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성당 게시판
잎차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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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차례 / 도종환(시인)
하늬바람에 모과나뭇잎이 올라오는 걸 보니 이파리 하나 내는 데도 순서가 있다
해 뜨는 쪽으로 하나 내보내면 해 지는 쪽으로도 하나를 내고
사이에 양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잎 하나를 꼭 세워둔다
좌우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꼭 그렇게 잎을 낸다
밤나무나 동백나무도 오른쪽에서 잎이 나면 다음에는 왼쪽에서 잎이 돋는다
마주나는 건 마주나고 돌려나는 건 꼭 돌려난다
하찮은 들풀이나 산기슭 작은 꽃들도 꽃잎이 다섯개인 건 꼭 다섯개만 내고 여덟 개인 건 여덟 개만 낸다
냉이나 민들레나 우리가 보기엔 그저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들꽃도 저희끼린 다 정교한 질서를 따르고
생명의 사소한 일 하나를 끌어가는 데도 반드시 지킬 줄 아는 차례가 있다
이파리 하나에도.
^^ 시인이신 유신부님께. 저도 엄마 돌아가시고 마지막 작별때 산에서 불던 바람이 늘 마음에 남아 바람이 불면 저절로 눈물이 흐르곤 했습니다.아주 오랫동안 자주 생각이 나는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하느님께 다 맡겨드리려고 애씁니다. 신부님 짧은 글짓기를 조금있으면... 만날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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