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첫사랑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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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으라고 하셨다죠?? 들을 마음이 있는 사람은 알아들을꺼란 말씀이셨겠죠...... 그런데...... 내가 20년을 줄곧 그렇게 사랑한다구 말해댄 그 사람은 나의 순정을 알아들을 귀가 없는 거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이런 투정을 여기서 부려두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이거 바가지 긁기 공개작전입니다.... 최후의 방어수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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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게
넌 잘 알고 있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때
너,
불의한 시절, 날선 눈빛에 가득 서린 증오
세상 아픔에 가여워진 힘든 어깨
내 가슴을 온통 들쑤셔 놓은 불사름이었어
오래, 아주 오래
지독한 사랑에 빠져 있었던거야.
그 때
날 기억하니?
여리고 순진했던,
세상에 갓 나온 햇잎이었던 수줍음
널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나의 온 우주가
송두리째 무너져내리는 혼란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니? 그 때
너 참 많이 울었어
많이도 휘청거렸어
널 안타깝게 바라보며
어린 열정 온전히 바쳤던 그 순결
내 작은 몸에 너무 버거운 사랑
눌리고 지쳐서
되지도 않게
널 내게 보내주신 하늘 원망까지 하던
그 아픔 잊지 않았니?
이젠 네 가슴 속에
짠한 눈물 보이지 않아
넌 젊은 사장님되고
난 펑퍼짐한 아줌마되어
가진 것 많아 행복한 우리
오늘 이 모습을 위하여
우리 그렇게 치열하게
엎어지고 자빠지고
울며 불며 질척거렸을까?
............
어쩌면
이렇게 널널한 중년의 여유로움마저
우리 한 세상 삶의 또 다른 진실일지도 몰라
진정 복 받은 인생이라고 믿고 싶은 거야
부끄런 내 모습과 타협하는 거지.
그런데 난
자꾸만 고달펐던 눈물의 날들이
그리워져서 눈빛이 흐려져
이런 날 보면 화낼지도 몰라
언제까지 어린애같이 굴꺼냐고
화내지마
세상을 향한 너의 칼날
내 어린 순정이 무디게 만들었을지 몰라
우리 그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때 내겐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랑 해내고 있는 것처럼
굳은 믿음 절실했었는데
지금 우리, 사랑하고 있는거지?
그 때 많이 힘들어하던 지극한 사랑
잊어버리지 말자
오늘을 사는 또 다른 아픔 속에서
작은 눈물 키워나가자.
너도 이젠,
눈물 닦아주는 사람이 돼
너의 얼굴에 그늘 사라지고
번뜩이던 눈빛 보이지 않아도
오늘 너의 마음엔 사랑 깃들어 있어
너의 눈엔 온화한 중년의 따뜻함 서리게 되었어
그 사랑 쏟아내는 사람이 돼.
우리 그 때
다 바치지 못한 소중한 理想
살면서
그냥 이렇게 아름답게 살면서
손잡고 가는 곳 마다 사랑 뿌려주는
또 다시 눈물나는 삶
숙연하게 살아보자.
우리 첫사랑을 기억하면서..... 97. 8. 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