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울타리 밭에서 들여온 음성”

입추(入秋)가 찾아오고 말복(末伏)이 지나더니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향기가 싱그럽게 밀려온다
푹푹팍팍 찌든 폭염이 입추(入秋)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다니,
호박이며 고구마를 캐다 공 굴리며 놀든 개구쟁이 소꿉 친구들이 그리워 진다 

나는 8월의 한더위를 울타리 밭에서 식히고 있다
‘울타리 밭’이란 단순히 내방식대로
우리집 멍멍이 ‘훈이’라 이름 붙인 것과 같은 자연스런 부름이다
울타리를 따라 돌아가면서 일구고 가꾸고 걸음 주었기에 그냥 붙여본 이름이다

‘고추,부추,딸기,방울도마도,깻잎.오이,호박.완두콩,가지’ 등 채소작물에다
‘백일홍,봉선화,분꽃,나팔꽃,해바라기,코스모스,채송화’를 사이사이에 심있고
귀한 약초들과 무화가 나무를 군데군데 심고서는
자칭반 애칭반 없는 것이 없는 작은 식물원이라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헌데, 신기하게도 고추는 벌써 몇 바가지를 따다 먹었고
깻잎은 처분이 곤란할 만큼 자랐으며, 방울도마도는 가지가 찟어질 만큼 풍작이다
씨앗을 뿌려 손수 키워낸 채소며 과일들이라 너무도 신기하고 애지중지하다
풋풋하고 매콤한 초록 잎새들이 어찌그리 신통망통한지
온종일 내새끼 다칠세라 물주고 솟아주고 가꾸는 일에 정성을 쏫아 본다.

그들을 통해 나는 작은 나눔과 넉넉함도 배웠다
노력하는 만큼 되돌아오는 소박한 자연의 섭리도 깨우치게 되었다
병원을 찾아 고통을 호소하는 그들에게
고추랑 갯잎이랑 도마도들을 한 포기씩 나누며 주고받는 마음 속에서
그 큰 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아픔의 상처를 다독거려본다
말없이 문을 닫고 돌아서는 그들 등뒤에
희망의 풍선을 달아주고 싶다.

해바라기는 노란색 행복의 풍선을
봉선화는 연분홍 사랑의 풍선을
나팔꽃은 보라색 희망의 풍선을
코스모스는 자주색 행운의 풍선을
주렁주렁 넘치도록 매달아드리고 싶다

긴긴 어느 여름날 밤
나는 여름내 땀흘리며 가꾸었던 내 작은 식물원인 울타리밭에서
부더러운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
힘들고 고통받는 그들에게
희망과 사랑과 용기가 샘솟는 풍선을 달아드려라
그것이 나에게 주는 너의 정성스런 봉헌임을
내 어찌 모르겠느냐

오! 주님 ,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한 톨의 씨앗이 이처럼 넘치는
축복과 사랑과 영광을 이루었 나이다


Buruno-Yi
8-13-06 / 금주의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