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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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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홍 [clemenskim] 쪽지 캡슐

2007-12-04 ㅣ No.6255

 

예전..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면 가톨릭 신자이신 부모님이 성탄절 미사를 드리러 가실 때 아이들 셋을 모두 몰고 1년에 단 하루 만이라도 효도 차원에서 성당엘 갔었다.

유난히도 긴 성탄 미사이므로 우리 부부와 아이들 셋은 성당에 가서 졸거나 미사 예식을 잘 따라하지 못해도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2층의 제일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 자리를 잡자마자 아이들은 2층 난간에 앉지도 않고 기대서서 1층을 내려다 보며 성당이 미어 터질 정도로 가득찬 사람들 중에서 재빨리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내고는 쉴새없이 떠들고 손을 흔든다. 

어머니는 미사 중에도 우리들이 왔는지, 손주들이 잘 있는지 무얼하고 있는지 확인하시려고 무의식 중에 자꾸 뒤를 돌아보시고..그런 어머니를 보고 아버지는 미사 중에 뒤돌아 보지 말라고 어머니를 야단치시고..

또 아이들은 그런 광경을 보고는 할아버지 할머니 지금 또 싸운다고 큰소리로 내게 알려주면 아내는 조용히 하라고 아이들과 날 야단치곤 하였다.

 

미사 예식을 모르는 우리 가족은 1층 사람들이 하는대로 부지런히 쫓아서만 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신부님 혼자 말씀을 하실땐 성당 안이 너무 고요하여 아내를 빼고 우리 넷은 그림자처럼 앉아서 심지어 코를 골기까지 하면서 잠을 자곤 하였는데 지루한 미사 중간에 왜 그리 일어섰다 앉았다 무릎 꿇었다 줄서서 걸어 나갔다 노래 부르다를 반복하는지 조용히 좀 오래 졸거나 자고 있을 수가 없었다.

한번은 아내가 침을 흘리며 씩씩 자고 있는 막내 옆구릴 찔러 일어 서라고 깨웠더니 막내 녀석은 버럭 성질을 내며 신부님 얘기 하는거 작년이랑 똑같으니까 자고 있는데 왜 그러냐고 큰소리로 지 엄마에게 대들었다.

옆에서 엄숙하게 미사를 드리던 청소년 아이들은 킥킥거리고 웃고.. 한 아주머니 신자는 딱하게 웃으시며 막내에게 니 말이 맞긴 한데 성당에서 신부님 말씀하실 때는조용히 하여야 한다고 타이르셨다.  

 

내 아내는 그래도 어릴 때 미션 학교를 다녔었기 때문에 성가나 성경 말씀을 꽤 많이 알고 있어 미사 중에 적어도 졸지는 않고 나름대로 기도도 하곤 하는 것 같았지만 나나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니 성탄 미사 시작부터 근 두시간을 비몽사몽 상태에서 이제나 저제나 하며 끝날 시간 만을 기다리곤 하였다.

 

성체성사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제대 앞으로 나가서 한사람씩 신부님께 무언가를 입으로 받아 먹는 것은 내가 보기에도 궁금하고 신기해 보여 잠이 확 달아났는데 호기심 많은 당시 6살 정도 된 막내 녀석은 오죽 했겠는가??

큰소리로 좀 아는듯한 지 엄마에게 "엄마!! 사람들이 신부님 앞에가서 메롱 하고 받아 먹는게 뭐야?? 나도 가서 받아 먹어야지~~" 하고는 2 층 사람들을 따라 막무가내로 내려 가려는 걸 아내가 붙들고 못내려 가게하려 싱갱이를 버리고, 또 미사가 끝나고 할아버질 만나면 왜 제것은 안받아오고 할아버지 혼자만 먹었느냐고 심술을 부리고, 맛있냐?? 무슨 맛이냐? 등등 온갖 것들을 할아버지에게 묻곤 하였다. 

 

이러던 말썽쟁이, 고집쟁이, 욕심꾸러기 막내가 이제는 군인 아저씨가 되었다.

전후반기 교육을 모두 마치고 지난 주부터 원당에 있는 기갑부대에서 장갑차 조종수로 근무하는 막내는 훈련소에서부터 일요일이면 성당에 나간다고 한다. 훈련소에서는 성당에 나가면 쵸코파이 두개와 사이다를 주었었는데 자대에 와서는 그만 못하다고 투덜댄다.

쵸코파이가 좋은건지 성당이 진짜로 좋아서 나가는건지.. 럭비공 같은 막내 녀석 생각을 알 수는 없지만 난 오늘도 막내가 나와 같은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되길 빌어 본다. 

  

  The First Noel - Kenn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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