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성당 게시판

재의 수요일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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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abalone] 쪽지 캡슐

2000-03-07 ㅣ No.1075

ㅠㅠ

 

내일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그런데 사순시기를 앞두고 우울해짐은 왜 일까요?

 

아마도 사순시기에 제 자신이 진정으로 성찰을 하고

영세 때와 같이 깨끗한 맘을 가질 자신이 없게 느껴집니다.

 

매일 매일 묵주기도를 하며 각 신비에 대해서 묵상을 하지만

성모님께서, 주님께서 느끼신 환희와 고통 그리고 영광을

생활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묵주기도때에는 그나마 묵상을 하며 주님과 함께할 수 있지만,

단순 무식한 제 자신의 이성과 지성은 멀티프로세싱을 못한다는

죄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우울함이 앞서네요...

 

글쎄요...

내일은 재의 수요일이며 사순이 시작되는 날인데...

새벽 미사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과연 오늘은 술을 안먹고 일찍 집에 갈 수가 있을지 걱정됩니다.

 

항상 예정에 없던 술자리가 빈번한 저의 밥벌이가 짜증도 나지만

어떡합니까? 먹고 살아야지... ㅠㅠ

우리는 이런 술자리를 전투라고 부릅니다.

 

"어이~ 김과장 오늘 전투나가냐?"

"예!"

 

소규모 전투일 경우에는 그냥 나가고

중규모 전투일 경우에는 여명을 하나 마시고

여단급 대규모 전투인 경우에는 컨디션에 앰플을 타서 마시곤 하지요.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마린이 마약을 맞고 "싸~아~"하면서 전투력을 증강시키는 것이지요...

 

그리고 난 다음날은 오전동안은 거의 시체가 됩니다.

 

물론 가끔은 직원들끼리 술을 마십니다.

저희 본부장님은 스파링이라 표현하시지요. ^^

 

"야! 아군들끼리 스파링은 적당히 해라~ 코피 터지면 우리 손해다!"

이런 생활이 반복됩니다.

어떤 때에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여력도 없어집니다.

 

봉사다 기도다 하며 자위를 하지만

지나보면 모두 눈 가리고 아웅한 것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아직도 영적으로 성숙하려면 너무나 멀고 험난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사순시기에는 자아성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저와함께 의지하며 사순시기를 알차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서로 위로하며 힘을 북돋아주며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이번 대희년의 사순시기에는 모두들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김용석 아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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