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성당 게시판

훈화때 얘기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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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 [goopy] 쪽지 캡슐

2001-04-26 ㅣ No.1022

훈화때 얘기했던 ’루시펠’에 대한 글입니다. 글쎄, 한때는 천사였던 루치펠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나와 반대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할 것인가? 를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 하느님의 실수

 

♧ 하느님이 어리석다 치더라도 사람들보다 지혜로우십니다.♣

                                      (1고린 1,25)

 

그 일이 일어난 것은 ’타락’이 있기 전이었다 .천사들의 타락을 말

하는 것이다 .당신에는 아직 루시퍼(역주 : 사탄)가 하느님의 총애

를 받는 천사였다 .원한다면 오른팔 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

아무튼 하느님은 중요한  일들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루시퍼에게

자문을 구하시길 좋아하셨다. 그는 비범하게 총명한 천사로서  많

은 뛰어난 발상과 제안들을 내놓곤 했다. 하느님과 루시퍼가 항상

의견일치를 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사실 하느님

이 루시퍼에게 동조하시는 경우란 좀체 없었다. 하지만 언론의 자

유랄까, 하여튼 불경의 선을  넘지 않는 것이라면 뭐든  환영하셨

다. 달리 말해 하느님은 루시퍼 같은 이들이 당신의 생각에  도전

하도록 허용하시고도 하등의 위협을 느끼지  않으실 정도로 크신

분이셨다.

 어쨌든 이번처럼 특별한 경우에도 하느님은 아주 중요한 자문을

구하시고자 그를 불렀다. 그분은  섬광 같은 계시를 통해  그에게

당신의 창조 계획을 전체 밝히셨다. 천사의 휘둥그래진 두눈에 모

든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물질  세계를 만드시려는 것이었다. 은

하들, 태양계, 지구, 계절들, 원소들, 에덴 동산, 그리고 종국에 가

서는 아담과 화와까지.

 하느님이 물으셨다.

 "자, 어떠냐, 루시퍼?"

 루시퍼는 대경 실색했다.

 "미치셨군요 ,주님! 우리와 같은 뛰어난 영적 존재를 창조하시겠

다니(내심으로는 ’저와 같은’을 뜻했으나 영민한 그였으므로 말을

바꾼 것이다.) 그 피조물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시게요? 믿을 수 없

는 일이에요."

 하느님은 너그러이 웃으셨다.

 "사실대로 말한다면, 그대에게 제시한 그 어떤  존재보다 그대는

훨씬 더 완벽하다. 그렇지만 이 덜 완전한 존재들이 그림을  완성

시킬 것이야.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지. 그들이 다양성을 더해

줄 것이다. 그들과 대비되어 너희의 우월성은 훨씬 더 부각될  것

이고, 안 그러냐?"

 물론 그건 사실이었다. 그는 물질적인 피조물들의 너저분함과 비

교될 때 자신의 아름다움이 부각되리라는 생각에 다소 마음이 누

그러졌다.

 그는 훨씬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계속 따지고 들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도 인간 남녀의 경우와 같은 영혼과 물질의

혼합은 진정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아니 훨씬 더 심각한 잘못은 그들에게 자유를 부여하시는 처사입

니다. 모르시겠습니까?, 주님?  주님께서 뒤돌아 서시는  즉시 그

들은 철면피 같게도 자기네 자유를 이용하여 주님의 사랑을 거부

하고 죄를 저지를 겁니다."

 하느님이 잔잔하게 대답하셨다.

 "아, 루시퍼, 그 점은 나도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을  한 번 믿어

보기로 했다. 덧붙여서, 만약 일이  그대가 말한 대로되어 간다면

내 아들에게, 그들에게 개입하여 손상을 복구하도록 부탁할  것이

야. 하나 그건 긴급 대책이니 당분간은 나만 알고 있는 것이 좋을

성싶구나."

 루시퍼는 하느님이 자기에게까지 비밀로 하시는 게  못마땅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하느님의 어조는 루시퍼가 알고 싶어하는 것에 특별

한 종지부를 찍는 그런 것이었다. 하느님이 그런 특별한 목소리로

말씀하실 때는 당신의 마음을 돌려놓을 방도란 아예 없었다.

 "좋습니다. 좋아요."

 루시퍼는 간신히 참으며 동의했다.

 "하지만 아담과 화와와 그 후손들을 위해 만드시려는 세계란 어

떤 것인지 한번 보십시오."

 하느님의 물으셨다.

 "왜, 뭐가 잘못되었느냐?"

