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성당 게시판

전환기에 선 레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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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득길 [4omega] 쪽지 캡슐

2003-09-14 ㅣ No.5067

전환기에 선 레지오

 

 

* ’천사들의 모후’ Cu. 제 59차 월례회의 훈화(2003. 9. 15.) / 단장 윤득길

 

 

먼저 성전 봉헌식 때 헌신적으로 협조해 주신 평의원 여러분과 모든 단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5개성상에 걸친 성전건립의 대장정이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에 맞춰 주임 신부님이 새로 부임하심으로써 우리 본당은 이제 ’보이지 않는 성전’을 건립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전환기에서 우리 본당의 최대 신심 단체인 레지오 또한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새롭게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되어 이 시간을 빌어 몇 가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레지오는 사령관이신 성모님이 지니셨던 겸손, 순명, 기도, 인내심, 용기, 희생 등의 정신과 자세기도와 활동을 통해서 성모님의 사명인 세상 구원 사업에 참여토록 불림을 받은 군대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세상복음화라는 구세사업을 위해서 이 세상에 파견된 오늘의 마리아들 입니다.

성모님은 우리 레지오가 본받고 따라야 할 거울입니다.

 

그 명칭이 가리키는 바처럼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는 일반 군대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군대의 존재론적 특성이 조직(組織)이라면, 우리 레지오 역시 외견상 조직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군대의 운용원리가 군기(軍紀)라면, 레지오의 그것은 교본과 지침입니다.

군대의 존립목적이 전투에서의 승리(勝利)라면, 레지오의 그것은 활동을 통한 사도직 수행입니다.

 

군대라는 조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와 이익의 희생이 불가피하듯 레지오도 조직의 유지를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정신이 요구됩니다.

군기의 생명이 절대 복종이듯 레지오의 그것도 온당한 권위에 대한 존경과 명령에 대한 순명이 생명입니다.

군대의 목적은 치밀한 작전 계획과 용감한 전투로 달성되듯이 레지오의 사명도 치밀한 활동계획과 투신적인 활동으로 달성됩니다.

 

그러나 우리 레지오는 군대라는 조직과 아주 다른 점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레지오가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비체라는 점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창설자 프랭크 더프가 주관한 세계 최초의 레지오 회합에서 영적 지도자 마이클 토허(Fr. Michael Tocher) 신부가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마태복음 25장을 봉독하고  첫 훈화로 그리스도 신비체 교리를 설명해 주었다는 사실은 레지오와 신비체의 상관관계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이라 하겠습니다.

신비체는 영성(靈性)이라는 특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레지오는 군대라는 일반 조직을 멀리 초월합니다. 레지오를 일반 조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유일한 보증이 영성(靈性)이라는 신비체의 특성입니다. 레지오에서 영성적 향기가 없다면 이는 짠맛을 잃은 소금과 같이 금방 타락하고 속화하게 됩니다. 영성이 없는 레지오는 세속적인 단체일 뿐입니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볼 때, 단원으로서 나 자신은 어느 수준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간부로서 우리 쁘레시디움은 어느 수준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 전래 50주년의 나이테를 새기면서 한국가톨릭교회 발전의 견인차로서, 성장 동력으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레지오의 현재의 위치는 어디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시각에 따라서 여러 가지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겠습니다만, 저는 한국레지오가 한국교회 성장에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될 시대적 요청 앞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레지오가 시대적인 변화의 요청을 외면할 때 시대 또한 레지오를 외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이유가 전적으로 우리 레지오에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레지오의 문제는 바로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서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의 본질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 몇 가지만 들라면 극단적인 이기주의, 개인주의, 경쟁주의로 말미암은 공동체성 상실과, 민주화, 평등화, 의식대등화에 따른 급격한 탈권위주의, 과학주의, 이성주의, 실증주의 등에 따른 합리/실용주의, 물질주의, 쾌락주의, 가치관 상실에 따른 세속주의 등의 등장이라고 주장하겠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교화(敎化)시키기보다는 세상이 교회를 급속히 속화(俗化)시킴에 따라 교회 안에 세상의 탁류가 넘치는데, 교회의 일원인 신자들의 조직인 레지오라고 해서 청정(淸淨) 지역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로 오늘날 레지오 안에서도 조직보다는 ‘나’ 자신만을 앞세우고, 조직의 권위에 대한 존경과 명령에 대한 순명보다는 비판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활동의 가치와 의미를 과소평가하는 등 바람직하지 못한 경향들이 팽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상들을 극복하고 우리 레지오가 올바른 정신과 자세로 사명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이지만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변화 지향적이어야 합니다. 본질적이 아닌 형식이나 방법들은 시대상황에 맞게 과감하게 고쳐나가야 됩니다.

전에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무조건 관습과 전통을 따르기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그것이 합당한가 재검토해서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거나 고쳐나가야 합니다.

