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10구역 성지순례 이야기

인쇄

송동헌 [dhsong] 쪽지 캡슐

2002-09-30 ㅣ No.2250

"10구역에 사는 것이 행복입니다"라는 글제목을 ’10구역 성지순례이야기’로 바꿉니다.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행복을 이야기하려 했습니다만 너무 튄다는 항의를 받았습니다.

글제목 때문에 불편하신 분이 더 계신듯 하여 바꿉니다.

 

우리 10구역에서는 어제(9월 29일) 풍수원 성당으로 성지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웬 성지 순례라면서 시골 성당을 다녀왔냐는 의아심을 가지실 분이야 안 계시겠지만 그래도 짧게 부연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풍수원 성당은 강원도 횡성에 자리잡은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설립(1888년)된 오래된 본당입니다. 신유박해(1801년)를 피해 심심 산골로 피난하여 화전을 일구며 80여 년을 사제도 없이 평신도들만으로 신앙공동체를 유지해온 신앙의 모범이신 선조들이 세우신 교회 공동체입니다.

건물로만 보면 명동성당을 본 떠(대략 20분의 일로 축소)지은 고딕식 건물로 이 땅에서 서품받으신 첫 번째 조선인 신부이신 정규하(아오스딩)신부님(앞서 서품받으신 두 분 신부님, 즉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은 중국에서 서품받으셨으며, 정 신부님은 우리나라 세번째 신부님이시랍니다)은 이 직접 설계하시고 중국인 기술자들과 함께 본당 신자들이 직접 벽돌을 굽고 나무를 베어다 지은 아름다운 성당입니다. 1897에 준공된 이 성당은 고색창연 하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이곳 신부님의 소개말씀을 잠시만 덧붙이겠습니다.

이 성당을 짓는 동안 이곳 교우님들은 농사일을 젖혀두고 성당 건축공사에만 매달리셨다는 군요. 1905년에 착공하여 1907년에 완공하였으니 만 2년이 걸렸는데 주업이던 농사일은 오히려 성당 짓는 일에 짬을 내어 돌볼 수 밖에 없었다나요?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그 두해 동안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 풍년을 주셨답니다. 참 오묘하시지요?

 

성지 순례를 위해 사목회 총회장을 지내신 정남섭 세례자 요한 형제님께서 45인승 대형버스 한 대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매년 이렇게 도움을 받는 것이 못내 미안하면서도 넙죽넙죽 받기만 하고 있네요. 보답할 방법은 더욱 활발하고 사랑이 넘치는 구역 공동체를 일구는 방법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전임 구역장이신 서극수 베드로 형제님과 안흥기 안셀모 형제님, 그리고 라파엘 총회장님께서도 금일봉을 찬조해 주시어서 예산 걱정은 한결 덜해졌습니다.

 

대략 60여명이 참석하시겠다고 신청하셨지만 대개 변수가 있는데다 아침부터 굵은 빗방울이 들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정했던 8시 30분이 되자 정확하게 57명, 룰룰랄라!! 상쾌하게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좌석이 모자라 승합차를 한 대 더 동원했지만 그래도 모자라  대형버스에는 적당히 정원초과를 할 수 밖에 없었네요. 무릎에 안겨서 가시는 분도 계시고 저처럼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은 그리도 할 수 없어 부득이 신문지를 깔고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아 갈 수밖에 없었답니다.  

차중에서 묵주의 기도 고통의 신비 5단을 바쳤는데, 성모님께는 죄송스럽지만 왜 다들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기쁘고 즐거운 표정들 밖에 안 보이는지 참 민망하네요. 성지에 도착하니 우리 본당 18구역 교우님들과 맹인선교회  형제 자매님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물론 타 본당 분들이 안 계신 건 아니지만 이래저래 이곳은 우리 본당을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입니다.

성당 뒤쪽 동산에 조성해 놓은 십자가의 길을 따라 함께 기도하면서 올라가니 정상에는 성체동산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돌 묵주기도 코스가 조성되어 있어 함께 묵주기도도 바칠 수있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후 1시에 함께 미사를 드렸습니다만 사회, 독서, 신자들의 기도, 성가 반주까지 몽땅 우리 구역 차지가 되었습니다. 작년 미리내 성지에서도 그랬는데...... 미사 후에는 성당 마당에서 약식으로 구역 형제 모임을 가졌습니다.

10월 26일에 있을 구역친선 성가잔치와 10월 구역모임개최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오늘 나와 주신 25명의 형제님들은 빠짐없이 성가연습과 잔치에 참석하자는 다짐도 있었습니다.(아마 올해 성가잔치도 10구역 독무대가 될 것은 이미 정해진 것 같지 않습니까? ㅋㅋ)

 

우리 유석만 안토니오 구역장님 얼굴 좀 떠올려 봐 주십시오.

지난번 8월 구역모임에도 기록적으로 40명이 참석하여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지셨는데 오늘은 아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십니다. 도 아가다 여성구역장님도 마찬가지, 워낙에 환하신 얼굴이 더욱 화사하십니다. 음식물 준비랑 여러 가지 힘드셨을 터인데도 피곤한 기색 한점 없습니다. 구역 행사에 처음 나오신 분들도 왜 진작 이 모임에 불러주지 않았느냐며 오히려 볼멘 소리를 하시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말씀하십니다. "나는 10구역에 사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귀경 길에는 용문산에 들러 그곳 특산물이라는 용문산 더덕 막걸리에다 절묘하게 어울리는 빈대떡을 곁들여 놓으니 할머니들 할아버지들 절로 흥이 나십니다. 노유 간에 화합이 저절로 어우러지는 참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우리 이웃에는 아직도 이 공동체 안에서 함께 신앙을 나누지 못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앞집에도 뒷집에도, 아니면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 모르고 지내는 쉬는 교우들이 계십니다. 함께 가는 공동체를 일구는 꿈들을 꾸어 봅니다.  조금은 소홀했던 이웃에 마음을 열고 따뜻한 관심들을 가지기로 새로운 결심들을 해 봅니다. 그리고 함께 외쳐 봅니다.

 

"사랑의 제 10구역 화이팅!"

 



10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