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예수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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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ickim98] 쪽지 캡슐

1999-09-20 ㅣ No.1547

 

 [예수 세미나] 공동대표들의 저서 출판에 관한 소식

 

 

한국기독교연구소는 [예수 세미나]의 공동대표인 존 도미닉 크로산의 저작 {예수

는 누구인가}(Who is Jesus?, HarperCollins, 1996, 한인철 역)와 로버트 펑크의

{예수에게 솔직히}(Honest to Jesus, HarperSanFrancisco, 1996, 김준우 역)를 최

근에 완역 출판하였습니다.

 

1. [예수 세미나]란 무엇인가?

 

[예수 세미나]는 1985년에 로버트 펑크가 중심이 되어 신약학자 200여 명이 조직

한 공동연구 모임으로, 정회원에 속하는 신약학 전공 박사만 76명에 이릅니다. 이

들은 1985년 이후 매년 두 차례씩 나흘동안 40명 내지 50명이 참석하여 공동 세미

나를 개최하여, 새로운 천년기를 앞두고, 그 동안의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기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예수의 말씀과 행적들로

되어있는 모든 기록들을 수집하여 그 진위를 투표로 평가하여, {5복음서: 예수의

진정한 말씀을 찾아서}(The Five Gospels: The Search for the Authentic Words

of Jesus, 1993 - 네 복음서와 도마복음을 새롭게 번역했기 때문에 이 책은 "학자

역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와 {예수의 행적: 예수의 진정한 행적을 찾아서}(The

Acts of Jesus: The Search for the Authentic Works of Jesus, 1998)를 출판하여,

전세계 기독교계에 큰 충격을 던진 학자 집단입니다. 그 충격은 타임지(1996년 4월

8일자, pp. 52-60), 뉴스위크지(1996년 4월8일자, pp. 60-70), 유에스 뉴스 & 월드

리포트지(1996년 4월8일자, pp. 47-53)에도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최근의 보도

(Ministry, 1999, Jan.)에 따르면, [예수 세미나], 특히 크로산과 펑크의 저서들을

통해, 미국 교회 교인들 사이에 "예수 붐"이 일어나고 있어, 목회자들이 이 저서들

을 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 사상} 5월호에 조태연

박사(이화여대, {예수운동}의 저자)가 {예수는 누구인가}에 대한 서평을 썼으며,

{세계의 신학} 가을호에 김진호 목사({예수 르네상스}의 저자)가 {예수에게 솔직

히}의 서평을 쓸 것입니다. 참고로 {신학사상} 여름호에서도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특집 심포지움을 마련하였지만, {예수에게 솔직히}가 출간되기 이전에 되어

진 심포지움이라서 아쉬운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2, 존 도미닉 크로산의 저서 {예수는 누구인가}는 어떤 책인가?

 

크로산 박사의 {예수는 누구인가}는 그가 1991년에 출판한 책으로서 500쪽이 넘는

방대한 저작 The Historical Jesus: The Life of a Mediterranean Jewish Peasant

의 축소판으로서, 이 책 Historical Jesus는 출판된 지 1년 반만에 4만 부가 팔린

책이었습니다. 크로산 박사는 1950년 나이 16살에 가톨릭 수도회(세르비떼)에 들

어가 1969년 결혼을 위해 사제직을 떠나 드폴 대학교의 교수가 된 후 1995년 그

대학의 명예교수로 은퇴할 때까지, 평생동안 역사적 예수 연구에만 일생을 바친

유일한 학자입니다. {예수는 누구인가}는 그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일

반적으로 예수에 관해 질문하는 물음들에 대해 대답하는 형식으로 쓴 책입니다.

그는 특히 예수의 탄생 이야기들이 복음서들마다 서로 다르게 기록된 이유, 예수

가 세례 요한과는 달리 당시의 민중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선택한 전략들과 그 신

학적 이유, 예수가 처형된 이유, 십자가에 처형된 사람들에게 무덤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었는지, 예수를 매장했다고 기록된 아리마대 사람 요셉의 이야기가 복음서들

마다 서로 다르게 기록된 이유, 부활절에 일어난 일 등을 역사적으로 정직하게 설

명해주고 있습니다.

 

3. 로버트 펑크의 {예수에게 솔직히}는 어떤 책인가?

 

로버트 펑크는 35년간 대학에서 역사적 예수를 가르치다가 몬태나 대학교에서 은

퇴한 학자로서, [예수 세미나]를 설립하고 그 세미나의 결론들을 위의 두 책으로

엮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예수에게 솔직히}는 그가

감사의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 개인의 저작이라기보다는, [예수 세미나]에 적극

참여한 75명의 통찰력이 결집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책의 1부 "나사렛

으로 되돌아가는 길"에서 어떻게 우상파괴자 예수가 기독교의 성상/우상이 되었는

지를 설명하고, 2부 "예수의 복음"과 3부 "복음서들의 예수" 즉 "예수에 관한 복

음"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먼저 "예수의 복음"은 예수의 비유들을 중심으로, 당시

에 자신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내부인"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제사장,

바리새인들, 즉 경건하고 정결한 종교인들)과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던 "외부인들"(병자들, 죄인들, 불구자들, 즉 율법적으로 부정한 사

람들)이 뒤바뀌게 되는 것, 즉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된다"는 말씀의

구체적인 예증들이라고 설명합니다. 둘째로 "복음서들의 예수"는 처음 기독교인들

이 예수를 "마케팅"하기 위해 예수의 기적 이야기들, 죽음, 부활, 재림, 출생 이야

기들을 어떻게 신화적으로 덧칠하였는지를 하나하나 집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존 로빈슨의 {신에게 솔직히} 이상으로 학문적 정직성을 고집한 책입니다.

