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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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영 [Serina99] 쪽지 캡슐

2001-08-24 ㅣ No.7337

 

사랑은 어디서나

 

1. 사랑은 어디서나 마음 안에 파문을 일으키네. 연못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동그란 기쁨과 고통이 늘 함께 왔다 사라지네.

 

2. 사랑하면 언제나 새 얼굴이 된다. 엄마의 목을 끌어안고 입맞춤하는 어린아이처럼 언제나 모든 것을 신뢰하는 맑고 단순한 새 얼굴이 된다.

 

3. 몹시 피로할 때, 밀어내려 밀어내려 안간힘 써도 마침내 두 눈이 스르르 감기고 마는 잠의 무게처럼 사랑의 무게 또한 어쩔 수 없다. 이 무게를 매일 즐겁게 받아들이며 살아 갈 힘을 얻는다.

 

4. 어느새 내 안에 들어와 살고 있는 그. 이미 그의 말로 나의 말을 하고도 나는 놀라지 않는다. 오래된 결합에서 오는 물과 같은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 사람들은 이런 것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나는 늘 그가 시키는 대로 말할 뿐인데도...

 

5.풀빛의 봄, 바다빛의 여름, 단풍빛의 가을, 눈빛의 겨울 ... 사랑도 사계절처럼 돌고 도는 것.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빛을 내지만 변함없이 아름답다. 처음이 아닌데도 처음인듯 새롭다.

 

6.준다고 준다고 말로는 그러면서도 실은 더 많이 받고 싶은 욕심에 때로는 눈이 멀고, 그래서 혼자서도 부끄러워지는 것이 사랑의 병인가. 그러나 받은 사랑을 이웃과 나누어 쓸수록, 그 욕심은 조금씩 치유되는 게 아닐까.

 

7.쓰레기통 옆에 핀 보랏빛 엉겅퀴의 강인한 모습과도 같이 진실한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그렇게 당당하면서도 겸손하다.

 

-시간의 얼굴 중, 이해인-

 

 

*********

 

벌써 바람이 선선해지는 가을입니다. 오늘 새벽미사에서 새임지로 떠나가시는 안나릿다 수녀님을 뵈었습니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보다는 이별에 대한 마음이 왜이리 더 애절한지.. 여전히 수녀님의 미소가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신앙의 출발은 떠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오늘 수녀님 떠나시는 길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복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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