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침묵

인쇄

이진영 [leeslesalang] 쪽지 캡슐

2004-04-14 ㅣ No.538

맑고 깊으면

차가워도 아름답네

 

침묵이란 우물 앞에

혼자 서보자

 

자꾸자꾸 안을 들여다보면

먼 길 돌아 집으로 온

나의 웃음소리도 들리고

 

이끼 낀 돌층계에서

오래오래 나를 기다려온

하느님의 기쁨도 찰랑이고

 

잘못 쓴 시간들은

사랑으로 고치면 돼요"

속삭이는 이웃들이

내게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고마움에 할 말을 잊은

나의 눈물도

동그랗게 반짝이네

 

말을 많이 해서

죄를 많이 지었던 날들

잠시 잊어버리고

맑음으로 맑음으로

깊어지고 싶으면

오늘도 고요히

침묵이란 우물 앞에 서자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 시집 中-



9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