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근종이에게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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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일 [sojupark] 쪽지 캡슐

2000-06-15 ㅣ No.687

보고싶은 소리마당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고 있죠?

무더운 날씨에 건강은 괜찮은지...   여기 날씨는 무척 덥답니다.

그런데 전 감기에 걸렸어요.  여름 감기는 *도 안 걸린다고 하는데 여기 있는 훈련병들 절반이 감기에 걸렸답니다.  다들 훈련이 많이 힘든가봐요.  저는 아직 그렇게 힘든 편은 아니랍니다.  좋은 분대장님들을 만나서 그런지 훈련도, 기합도 적당하고 옆에있는 동기들도 다들 좋답니다.

이제는 여기 생할도 많이 익숙해졌요.  자고 일어나는 것도 그렇고, 짬밥도 맛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그런지 살도 많이 찐 것 같고 ...  그리고 훈련도 재미있어요.  어제는 PRI훈련을 했고 다음주에 자격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10일차 교육인데 밖에 비가 오네요.  그래서 내무실에 앉아서 눈치를 보아가며 편지를 쓰고 있답니다.  여기에 있으니까 모든 것이 느낌이 새로오ㅝ요.  창밖에 내리는 비도 사회에 있을때와 다른 느낌이 든답니다.  또 사소한 일에도 행복하다는 걸 느껴요.  편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것도, 땀에 젖은 몸을 씻을 수 있는 것도 너무 너무 행복하답니다.  군대에 와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시간이 많이 남네요.  오전에 태권도 배우고 오후에는 거의 자유시간 수준이랍니다.  정신 교육이라고 외워야하는 과제가 있는데 공부하기 싫어서 눈치껏 편지 쓰고 있는 중이랍니다.

다들 많이 보고 싶어요.  잘 있는지 걱정되기도 하고...  힘든 훈련 받고 쉬는 시간에 많이 생각난답니다.  장구치던 생각도 나고 놀러다니던 생각도 나고 늦게까지 술 마시던 생각도 나고... 성당 갈 때도 많이 생각나구요.  처음에 입소대대에서 성당에 갔을 때는 길음동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려고 하였어요.  군인성가를 부르는데 왜 그렇게 생각이 나는지...

미사시간 한시간동안 노래 부르면서 눈물이 나려고 그랬는데 지금은성당에 사거 재미나게 미사 드리고 온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재광이 형도 입대하죠?  날씨가 많이 더울때 가서 힘들텐데 훈련 조심해서 받고 건강하게 잘 갔다와요.  가기전에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고...  그리고 군대가는 거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저도 많이 걱정했는데 별거 아니더라구요.  군생활도 한번쯤은 해볼만한 것 같으니까 열심히 하시고요, 형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선임으로서 근종이가 한 마디 했습니다^^; 나중에 자대 같은 곳으로 배치 받으면 잘 봐줄께요. 저 이제 그만 써야겠네요.  모두들 잘 지내고...

저한테 편지 많이 써주시길 바래요.

다음에 또 쓰겠습니다.

                                             2000년 6월 10일

                                                 근종이가...

 

근종이가 사는 곳 :

충남 논산시 연무읍 죽평리 사서함 76-10호

26교육연대 1대대 4중대 2소대 48번 훈련병 봉근종  (3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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