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귀향 (소제: 장례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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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향 (소제 :장례미사) *
가지런히 가지런히 하이얀 발 따라 사르락 성전 문 열고 한 발 내딛는다.
온통 촛불만 환히 앞길을 열어. 두리번거리는 내 영혼을 비춘다.
앞선 이의 기도 향내 풍기며. 훠이 훠이 내 삶을 뒤로하고 그렇게 나는 내딛는다.
낳아주고 길러 준데 고맙다고 준 옷 한 벌 곱게 차려 두 손 모으고 평생 허우적대던 내 육신은 그렇게 한 발 내딛는다.
고난도 절망도 좌절도 아쉬움도 뒤로한 채 그렇게 한 발 내딛는다.
아무도 잡지 못하고 숙인 고개 들지 못한 채 숙명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조금 더 밝히고픈 마음만 촛불 하나 켜 들고 훠이 훠이 나는 내딛는다..
당신을 애틋이 찾나이다. 내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 하나이다. 내 영혼이 하느님 내 하느님 (성가 422장)
낮게 그리고 조용히 아쉬운 가슴 속 죽이고 내 영혼 빛 따라 뒤돌아보지 말라고 낮게 그리고 조용히 곡을 맞추어 나는 그렇게 본 고향으로 한 발 내딛는다.
2004. 1. 18. 새벽 4시 허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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