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세상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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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향 [regina1016] 쪽지 캡슐

1999-12-06 ㅣ No.559

산위에 올라갔습니다 끝내 버리지 못하는 집착 같은 눈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결빙된 그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올라갔습니다 산 아래를 보면서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큰 빌딩이며 아파트 대형 차들이 조그만 성냥갑처럼 보였습니다 담벼락에 써 있던 어지러운 낙서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길거리에서 마주보고 싸우는 큰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산새 소리뿐이었습니다 산 위의 시선으로 인생을 보니 집채만한 걱정이며 함부로 밀어닥치던 엄청난 고통들이 은단 알맹이처럼 작아보였습니다 가슴에 꽉 차 있던 증오의 얼굴도 안개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그것만이 내 인생의 전부인 양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산 위에서 보니 그 반대였습니다 겨울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 바람결을 타고 누군가가 얘기합니다 산 아래 내려가서도 산 위의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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