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깜.복.기 7/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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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7-08 ㅣ No.3332

다해 연중 제 14주간 목요일

복음 : 마태 10,7-15

버리기에 열중인 사제!

 

가끔 사제들에게 선물을 주시는 감사한 분들이 계십니다. 그럴 때마다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결국에는 받게 됩니다. 사제를 생각해 주는 정성을 매몰차게 거절하기가 난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부턴가 다 받습니다. 그것도 아주 기쁘게 받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입니다. "또 없어요. 이게 다예요?" 그리고는 바로 나보다 더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넘깁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물론 선물을 주신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지만, 더 필요한 이들에게 씌어졌다면 그분도 역시 저와 함께 기뻐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사제들에게는 그 작은 정성과 관심이 또 다른 힘이 되어 주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많은 선물을 다 가지게 되면 결국에는 손목에 시계는 한 몇 개는 차고 있을 것이고 손가락마다 반지는 여러 개 끼고 있을 것이고 양말은 하루에 몇 켤레는 신어야 되고 그런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결국 떠날 때는 짐이 산더미처럼 불어나 이사할 때 고생을 할지도 모릅니다. 더 큰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바로 오늘 복음말씀을 삶으로 옮기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진정 가난하고 검소하게 살아야 할 사제의 삶을 망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는 오늘 복음 말씀을 위해 오늘도 저는 누가 뭐라고 해도 버리기에 열중할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자신을 버리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겠지요. 그래야 제 안에 주님이 꽉 들어찰테니까요. 주님께서는 당신을 우리 자신에 강압적으로 밀어넣으시는 분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저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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