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원 神父님의 특별한 평화의 인사

인쇄

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5-30 ㅣ No.3465

앞으로 언제 어디에 가서 미사에 참례하든지 평화의 인사를 할 때 마다 원충연 라이문도 신부님 모습이 떠 오를 것 같다.

"기뻐해야 하는 거에여.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큰 기쁨이에여?

평화의 인사를 하는 것은 바로 그 기쁨을 서로 나누는 거에여. 형식적으로 하는 거 아니에여. 손을 잡고 서로 눈을 마주보고 정말 정말 서로 행복하라고 빌어주는 거에여. 맘에 안 들면 또 다시 하는 거에여."

신부님의 그 말씀이 평생 내 귀에서 떠날 것 같지 않다.

 

낯가림을 잘 하는 나같은 사람은 사실이지 낯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는 것이

여간 쑥스러운 일이 아니다.

헌데 신부님께서는 악수까지 하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서로 눈을 맞추고서...

신부님께서 새로 부임하셔서 평화의 인사를 처음 그렇게 하던 날은 비교적 많은 사람을 접하는데 숙달된 나 자신이었지만 낯이 바새서 시껍을 했다.

아직도 나는 그때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마치 첫 키스를 했을 때의 기억처럼...

 

그날 내 오른쪽 편에 앉으신 분은 40대의 아주머니였다. 낯이 익지 않은 것을 봐서는 신영세자이거나 새로 우리본당에 전입해 오신 분 같았다. 손을 내밀 분위기가 전혀아니었다. 

  

비록 같은 교우라 하드라도 낯이 익지 않은 사람에게 손을 내민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더구나 곁에 앉은 사람이 이성일 경우에는 비록 안면이 조금 있다하드라도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손을 내밀었을 때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먼저 생각치 않을 수 없고 또한 내가 내민 손에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해올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안할 수 없는 노릇이다.

거룩한 미사에 와서까지 그딴 데 머리 쓸 일이 무에 있는가? 여자 손을 못 잡아서 환장할 일도 아니고...그저 대충대충 떼우고 아는 이를 찾아서 눈인사나 하고 마는 것이 내가 그때까지 해왔던 평화의 인사였었다. 

그런데도 원신부님은 

"제대로 인사가 될 때까지 다시 하는 거에여. 한번에 끝낼려면 이번엔 진하게 해야되는 거에여? 이쪽에 있는 분들은 앞으로 나와서, 저쪽에 계신 분들은 통로로 나오셔서 제대로 하셔야 해여. 아셨세여?"하시며 욱박지르시니 속이 터질 일 아닌가!.

곁눈질로 살곰히 곁에 선 아주머니를 봤더니 찬바람이 일던 조금 전의 분위기와는 약간은 달라 보였다. 신부님 말투에 다른 사람들이 웃어서 그랬을까 그 아주머니 입가에 웃음이 감도는 걸 보고 나는 과감하게 용기를 냈다.
"평화를 빕니다!" 마치 육군병장 때 내목소리 같았다. 그리고 손을 팍 하고 내밀었다.

"평화를 빕니다" 그 아주머니도 마지못한 듯 모기소리를 내며 내 손을 잡았다.  

 

악수를 하고 보니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남의 여자 손을 잡았다 해서 전기가 통할 까닭도 없고 공연히 쑥스러워 할 일도 아니었다.

결국은 자꾸 그렇게 하다가 보니 이제는 아주 자연스운 일이 돼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 다른 본당으로 전출을 가서 미사 중에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또 그렇게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답십리본당에서 하듯이 진하게 인사를 했다가는 분명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 것 같애서 말이다.

 

원신부님. 안녕히 계세여. 평화를 빕니다! 

 



71 1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