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동성당 게시판
누군가가 죽도록 그리울 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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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죽도록 그리울 땐
그리운 만큼 시를 써 보세요
그리운 이가 먼 추억 속 비틀걸음이면
마지막 한 줄은 비워 두세요
왜냐하면 조금씩 잊혀짐이 서러워
거짓맹세로 메워질테니까요
쓰고 난 후 다시 쓰고 싶은 부분을
하나씩 지워 보세요
지워진 사연이
바로 당신이 그리워하는 이유일 겁니다.
누군가가 죽도록 그리울 땐
나즉한 소리로 콧노래를 부르세요
알록달록한 기억의 때묻은 노래라도
태연한척 선웃음을 지으며
애조띤 목소리로
한밤중 고요한 틈 속으로 흘려 보내세요
엇갈린 아쉬움 속으로 은은히 띄워 보내세요
부르다 절로 두 눈이 감겨지면
그 부분이 바로
당신이 그리워하는 이유일 겁니다.
누군가가 죽도록 그리울 땐
살랑한 바람이 부는 날,
한적한 오솔길도 거닐어 보고
발길 가는 대로 무작정 따라 가세요
그리고 문득 걸음이 멈춰지는 곳에서
수화기를 들고 고백하세요
그 고백이 바로
당신이 그리워하는 이유일 겁니다.
그래도 죽도록 그리울 땐
결국 당신의 사랑이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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