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끝이 없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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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에게 가장 안타까운 일이 하나 있다면 도무지 책을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읽고 싶은 책들을 사두고도 따로 그것들을 가까이 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참으로 이상한 일이란... 컴 앞에 앉아서 게시물들을 읽을 때는 졸음이 쏟아지다가도 바로 잠이 깨는데 책만 들었다하면 몇십분을 넘기지 못하고 잠이 들어 버리게 되지요. 그럴 때마다 ’이게 나이가 들어가는 징조인가 ’ 싶기도 하고 독서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나의 육체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책이란 놈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은... 몇달 전에 사두었던 박노해님의 ’오늘은 다르게’ 란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지레 겁을 먹구선 긴 산문은 아예 포기하구 중간 중간 걸려있는 시들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시 한 편을 여기 올리려 합니다.
우리 모두가 걸어가는 이 길의 끝에 나름대로 설정해둔 그 자리가 아득히 멀고 이루어질 수 없는 듯이 보이더라도, 조바심치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일이 하늘나라의 기쁨으로 우리 가슴을 채우리라 저는 믿는답니다.
끝이 없는 길
박노해
미움이 가득한 이 세상에 사랑이 없다면 불의가 판치는 이 세상에 정의가 없다면 가진 자 더 가진 이 세상에 운동이 없다면
나는 한바탕 쓰러지고 깨어져서야 알게 되었네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은 애당초 끝이 없다는 걸 그것은 내가 그만 둘 수도 없고 그 누구도 끝낼 수도 없다는 걸 그것들은 인생 전체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구해야만 한다는 걸
그러니 나는 그것의 완성을 바라지 않네 그것이 어서 빨리 끝나기를 바라지도 않네 오직 좋은 일을 하는 것을 즐기며 나아갈 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사이좋게 해나가려 애쓸 뿐
끝도 없고 완성도 없는 이 길에서 나는 오늘도 새순처럼 웃네 이렇게 아픔으로 이렇게 슬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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