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성당 게시판

[초등]노래를 부를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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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승 [hwang350] 쪽지 캡슐

2000-05-07 ㅣ No.416

가끔 아주 가끔 느낀다.

노래를 부를 때면 또 다른 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슴 속 어딘가에 들끓고 있던 마그마가 열과 압력을 받아 폭발한다.

임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의 한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만 했던 그 누구의 한도

나의 노래 속에 담겨 나온다.그보다 더한 한이...

어린것이 무슨 한이 있다고...

아직 나의 삶은 짧았지만 그 동안 말 못하고 가슴 속에 품어 왔던 그 한들은

그래 이젠 터 놓고 싶다.

그걸 알게 된 건 오래 되지 않았다.

언젠가 아주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내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사실을...

그리고 음악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

밴드에 들어가기로...경험이 없었기에 스쿨 밴드에 들기로 했다.

대학에 들어가고...선배들을 알게 되고...

그동안 실력도 마니 늘었다.가끔 나 자신을 그걸 나 자신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며 시간이 흘렀다.

1차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나의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넘 기뻤다.

2차 오디션을 보고 면접이 있었다.

종교는? 천주교 입니다.

활동은? 초등부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일요일에는 시간이 없겠군요.       ......

만약 성당에 중요한 일이 생겼는데 그 다음날이 공연 리허설이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글쎄요. 두 개 다 놓치고 싶지 않네요.

여기도 교사 활동을 하다 그만 둔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 힘들꺼예요.

특히 보컬은 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

다른 포지션은 모두 맴버가 결정되었지만 보컬만은 미정이었다.

3차 오디션이 있게 된 거였다.

이젠 부담이 되었다.오디션 곡을 정하는 것도...그리고 뽑혀도 교사활동 때문에

밴드에 소홀하게 되는 게 두려웠고 맴버들에게 미안할 것 같았다.

시간은 마니 있었다.미련을 버리고 단념할 수 있는 시간이...

3차 오디션은 어떻게 봤는지 모른다.

안 보게될 때 스스로의 원망이 두려워 보긴 했다.

결국 떨어지고...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그리고 대신 주님께서 주신 나의 실력에 감사드린다.

주님께서 나의 또다른 모습을 스스로 볼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드린다.

아마 다시라도 그런 기회는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인드 밴드에 들 수는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일이 내겐 더 많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생각이 안 든다

노랠 부를 때면...

나의 부족함을 알게 된다.

나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있게 된다.

나 자신이 사랑스러워진다.

오늘 문득 그 느낌을 다시 받았다.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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