 루시퍼는 하느님의 아둔함에 조소를 흘렸다.

 "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다요. 결국 그것은 인간 자유의 시험장

에 지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인간들을 기를 온

실 아닙니까? 천국에 오기 위한 대기소 같은 곳 아닌지요?"

 " 그래, 바로 그렇지, 루시퍼. 그것이 정확하게 내가 구상하고 있

는 것이다."

 "하지만 주님, 모르시겠습니까? 주님께서 계획하신  세계는 그런

목적으로 이용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입니다. 마치  궁전에

돼지를 기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

미소 띤 표정으로 하느님이 동의하셨다.

 "내가 이 계획에 좀 지나친 기대를 걸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

만 나는 나의 인간  피조물들을 가능하면 편안히 해주고  싶구나.

그들이 훈련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하게라니요?"

 루시퍼는 으르렁대며 맞섰다.

 "그들의 감각으로는 그건  정말 터무니없는 함정입니다.  그들은

그 모든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말 거예요. 태양과 달과 별들을 우

상으로 삼을 것입니다."

 "그 점은 그대가 옳을지도 모르겠구나,  루시퍼. 하지만 나는 그

런 위험까지도 기꺼이 감수하겠다 .많은 인간이 또 하늘나라를 관

상하고, 나의 권능과 위대함을 찬양하고 싶어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남녀 노소의 모든 인간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꼼짝

없이 그 세계에 빠져들어 자기네 창조주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

은 채 거기에 탐닉할 것입니다."

 "역시 옳은 이야기다, 루시퍼.  하지만 그들에게 시인과  화가들,

예언자와 성인들도 보낼 것이야. 이들이 그 모든 아름다움 속에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그들을 가르칠 것이다."

 루시퍼는 하느님의 아둔함에 갈수록 더 부아가 났다. 그의  목소

리가 둔한 아이를 다루는  학교 선생의 그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건방진 투로 바뀌었다.

 " 주님, 주님께서는 인간 피조물들을  취하게 하지도 않고, 따라

서 그들이 가진 조그만 이성을 잃게  하지도 않는 그런 포도주를

만드실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고 계시는 겁니까?"

 하느님은 마음씨 좋게 미소지으셨다.

 "아, 그럼. 몇몇이 포도주를 과음해서 탈이겠지만, 그것이 다정한

회합과 가족의 식사시간, 결혼 피로연을 얼마나 생기 있게 해줄지

생각해 보아라. 그것을  가지고 내 아들의  행할 일을 생각해  보

아."

 그분 아들의 장래에 관한 두 번째 암시는 루시퍼의 호기심을 다

시 한번 자극했다.

 "아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님?"

 "아니다."

 하느님이 점잖게 꾸짖는 투로 대답하셨다.

 "그대는 나의 긴급 비밀 대책에 그리 관심 갖지  마라, 친애하는

루시퍼. 그대는 내가 하려는 일을 내가 알고 있음을 믿기만  하면

되는 거야. 어쨌든 나는 기꺼이 포도주에 성패를 걸겠다."

 "하지만 먹을 것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주님? 어찌하여 그토록

맛나게 만드시겠다는 겁니까?  온전히 알고 계시듯이  그 때문에

사람들은 갖가지 작태로 탐닉에 빠질 텐데요."

 하느님이 달래듯이 말씀하셨다.

"그래 ,정말 그렇다. 하지만 먹을 것 역시 끊임없는  나눔과 찬미,

감사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아들의 그것으로 아주  커다

란 이적을 행할 것이야. 하나 그건 지금은 네 알 바가 아니다."

 루시퍼는 패배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하느님은 이른바  물질의

선용(善用)이라는 것에 호소하여 자신의  모든 비판을 입도  뻥긋

못 하게 봉쇄해 버리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아직

비장의 카드가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했다.

 "좋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인간에게 그들을 위해서 준비하신 그

모든 감각적 쾌락들을  부여하심으로써 그들을  그토록 형편없이

망쳐 놓으시려는 이유는 있으시겠지요. 하지만 그들에게 성적  희

열까지 주신다는 건 해도 너무하신 것  아니신지요? 그런 부가적

유인(誘因)없이는 인간을 증식시킬  수 없으십니까? 성욕이  사통

(私通)과 간음, 근친  상간, 시기, 심지어는  살인까지 불러오는데

그 모든 폐해를 어찌하실 겁니까?"

 천국에는 잠시 적막이 흘렀다.  필시 하느님이 루시퍼의  이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이리라. 마침내 그분이 입을  여셨

다. 목소리는 평온했고 조금은 쾌활하기까지 했다.

