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선택]가서 현정이보다 많이 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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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연 [sun] 쪽지 캡슐

2000-03-14 ㅣ No.2043

안녕하세요? 혜연입니다.

제가 제일 먼저 올리려고 했는데 어제 다 써놓고도 갑자기 굿뉴스와 연결이 되지 않아 하루

늦어졌네요. 그새 현정이가 글을 올렸군요.

제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선택이란 피정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느낌을 게시판에 올리라는 신부님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 이렇게 올리게 되었습니

다.

아마 조만간에 저와 함께 갔던 초등부에 희정언니, 미선언니도 글을 올리꺼예요.

서로 느끼는 것들은 다 달랐겠지만 다들 참 좋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한번

쯤 권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입니다. 근데 작년에 알샘에 현영이와 영미가 다녀왔는데 영미는

참 짜증이 났다고 그랬다는군요...조금은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다들 제목을 보구 들어오셨을 테니 이야기를 해나가도록 하지요.

 

다들 아시겠지만 현정이는 우리 성당의 울보 가운데 한명입니다. 기쁠때와 슬플때는 두말할

것두 없고 그냥 얘기 할때두, 우동을 먹으면서두 커피를 마시면서도 우는 아이입니다.

(;.;) <- 이렇게...... 물론 저두 절대로 울지 않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두 아무때나 눈물이

잘 나는 편은 아니지요.

그런데 이번엔 울보 현정이를 제치고 많이 울다 왔습니다. 현정이처럼 시두 때두 없이 눈물

이 나더군요......아이 참......

 

현정이는 3월부로 중고등부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몇달전부터 고민하는 현정이와 이런저런

갈등을 하던 도중 신부님이 너네 선택에 갔다와라 하시길래 그냥 "네!" 그랬지요.

그리고는 3월 10일이 된겁니다.  뭐, 이미 현정이는 그만두기로 했고 준범이가 훈련에서 돌

아올때 까지만 그 반을 맡아주기로 했습니다. 아무런 기대도 바램도 없이, 피정에 들어가는

마음의 준비도 없이 거기가 뭐하는 데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간겁니다.

성당일 때문에 너무 많이 빠진 내가 일하는 학원에는 또 성당일로 빠지기가 미안해서 집안

일이라며 거짓말까지 하고, 새학기 첫날 교리부터 빠지는게 너무 맘에 걸려서 몇번이고 성

당에 들러 여러사항들을 점검하고 불안한 맘을 뒤로한채 터덜터덜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한

남동에 가서야 집에 얘기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해내고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피정간다는 말

을 하였죠.

한남동에 있는 프란치스꼬 꼰벨뚜알 피정의 집. 그곳은 제가 중3쯤에 학생으로 또 98년에

교사로서 학생들과 피정을 하러 갔던 곳이여서 기분이 이상했죠.

 

어쨌거나 처음에 도착해서 어색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신청해놓은 사람들이 오지 않아 조가

계속 바뀌었고 썰렁한 시간이 계속 되었습니다.

한 조에 6명씩 되어있는데 우리조에는 78년 3명,79년생 2명, 80년생 1명으로 평균나이가

가장 어린 조였습니다. 참고로 신부님네 조는 신부님이 그조에서 중간 나이였답니다.

어쨌거나 우린 너무나 어색한 나머지 조 이름을 ’어색한 날’로 정했습니다.

간단한 노래와 율동 후 바로 프로그램에 들어갔습니다. 어떤 주제와 글이 있고 그걸 읽고

생각해 본후 봉사자들의 에세이를 든고 3명씩 나누어 얘기하고 다시 봉사자가 투입되어 조

원 전체가 질문에 대해 답하는 형식 이었습니다.

첫날은 한번만 하고 잠을 잤죠. 근데 다음날 아침 또 그런 형식의 프로그램을 하는거였습니

다. 나는 아~ 몇번 더하나 보다 했는데 그렇게 11과 까지 한다느 얘기를 든고 까무라칠뻔

했습니다. 한마디로 선택이란 프로그램은 계속 얘기하고 듣는 프로그램입니다.

또 거기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다소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어린애들밖에 없는 저희 조로서는

좀 더 어려웠죠.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조중에선 제가 그래도 피정이니 연수니 하는 프

로그램에 많이 참여한 편이니까 좀 거만한 태로로 얘기하기도 했죠. 얘기하면서도 무슨 소

용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과연 뭐가 남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괴로움을 참지 못했는지 우리조원 2명이 점심을 먹은후 사라졌습니다. 집에 갔다고...

저희조는 조금 맥이 빠졌죠. 그후 프로그램에선 3명씩 나누는것도 못하고 계속 4명이서 나

눔을 했습니다. 근데 오히려 그게 더 편하구 좋더라구요. 말두 잘 통하구...

 

그렇게 마지막 저녁이 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화해의 예식 프로그램에서부터 저의 눈물샘이

터지기 시작한겁니다.

선택에서 가장 크게 배운것은 ’상처’라는 것이였습니다. 보기 보다 마음이 여린저는 상처를

쉽게 받습니다. 또 알게 모르게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살았겠죠.

가족들 안에서도 그랬을테고 또 제가 지금 몸 담고 있는 중고등부 안에서도...

중고등부를 하는 몇년동안 여러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여러명에게

아픈 상처를 남긴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해할수 없었습니다. 우린 서로를 많이 위하고 이해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자꾸 서

로에게 상처를 주는지...

떠나겠다는 현정이에게서도 나는 큰 상처를 받았고 또 나도 그애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다음 게시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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