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첫사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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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2001-07-02 ㅣ No.4769

예수님께서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으라고 하셨다죠??

들을 마음이 있는 사람은 알아들을꺼란 말씀이셨겠죠......

그런데......

내가 20년을 줄곧 그렇게 사랑한다구 말해댄 그 사람은

나의 순정을 알아들을 귀가 없는 거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이런 투정을 여기서 부려두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이거 바가지 긁기 공개작전입니다....

최후의 방어수단이죠.....

 

****************************************************

 

 

첫사랑에게

 

 

 

넌 잘 알고 있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때

 

너,

 

불의한 시절, 날선 눈빛에 가득 서린 증오

 

세상 아픔에 가여워진 힘든 어깨

 

내 가슴을 온통 들쑤셔 놓은 불사름이었어

 

오래, 아주 오래

 

지독한 사랑에 빠져 있었던거야.

 

 

 

그 때

 

날 기억하니?

 

여리고 순진했던,

 

세상에 갓 나온 햇잎이었던 수줍음

 

널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나의 온 우주가

 

송두리째 무너져내리는 혼란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니?  그 때

 

너 참 많이 울었어

 

많이도 휘청거렸어

 

널 안타깝게 바라보며

 

어린 열정 온전히 바쳤던 그 순결

 

내 작은 몸에 너무 버거운 사랑

 

눌리고 지쳐서

 

되지도 않게

 

널 내게 보내주신 하늘 원망까지 하던

 

그 아픔 잊지 않았니?

 

 

 

이젠 네 가슴 속에

 

짠한 눈물 보이지 않아

 

넌 젊은 사장님되고

 

난 펑퍼짐한 아줌마되어

 

가진 것 많아 행복한 우리

 

오늘 이 모습을 위하여

 

우리 그렇게 치열하게

 

엎어지고 자빠지고

 

울며 불며 질척거렸을까?

 

............

 

어쩌면

 

이렇게 널널한 중년의 여유로움마저

 

우리 한 세상 삶의 또 다른 진실일지도 몰라

 

진정 복 받은 인생이라고 믿고 싶은 거야

 

부끄런 내 모습과 타협하는 거지.

 

 

 

그런데 난

 

자꾸만 고달펐던 눈물의 날들이

 

그리워져서 눈빛이 흐려져

 

이런 날 보면 화낼지도 몰라

 

언제까지 어린애같이 굴꺼냐고

 

화내지마

 

세상을 향한 너의 칼날

 

내 어린 순정이 무디게 만들었을지 몰라

 

우리 그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때 내겐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랑 해내고 있는 것처럼

 

굳은 믿음 절실했었는데

 

지금 우리, 사랑하고 있는거지?

 

그 때 많이 힘들어하던  지극한 사랑

 

잊어버리지 말자

 

오늘을 사는 또 다른 아픔 속에서

 

작은 눈물 키워나가자.

 

 

 

너도 이젠,

 

눈물 닦아주는 사람이 돼

 

너의 얼굴에 그늘 사라지고

 

번뜩이던 눈빛 보이지 않아도

 

오늘 너의 마음엔 사랑 깃들어 있어

 

너의 눈엔 온화한 중년의 따뜻함 서리게 되었어

 

그 사랑  쏟아내는 사람이 돼.

 

 

 

우리 그 때

 

다 바치지 못한 소중한 理想

 

살면서

 

그냥 이렇게 아름답게 살면서

 

손잡고 가는 곳 마다 사랑 뿌려주는

 

또 다시 눈물나는 삶

 

숙연하게 살아보자.

 

우리 첫사랑을 기억하면서.....               97.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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