 " 무슨 말인지 알겠다, 루시퍼. 그리고 물론, 내 피조물들중 몇몇

이 보여 줄지 모르는 성애(性愛)의 오용에 대한 그대의 지적은 옳

다. 하지만 다른 한편 그것이  갖는 미덕들을 생각해보아라. 그들

도 나처럼 ’창조’의 기회를 갖는 것이야. 그건  커다란 기쁨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인간의 생식을 통해서 수많은  성자와

순교자와 증거자와 성처녀들이 천국에 살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성적 결합이 그  결실까지 맺지는 않을

것입니다!"

 루시퍼는 열을 내며 이의를 달았다.

 하느님이 대꾸하셨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그들은 한평생  고통을 마주하고 살 터

인데 기분이라도 풀어지도록 작으나마 순수한 쾌락을 좀 주면 어

떠냐?"

 "하지만 혼외 정사와 같은 순결하지  못한 쾌락은 어떻고요? 그

것마저 허용하실 겁니까?

 하느님읜 참을성 있게 대답하셨다.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전체적으로 보아 성적 희열의 순작용 쪽에

기꺼이 내기를 걸겠다."

 "그래요? 주님께서는 모든 쾌락이 가치 있다고 인정하시는군요 .

제가 보기에는 극히 혐오스런 것인데도요. 그렇게 밖에는 말씀 못

드리겠군요."

 "어허! 친애하는 루시퍼, 그대의 반감은 이해한다. 결국 순수  영

혼인 그대로서는 그런 것들을 높이 평가할 입장이 아니지. 하지만

나로서는 이 특별한 창작품이 몹시 자랑스럽구나. 좋은 수프에 소

금을 좀 집어넣는 것과 같아. 소금 자체로 수프를 만들지는  않지

만 분명 수프를 더 맛있게 해주기는 하지."

 그러고는 하느님은 껄껄 웃음을 터트리셨다 .갑작스레 혼자만 알

고 있는 우스개라도 생각나신 듯이.

 "그래, 루시퍼. 그걸 생각하면 할수록  쾌락을 만들어 내려는 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든단  말이야 .케이크에  크림을 씌우는  격이

야."

 루시퍼는 하느님이 작정하신 한, 자기편에서 제아무리 반대해 봐

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수프..., 소금..., 크림..., 케이크... 그 저주받을 말들이 다 뭐란 말

인가?"

 그는 맥없이 군시렁댔다 .자신의 충고가 아무 쓸모없게 되었으니

이제 그가 할 이이라곤 가능한 최고의  위엄을 유지한 채 자기위

치로 물러가는 것뿐이었다.

 :"좋습니다, 주님. 원하시는 대로 하신대도 어쩔 수 없겠지요. 하

지만 물질적 세계를 창조하시는 건 커다란 실수이고, 인간을 창조

하시는 건 더  큰 실수이십니다. 나중에라도 일이 잘못되면, 제가

주님께 경계해 드리지 않았단 말씀은 마십시오."

 하느님은 무척이나 온화하게 말씀하셨다.

 "걱정해 주어서 고맙구나,  루시퍼. 솔직히 의견을  말해준 것도

정말 고맙고. 그대가 말한 대로 나는 지금 실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대도 알다시피 나는 모험을 좋아한다네 .게다가

내겐 원할 땐 언제고 나의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무한한 수

단과 방법이 있고. 그대가 들었던 긴급 대책 같은 것 말이야."

 루시퍼는 지쳤다는 듯 대꾸했다.

 "그래요, 주님. 알았어요 .이젠 알았다고요."

 그러고는 하느님 안전에서 물러났다.

 하느님은 다시 혼자가 되시어, 앞으로 닥쳐 올 유쾌한 일들을 예

감하며 두 손을 비비셨다.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겨났다. 그분 보시기에  좋았다.

이렇게 그분이 계획대로 계속하시니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창조

되었다.

 "인간들이 생겨라!"

 그분이 마지막으로 말씀하셨다. 그러자 수십 억이나 되는 인간들

이 생겨났다 .그들은 모두 땅위에서 기고, 악다구니를  쓰고, 벌렁

나자빠지며 야단법석을 떨어 댔다. 모두가 당신 아드님의  형상이

었다 .그분은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지으셨다. 하느님 보시기에 인

간은 참으로 좋았다.

 "제법 쓸 만 한 실수로군."

하느님은 혼자말로 중얼거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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