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수배로 잃어버린 자랑수런 우리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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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식 [senal] 쪽지 캡슐

2008-09-03 ㅣ No.8214

 

“촛불 수배자, 자랑스런 내 아버지”

 

[인터뷰] 광우병대책회의 한용진 공동실장 아들 한연수 군에게 물어본 '아버지 한용진'

 

 

 

"어느 누가 자신의 아버지를 범죄자라고 하겠어요. 하지만 촛불을 들었던 우리 아버지는 범죄자가 아니잖아요."

 

“우리 아버지는 100점만 점에 99점”이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한연수군은 올해로 18살 고등학생이다.

 

"이번 수배가 처음이 아니"라면서 해맑게 웃지만, 그가 하는 말 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걱정이 담겨있었다.

 

한 군은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사회운동을 하셔서 혼자 많이 있었다. 이미 감옥에 갔다온 적도 있다"면서도 "자기보다 남을 생각하는 모습, 이런 모순된 사회를 없애려 노력하는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고백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아버지가 갑자기 수배자가 되어, 조계사에서 수배생활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심정은?

"'아, 직책이 바뀌어 또 다른 일을 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한용진 씨는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한국진보연대'에서 활동하는 등 꾸준한 사회참여를 해왔고, 직책였기 다양하다.)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어서, 사실 이번에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잘 몰랐어요.

 예전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양심수로 산 적이 있어서 수배생활을 한다는 것에 크게 다가오지 않아요."

정부나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아버지에 대해 범법자라며 비판하는데, 연수 군도 아버지를 범죄자라고 생각하는가?

"자기 아버지가 '신창원'이라고 해도 아버지는 아버지잖아요. 하지만 신창원은 나쁜 범죄를 저지른 것이고, 우리 아버지는 독재주의자의 법을 어긴 것 뿐이에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의무는 강요하면서 권리를 침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범법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하지만, 다시 수감생활을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 맘대로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왜 당신마음대로 하냐'라고 반대하니, 화가 난 것 같아요. 특히 가장 앞에서 하는 사람들을 더 탄압하겠죠.

 

아버지가 잡혀간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아요. 정말 자랑스러운 일을 하다가 잘못된 법에 잡혀가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어느 시대에서든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탄압을 받았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하도 여러 번 이런 일을 당해서 신경이 안 쓰여요. 오히려 신경 쓰면 내 마음만 불편해져요."

아버지가 수배자라고 해서 친구들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진 않나?

"아직까지 그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사회운동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은 없었어요. 만약 '아버지가 사회운동을 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난 그런 애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을겁니다.

 

멋있는 일을 하고자 할 땐 무언가를 포기해야해요. 사회를 위해 운동하는 것도 굉장히 멋진 일이에요. 또한, 그만큼 포기해야하는 것도 많아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아버지도 자기 자신의 부를 포기하고 명예로운 일을 하고 있는거에요. 난 그런 면에서 아버지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워요."

 

아버지가 평소에 잘 대해주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다 사회운동을 하시기 때문에 어릴 적에는 아버지와 같이 많이 놀지 못했어요. 아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노는 것을 원하잖아요. 아버지 딴에는 신나게 놀아주었겠지만 나한텐 너무 부족했어요. 너무 나도 아쉬워요. 근데 막상 크니까, 지금은 오히려 컴퓨터가 더 좋아요.(웃음)

수배당하기 전에 집에 있을 때, 사회운동으로 바쁜 아버지가 집에 매일 계시니 오히려 왜 이렇게 '자주 집에있지'라는 생각마저 들었어요.(웃음)"

그래도 아버지의 모습 중에 싫은 점도 있을텐데?

 

"잔소리하는 것과 담배피는 것? 잔소리는 모든 부모님이 다 하니까 별 상관은 없어요 그런데 담배는 제발 안 피웠으면 좋겠어요.

수배생활중인 지금 조계사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어디서 구해 와서 매일매일 담배를 피는지 모르겠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담배를 피는 건 알겠지만, 조계사에 있을 때 만큼은 안 피웠으면 좋겠어요. 건강도 안 좋으면서 더 나빠질 거 같아 염려되요."

 

 

- 연수군에게 아버지란 무엇인가요?

"내 생애 큰 조언자라고 해야하나. 아버지가 예전에 ‘지면 안 된다’라고 말해주신 적이 있어요.

자신이 졌다고 생각하면 지는 것이고, 이겼다고 생각하면 이긴 것이라고 했어요.

아버지가 정부에 대해서 지지않고 농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해주신 이야기를 가슴깊이 새길 수 있어요. 아버지는 말과 행동으로 내 삶의 방향이 되주셨어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조언도 많이 해주세요.

우리 아버지는 자기 스스로를 통제 할 줄 아는 분이에요. 자기보다 남을 생각하는 모습도 멋있고, 무엇보다 모순된 사회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분이라 자랑스러워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사회운동하는 집안의 모습'이 아닌 유쾌한 가정을 만들려고 하세요. 내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같이 고민을 해결 해주세요. 아버지만한 아버지가 없어요."

- 마지막으로 아버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음, 아버지 사랑해요."

한연수군은 시종일관 애교 섞인 웃음과 말로 인터뷰를 즐겁게 참여했다.

다소 부끄러운 표정으로 "아버지, 사랑해요"를 외쳤지만, 연수 군에게 '한용진'이라는 사람은 단지 '아버지'라는 존재를 넘어, 삶의 조언자로 연수 군과 함께 하는 사람이었다.

 

이제 얼마있지 않으면, 한용진 실장과, 한연수 군은 또 한동안 떨어져있게될지 모른다. 연수 군은 그래도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이 해맑은 청소년에게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떼어놓는 우리 사회'가 올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볼 필요가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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