봅니다.
그리고나선 다음날 날이 밝으면 또 다시 반복이 됩니다.
그러니 신앙생활이 기쁘고 은혜스럽기 보단 어떻게 보면 하루하루가 전쟁과 같습니다.
실패하고 용서를 빌고 또 실패하고 또 용서를 빌고,
기분이 다운되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저는 가끔 다혈질이신 우리 본당신부님을 보면서 위로를 받곤합니다.
신부님껜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아이고 신부님도 저러시는데 하물며 평신도인 내가 뭐..."
어떨땐 우리 신부님이 참 고맙습니다. 아니 사랑스럽습니다.
만일 신부님들이 인간적으로 신앙적으로 너무 완벽한 모습을 보이신다면
아마 저 같은 사람은 오히려 좌절하고 말 것입니다.
신앙이라는 것이 저렇게 힘들어서야 이러면서 감히 엄두도 못낼 것 같습니다.
 
내일 또 다시 아침이 밝으면 저는  차안에서 테잎을 들을 것이고
말씀을 들으면서 또 은혜를 받고 힘을 충전할 것입니다.
아마 그리고 또 실패를 하겠지요.
사랑의 실천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 까지도 없이
주님을 증거한다고 거만떨 것도 없이
저를 찾아온 환자분들께 따뜻한 말한마디와 미소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을 믿고 또 시도해 보렵니다.
될 때 까지...
단 하루라도, 아니 단 반나절이라도
성공하는 모습을 주님께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103 4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