이를테면 중복허리에 가정 방문한다고 예고 없이 남의 집 대문을 노크하는 일이나, 구시대적인 통신수단만을 의존하려는 습관, 레지오는 본당 내에서 ‘궂은일이나 도맡아 하는 단체’라는 인식 등은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젊은 단원을 모을 수 있고 효율적인 활동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언제나 상황 속에 ‘열려 있는’레지오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서 극단적인 가정(假定)으로는 교본과 지침에 상충(相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축자적(逐字的)인 해석보다는 지향하는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임된 자유재량을 행사하면 된다고 봅니다.

교본은 공간적으로는 범 세계, 그리고 시간적으로는 장구한 역사 안에서 통합과 일치를 지향해야 할 이유 때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항상 적합한 금과옥조(金科玉條)는 아닐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일부에서 비판하듯이 교본 지상주의 (至上主義)나 교본 교조주의(敎條主義)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교본은 여러 곳에서 개정 불가의 금칙을 달고는 있습니다만, 그것은 그 자체가 절대 수정 불가한 목적이 아니라 세상 복음화라는 목적에 복속되는 상대적인 수단입니다.

교회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세상 복음화를 위한 수단이라면, 존재인 교회를 풍요롭게 하는 교회 내 단체인 레지오 역시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오랜 역사와 범세계적인 시행착오의 체험을 통해서 축적된 교본의 내용을 지나치게 자의적(恣意的)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태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이견이 생길 경우, 해석의 권한을 상급평의에 위임하여, 시대상황과 지역문화에 따라 신축성 있게 운용토록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문제가 제기될 경우, 언제나 상급평의회와 상의하여 현장의 현실성과 레지오의 통일성을 아우를 수 있도록 충실히 노력하겠습니다.

 

둘째는 고수(固守)할 것은 더욱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레지오의 기본적인 정신, 사명, 신비체로서의 레지오에 대한 존경, 영성 등  레지오의 보배로운 가치는 고수해야 합니다.

레지오의 신원(身元)과 정체성(正體性)에 관련된 본질적인 것은 항상 좌표를 점검하여 일탈(逸脫)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본질적 가치에 대한 도전이나 훼손이 있을 경우 과감하게 대처하여 이를 수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우리는 피로써 신앙을 증거한 신앙선조의 거룩한 신앙유산을 승계, 발전시킬 자랑스러운 후예로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레지오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하여 몇 가지 나름대로 생각한 바를 말씀드렸습니다.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오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 또한 없지 않을 줄 압니다.

하지만 자포자기에 빠지거나 방관함으로써 실수를 안 하는 것보다는 도전에 따른 시행착오를 감내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레지오인의 사명이라는 생각에서 아래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오니 함께 진지하게 검토하여 우리 레지오가 새로운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Ⅰ. 조직의 강화

 

1) 조직의 질적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 경주.

   * 대화, 교본 연구, 훈화, 교육 참여 등을 통한 정신자세 확립과 모범적인 활동과

     솔선수범을 통한 도제적(徒弟的)적인 훈련 강화.

2) 당분간 확장보다 정비 및 개선 주력(注力)

  (1) 조직 발전에 저해되는 문제 단원은 조직 윤리에 순응토록 적극 노력.

  (2)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 단원의 개선 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자퇴 유도,

      또는 출단(黜團).

  (3) 신규 단원 모집 시 참관시키기 전에 사전 보고하여 적격성 여부 철저 검토.

  (4) 예비 기간 중에 면밀히 관찰하여 선서에 신중을 기할 것.

3) 신규 단원 모집 주력

  (1) 조직 정비가 끝나는 대로 신규 단원 모집에 총력을 경주(傾注).

  (2) 신규 단원의 교육, 훈련, 소속감 부여 등 집중 관리로 중도 탈퇴 예방.

 

Ⅱ. 활동의 강화

 

1) 시의성(時宜性) 있는 활동 대상 개발에 팀 전체가 함께 노력.

2) 활동 계획 사전 수립. *무계획적, 단발적인 활동 지양(止揚).

3) 기도하는 자세, 투신적(投身的)인 활동 전개

4) 지속적인 관리로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

 

Ⅲ. 운영과 관리 개선

 

1) 창의성 계발(啓發)에 주력하여 효율화, 합리화, 시의성 방안의 모색, 개발.

2) 역할 수행

  (1) 단장

      가. 교본과 지침에 의해서 수임(受任)된 권한의 과감한 행사와 임무 철저 수행

      나. 시의성 있는 훈화 준비.

         *신문, 잡지 등의 게재물 단순 낭독, 순번제 훈화 위임 방법 지양.

      다. 시의에 맞는 활동 자료 개발과 배당 활동 관리 철저.

      라. 의사 결정시 가급적 4간부가 상의하여 합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리더십을

          강화.

 

 

  (2) 단원

      가. 좀더 투신적인 자세로 레지오에 참여

      나. 조직을 위해서 개인을 희생하는 자세 지향.

      다. 조직의 명령에 순명. *배당 활동, 간부 피명(被命) 등

      라. 활동 전 기도 선행(先行)

      마. 단원 간 형제애로 일치를 지향하되 친목(親睦)으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

      바. 이권 관련 행위 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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