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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소제: 장례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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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애 [sabet4079] 쪽지 캡슐

2004-01-18 ㅣ No.4225

      * 귀향 (소제 :장례미사)  *

 

가지런히

가지런히

하이얀 발 따라

사르락 성전 문 열고 한 발 내딛는다.

 

온통 촛불만 환히 앞길을 열어.

두리번거리는 내 영혼을 비춘다.

 

앞선 이의 기도 향내 풍기며.

훠이 훠이 내 삶을 뒤로하고

그렇게 나는 내딛는다.

 

낳아주고 길러 준데 고맙다고 준 옷 한 벌

곱게 차려 두 손 모으고

평생 허우적대던 내 육신은

그렇게 한 발 내딛는다.

 

고난도 절망도 좌절도 아쉬움도 뒤로한 채

그렇게 한 발 내딛는다.

 

아무도 잡지 못하고

숙인 고개 들지 못한 채

숙명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조금 더 밝히고픈 마음만 촛불 하나 켜 들고

훠이 훠이 나는 내딛는다..

 

당신을 애틋이 찾나이다. 내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 하나이다. 내 영혼이

하느님 내 하느님 (성가 422장)

 

낮게 그리고 조용히

아쉬운 가슴 속 죽이고

내 영혼 빛 따라

뒤돌아보지 말라고

낮게 그리고 조용히 곡을 맞추어

나는 그렇게 본 고향으로 한 발 내딛는다.

 

 

                              2004.  1.  18.  새벽 4시  허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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