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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조님과의 조우..하계캠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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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환 [papi7603] 쪽지 캡슐

2014-07-30 ㅣ No.7821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저번 주말에 다녀온 하계캠프 이야기입니다.

가신 분들은 추억을 더덤으며 읽어보시고 못 가신분에게는 하계캠프의 경과와

내용을 알려드릴려고 올립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2박3일 설악산 백담사 부근 만해마을로 

많은 신자들과 신부님, 수녀님과 같이 다녀왔습니다.

 

500명이 넘게 참가하는 대행사였는데...

구역장을 맡고 있어서 출발 당시에는 자의반타의반 이였다고 고백합니다.(죄송)

사실 많은 사람들이 버스 11대로 움직이는 큰 행사라 쉬운 일이 아니였죠..

더불어 구역장으로서 인솔 및 봉사지원의 역할을 맡아서리

'힐링은 고사하고 고생 좀 하겠다'는 걱정으로 갔습니다.

500여명의 이동이고 3일간의 행사라 사건이나 사고가 안나기를

기도하면서요..

 

노원자동차검사소에서 각 차량별로 인원점검하고요..

우리들을 태운 차는 금요일 새벽 6시에 출발했습니다.

휴가철인데도 며칠 강우가 예보되어 있어서 그런지 국도로 진행하다가 화도IC에

올라탄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는 한적했습니다. 가랑비가 내리는 길을 두어번 쉬어가며

예정보다 일찍 동해안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화진포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가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쓰고 바닷가도 거닐고 해양박물관도 구경하고  

차속에서 도시락도 먹었지요... 비가 간간히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지역대항 피구와 간단한 게임으로 몸을 풀었습니다.

 

역시 자연은 우리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차창가로 나타나는 설악산의 우람하고도 장엄한 모습..

비구름이 산기슭을 유유히 타고 올라가는 장면..

화진포의 넉넉한 분위기와 밀려오는 파도를 맞으며

500여명은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500여명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4~50대가 2/3 가량, 60대 이후도 상당수 ..

최고령은 역시 지기상 시몬형제님으로 85세 ..자매님들 중에는 친정아버지나

시어른 모시고 온분들도 제법..이렇듯 대다수가 어른들이였지만 바닷가에서는

4~50명의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오히려 큰 행사의 실질적인 주연이였지요

 

비 속을 뚫고 바다로 뛰어든 것도 그들이였고

왁자지껄하게 뛰어다니는 것도 그들이였으며,

그들의 씩씩한 다리는 금방 낚아올린 잉어처럼 싱싱하고

바다 비린내가 묻어나는듯 했습니다.

그들은 맑고 밝은 웃음과 튼실한 젊음으로 우리들을 압도하였죠..

우린 물끄러미 그들을 쳐다보는 것으로 젊음에 휘롱당하지 않으려고

침잠했습니다.

 

자연은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좋더군요..

사실 저는 힐링..올레길걷기,전원생활 등등에 대하여 반신반의했습니다.

원효대사처럼 마음만 먹으면  해골 속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고, 집 떠나는 여행..별로 나선 적이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여기저기로 골프치러 다녔을 정도..

 

그러나 3일간의 설악산 여행은 단지 복잡한 서울을 벗어난 것만이 아니였습니다

우선 맑은 공기로 숨쉬기가 참 편안하더군요..

뭐 담배를 피는 미안함이 느껴질 정도로요..

설악산의 풍광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더군요..

눈으로 보고 따뜻한 환희의 미소로 다 이루어졌습니다.

간간히 지나가는 차량들 정도로  한적한 시골 오솔길은

경쟁과 걱정에 지친 마음을 편안히 안아주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자연의 모습이 몸과 마음과 머리에 평화를 선사했습니다.

 

유유자적..

2박3일동안 3번의 미사와 묵주기도로 신심을 돋우었고

외부행사가 비로 치질을 빗는 가운데 산악반은 10시간 산행을 강행하였고

나머지는 실내에서 탁구와 영화관람, 산책과 박물관 구경 등으로 지냈습니다.

작은 북카페도 있어서 삼상오오 커피나 여유를 즐겼지요..

오랜만에 피어오른 무지개도 구경거리였습니다.

 

일부 천렵꾼들은 어항이나 그물로 민골고기들을 잡았습니다.

물론 저녁에는 이넘들로 맛있는 매운탕으로 안주삼았죠..

2시간 이상 푹 끓여서 방아와 산초,깻잎으로 양념하니 더 좋은 음식이 없었을듯...

저는 주로 실내 팔운동(?)과 탁구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간간이 자매님들이 가져다 주는 간식과 복숭아로 그리고 신부님께서 직접 주신

감자 두덩이, 옥수수로 풍족한 웰빙 식생활이였습니다.

 

실내에서만 있으려니 자연이 그립고 아까워서 

아침 저녁으로는 식사 후에 30분정도 시골 논밭길을 혼자 걸었습니다.

들판의 옥수수도 구경하고 가랑비 속에서도 피어난 이름모를

작은 꽃들과도 눈을 맞추며...

졸졸졸 소리내어 흐르는 계곡물에 귀를 기울여도 보고..

얼굴을 들어 유유히 흘러가는 비구름들과도 조우하며 

물속에 유영하는 작은 물고기들과도 대화하였지요...

이것 참 저도 모르게 힐링이 되었는지

몸과 마음이 상쾌함을 넘어 붕 하늘로 뜨는 기분...

열락이란 이런 것일까?

 

신앙을 함께하는 분들과의 교유로 어색함은 금방 달아나고

평생지기들 처럼 즐거웠고 비오는 바깥 풍경을 바라다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감이 찾아옵디다.

 

2박3일간의 여행은 백담사 계곡과 만해마을에서 이광수,노천명 등

나라와 백성을 사랑한 선인들의 유적들과 만해박물관,시인들과

유명작가들의 흔적들을 접하며 마음공부도 한껏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따라간 여행은 도착하고 난 직후부터는

즐거운 소풍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안왔으면 이러한 풍요로운 자연의 정취나 여유로움,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였겠죠..

같이 간 가족간에도 좋은 만남과 공감의 시간이 되었고

신부님을 비롯한 수녀님,학사님의 유쾌한 언행들도

우리들의 마음을 즐겁고 편안히 힐링해 주셨습니다.

퀴즈도 풀고 장기자랑도 하면서 은총의 시상도 많이 받았고

즐겁고 즐거운 3일이였습니다.

 

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일요일 오후 서둘러 출발하여

얼추 5시경에는 서울에 도착하였습니다. 우리 구역은 여진이 남아

추가 행사를 잠깐하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거리를 꽉 채운 자동차들이 내품는 매연과 경적소리와 다시 마주하며

언제 나에게 뛰어들지도 모르는 차들의 궤적을 주시하며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어둡고 무덤덤한 표정과 마주하며 

거리를 횡행하는 어지러운 간판들과도 얼굴을 맞대니

다시 머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돌아오니 다시 가고싶은 설악산의 산야...

이제부터라도 정기적으로 자연을 찾을거라는 다짐을 해 봅니다.

몸과 마음의 청소와 비움을 위하여...

 

무사하게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다녀오게 되어 자리를 만들어 주신

신부님,수녀님을 비롯하여 열정적으로 함께 헌신봉사하신

사목위원들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15구역 조영환 가브리엘 정리..

 

내년에도 또 가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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