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사순 제3주간 월요일 ’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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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3-15 ㅣ No.4966

사순 제3주간 월요일 ’22/03/21

 

우리가 가만히 앉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면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언제 한 번 걱정거리 하나 없이 지내본 적도 없고, 나이가 들면서 팔다리가 여기저기 쑤시고 결리는 것이 점점 심해지고, 따져보면 볼수록 우리 생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들은 정말 힘겨운 것들입니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을 보면 정말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간절하게 기도해왔던 순간들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어쩌면 반대로 그렇게 하느님께 기도하고 간절히 바라왔던 은총의 순간들이, 그나마 오늘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남겨주시지 않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자렛 회당에서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루카 4,24)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역경과 고난의 시기에, 예언자들을 통해, 일반인들을 제쳐놓고 특별히 선택되어 구원받았던 낮은 자들을 언급하십니다. 엘리야 예언자를 통해 소문난 큰 기근 속의 사렙타 마을의 과부, 엘리사 예언자를 통해 시리아 나환우 나아만.

 

그러자 회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예수님께 화를 내고, 고을 밖으로 내몰아 벼랑에서 떨어뜨리려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십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내가 살면서 이러 저러한 것을 주셨다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주 하느님의 덕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만은 막연하게나마 말할 수 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지금까지 어떻게 이끌어 오셨는지를 그림을 그리듯이 정확히 묘사할 수는 없어도,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장애에도 불구하고, 주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하시면서 나를 이끌어오셨다는 느낌은 나름 고백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내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표현할 수는 없어도, 주 하느님께서 나를 지금까지 보살펴주시고 보호해 주시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살려주셨음을 압니다. 주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우리를 지켜주신 사랑에 감사드리며, 오늘 우리가 가지지 못하고 누리지 못한 것만을 한탄하며, 우리의 처지를 너무 비관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우리가 살아 있고 그나마 우리가 기도할 수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의 다급한 인생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나눌 수 있는 은총 속에 있음을 만족하며 살아갑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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