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숲이 죽으면 독일인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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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웅 [sewoongoh] 쪽지 캡슐

1999-03-09 ㅣ No.262

독일인과 환경에 대한 재미있는 글입니다. 꼭 읽어보셔요... 환경문제는 독일인의 가장 중요한 근심걱정 가운데 하나이다. 독일은 환경보호의식과 환경보호정책에 관한 한 세계에서 단연 으뜸가는 나라이다. 이것은 산업폐기물로 인한 참혹한 환경파괴의 산물이다. 라인강은 한때 중부 유럽의 거대한 하수도였다. 거기다 필름을 현상할 수 있다거나, 라인의 물은 '젊어지는 샘물'이라서 그것을 마시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강물을 먹는 사람은 그 즉시 죽어서 늙지 않는다'는 뜻-옮긴이)는 우스개가 나돌 정도로. 1989년까지 동서독 국경 근처는 '특수폐기물 매립지'로 통했다. 서독은 유독 폐기물을 동독에도 '수출'했는데, 동독 쪽에서는 서독 마르크를 짭짤하게 챙긴 다음 국경 근처 강에다 쏟아 버렸다. 그러면 이것은 동독의 유독 폐기물과 뒤섞여 다시 서독으로 흘러들었다. 서독 시민들에게 정말로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것은 산성비가 초래한 '숲의 죽음'이었다. 경제 기적이 숲을 파괴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들은 끔찍한 악몽에 빠져들었다. 독일 사람들은 숲 속에 들어가는 일이 별로 없지만, 숲이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숲은 독일 민족에게 정신의 고향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독일인은 2천여 년 전 숲에서 뛰쳐나와 로마 제국을 쑥탕으로 만들어 버린 게르만 민족의 후예이다. 그들에게 숲은 민족 신화의 고향이자 낭만적 감정의 중심 축으로 성스러운 장소인 것이다. 힌두교도에게 소가 해쳐서 안될 존재라면, 독일인에 숲이 바로 그런 대상이다. 숲의 죽음은 곧 영혼의 위기인 것이다. 독일인은 환경보호를 위해 숱한 희생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여기서도 평소 기질이 잘 드러나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분리 수거 시스템이다. 독일 시민들은 타고난 유리병을 색깔 따라 분류한 다음 역시 색깔을 달리하는 세 종류의 재활용 컨테이너에 집어넣는다. 독일 국민들은 가정쓰레기를 헌 종이와 플라스틱, 발효 처리할 수 있는 유기물질과 '진짜 폐기물'로 정성을 다해서 분리한다. 기업들은 포장재의 양을 줄이고, 에너지 절약형 제품을 개발하고, '환경친화'마크를 가지고 솜씨있게 영업을 한다. '재활용'이라면 소비자는 마음과 돈지갑을 너그럽게 연다.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그렇게 공들여 나눈 쓰레기를 매립장에서 한 구덩이에 쓸어 넣는 것이다. 소비자의 환경보호의식덕분에 폐지로 만든 재생지의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멀쩡한 새 종이를 가지고 재생지를 만든 사태도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심정이 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야 어찌되었든, 재활용은 '기가 막히게 좋은 아이디어'임에 분명하니 만큼, 그러면 된 것 아니냐는 말이다. 출처 : 유시민과 함께 읽은 독일문화이야기(제노포브스 이야기), 푸른나무,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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