 

 

 

4. 이 책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1) 기독교는 나사렛 예수라는 특정한 역사적 인물에 기초해 있습니다. 그러나 현

대 이후의 역사적 예수 연구는 그 역사적 인물에 대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

다고 주장했습니다(루돌프 불트만). 왜냐하면 우리는 예수에 대한 역사적 지식으

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를 알 필요도 없다

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지성인들의 정직한 물음들을 불신앙의 소산이라고

간단히 치부해왔던 것입니다. 그 결과 교회는 종교적 무지의 해결자가 아니라, 종

교적 무지의 원천이 되어왔던 것입니다. 이 책들은 역사학, 문화인류학, 본문비평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정직하게 예수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

게 해 줍니다. 기독교 2천 년 역사에서 오늘날처럼 역사적 예수에 대해 상당히 많

은 부분을 종합적으로 알 수 있게 된 시대는 없었으며, 그렇게 된 중요한 이유 가

운데 하나는 바로 [예수 세미나]의 공동작업의 결과 때문입니다.

 

(2) 최근에 한국교회가 성장을 멈추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젊은층

과 고학력자들이 교회를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기독교인들이 기독

교에 대해 호감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기독교인들의 무도덕함만이 아니라, 기독교

가 가르치는 내용들, 즉 동정녀 탄생, 기적, 육체 부활, 재림, 예수의 피를 통한 구

원 등, 기독교의 핵심적 가르침들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넌센스에 불과한 것처

럼 보인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들은 이런 전통적 교리들에 파묻혀 있

던 예수를 발굴하여, 인간 예수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려내며, 특히 펑크의 책은

이런 전통적 교리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예수의 모습 위에 덧칠되었는지를 상세

하게 밝혀준다는 의미에서, 열린 가슴으로 기독교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줍니다.  

 

(3) 기독교는 2천년 동안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믿어왔습니다. 이것은 예수

가 보라고 한 것 대신에 예수 자신을 바라본 결과이며, 예수가 믿으라고 한 것 대

신에 예수 자신을 믿은 결과였습니다. 크로산과 펑크는 우리로 하여금 예수의 손

가락을 바라보지 말고, 예수가 보라고 가리킨 것(하나님 나라)을 보라고 말합니다.

예수를 기독교의 교리로부터 해방시켜야만 비로소 진정한 인간 예수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기독교인들이 예배드릴 때마다 매번 고백하는 사도신경은 예

수에 대하여 알맹이가 없는 고백으로서, 즉 예수가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

리아에게 나시고 ····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

으시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하

느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는 고

백에는 예수의 출생과 죽음(부활 승천)만 있지, 그의 생애와 가르침, 사역에 대한

고백은 없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당시 헬레니즘의 밀의종교의 영향을

받은 바울의 구원자 이해(하늘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승천한 구원자)가 압도하게

된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예수에 대한 모든 고백은 수동태(잉태되고 태어

나고, 고난받고, 못박히고, 다시 살아나게 되어)로 되어 있어 우리의 신앙도 수동적

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니이체의 지적대로 교회가 비주체적이며 수동적

인 노예의지를 가진 자들을 생산하는 공장이 되어버린 원인이 바울의 구원자 이해

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예수는 이제까지 하나님의 기적적인 역사 개입을 믿고 기다렸던 종말론자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슈바이처 이후 최근의 샌더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한국의 소

위 "시한부 종말론"에 이르기까지, 예수가 세상의 종말을 가르치고 그 종말을 믿고

준비하도록 가르쳤으나, 그 종말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예수의 종말론 믿음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슈바이처). 그러나 크로

산과 펑크는 모두 예수의 진정한 말씀들을 분석한 것을 토대로, 예수가 종말론자

가 아니라, 사회적 혁명가였다고 주장합니다. 하나님의 기적적인 역사개입을 기다

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들 인간의 역사참여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이

예수의 믿음이었다는 주장입니다.

 

(5) 더욱 중요한 것은 예수가 "수퍼맨"처럼, 외계로부터 이 지구에 기적적으로 출

생하여 활동하다가 죽은 후에 다시 외계로 돌아간 "외부적 구원자"일 경우, 그런

외부적 구원자를 믿는 사람들은 의존적이며 수동적이 되는 반면에, "내부적 구원

자"일 경우에는 그를 믿는 사람들이 주체적이며 적극적인 신자들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펑크는 소위 "예수의 보혈에 의한 代贖的 구원의 교리"({잃어

버린 복음서}를 쓴 버튼 맥 교수에 따르면, 대속의 교리는 히브리 전통에서는 저주

였으며, 그리스 전통에서만 군인들이 도시국가를 ’위해’, 즉 "남을 위해 대신 죽었

다"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를 폐기하고, 묵시종말론적 요소

들도 모두 제거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6) 이 책들은 오늘날 매우 배타적인 집단인 기독교, 특히 개신교도들에게 더욱 겸

손하게 관용을 배울 것을 요구합니다. 즉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구원받지 못

한 자들이라고 매도하고, 불상이나 단군신상을 파괴할 것이 아니라, 예수가 가르친

대로 기독교인들이 "내부인들"이라고 믿고 있는 한, 그들은 "하나님의 나라"에 초

대되지 못할 "꼴찌"들이 될 운명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세계도처의

분쟁을 통해 드러나고 있듯이, 종교가 인류의 화합과 평화의 요소라기보다는 여전

히 전쟁과 증오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특히 북한의 기아현실과 남한의 고

실업과 고용불안 사회 속에서, 크로산과 펑크의 책은 한국교회가 예수의 정신을

몸으로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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