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가장 낮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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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팔석 [hpsiloveu] 쪽지 캡슐

2005-03-17 ㅣ No.3943

 

 

할아버지 점심 드셨어요.

 

혼자 여기에 계신 거예요.

 

가족은 안계신가요?

 

할아버지 가실곳 있으세요?.

 

가로 막지마. 햇빛쫌 쬐게. 조금 있으면 어두워져요.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아니야 아직 햇볕이 남아 있어 지그던 갈거야.

 

자네 갈길가. 나 이게 좋아 자꾸 그러면 나 갈곳 없어 

 

일조권 침해했는지. 

 

카톨릭 신앙 처럼 그분의 뜻을 전하고저

 

나대로 인간다워 지려했는데 그것은 표 내려는

 

내 그릇된 오만   

 

훌훌 떨어 버리고,

 

지팡이 의지해 가물가물 사라지는 뒷 모습

 

하닐없이 하루를 보내고 넋두리 처럼 오늘도 내일이고

 

내일도 오늘이듯 챗바퀴 다람쥐처럼 돌다 보면 세월이

 

성큼 다가워 젊고 아름 다웠던 시절을 어디에 다 보내고

 

이 늙은이 되어 석양이 지는 공원벤치에 혼자 앉자 추억을..

 

그 추운 계절에 옷가지 변변치 않아 잠바 벗어 

 

등넘어 결쳐 드렸던 겨우 생색내는 동정.

 

그 분 손에는 지하철 경로우대권 승차권 한장이

 

쥐어 있었지요.

 

배풀고 싶어도.

 

보이지 않는 가장 낮은 곳으로

 

표내지 않을 신앙으로 마음이 아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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