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장악되었고 이명박 정권의 계획된 언론플레이는 이미 가동 중이며 척척 먹혀 들어가고 있다. 국민의 고개는 무의식 중에 이명박 정권이 지목하는 곳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사전에 계획하여 국민 앞에 내놓는 뉴스에만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범불교도 대회가 개최된 날에 간첩사건이 터졌다. 노골적으로 종교간 차별을 하여 불화를 일으킨 이명박 정권은 마지막까지도 불교계를 우롱한 셈이다. 이 정도면 불교계는 분노해야 한다. 불교계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순간에 대놓고 무시하며 그 집회의 뜻을 훼손시키고 조롱하였다.
지난달인 7월 10일에 구속된 간첩이다. 그런데 한달도 훌쩍 넘어 뒤늦게 범불교도 대회가 개최되는 그 순간에 언론에 터져나왔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예의주시하며 조사를 벌려 구속 당시에는 이미 그 전모를 알고 있었음에도 하필이면 왜 이명박 정권의 종교차별을 규탄하는 범불교도 대회가 열리는 날 바로 그 정오에 온갖 자극적 관심사를 불러일으키는 미사여구를 동반하여 터져나오는 것일까?
한국판 마타하리 사건이란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판 마타하리 미모, 김현희보다는 못하지만 신아무개보다는 인물이 빼어나.."이라고 화제를 돌리며 "여간첩이 하는 수상한 강연을 우리 군인들이 들었다니 참 상상만해도 기가 찰 노릇"이라며 "나 간첩하고 명함에 써 갖고 다녀도 된다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로 우리 안보와 보안 상황이 무방비상태였다"라고 말한다.
고명하신 스님이 사부대중 앞에서 종교편향을 시정하고 국민 대화합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는 순간에 여간첩이 강연을 하고 돌아다녔다는 뉴스가 오버랩되어 등장한다. 불자들이 서울 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하는 순간에 간첩이 명함을 써 갖고 거리를 활보한다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말이 빗대어 흘러나온다.
인터넷 동아일보에는 간첩사건만이 대문짝만하게 등장하고 범불교도 집회는 한 구석에 박혀있다. 조선과 중앙에는 범불교도 대회와 간첩사건이 바로 아래 위로 접목되어 확연히 대구를 이루며 놓여졌다. 편집은 절묘하게 범불교도 집회를 폄훼시킨다. 범불교도 집회 뉴스 밑에 우리 안보와 보안 상황이 무방비라는 뉴스가 배치된다.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의 뉴스에도 범불교도 대회 밑에 바로 위장탈북 여간첩이 등장한다. 야후에는 여간첩, 성로비로 군사기밀 빼내, 황 중위 "사랑해서 신고 못했다", 전여옥 "한국판 마타하리 미모, 김현희보다.."라는 타이틀에 범불교도 집회 기사가 포위당했다.
또한 범불교도 집회가 열리는 날에 간첩사건을 발표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전정지작업도 있었다. 본격적인 간첩사건을 터뜨리기 전에 신공안의 분위기를 먼저 조성한 것이다. 바로 전날 한국경영학회 회장과 연세대 상경대학장까지 지낸 오세철 연세대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부인 앞에서 강제로 연행되어 서울 종로구 옥인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고 있다.
이미 이명박 정권의 계획된 언론플레이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 장악된 언론에 의해 일사천리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언제든지 정권이 원하는 순간에 그들이 계획한 뉴스가 언론에 도배된다. 반면 정권이 원하지 않는 뉴스는 다른 화려한 뉴스 뒤에 숨겨져 국민 눈 앞에 잠시 스쳐갈 뿐이다.
국민의 시선이 베이징 올림픽에 한없이 쏠리는 순간에 만약 덮고만 있을 수 없는 영부인 사촌누나의 30억 수수는 빠르게 진행되어 소멸되었다. 3월에 벌어진 일이 올림픽 기간인 8월에 등장하여 단순 사기사건으로 끝났다. 친분관계가 전혀 없다던 사촌누나가 청와대로 걸은 수차례의 전화는 가정부와 통화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정권의 치부가 올림픽 기간 동안에 소설같은 이야기로 끝나버린 셈이다.
또한 KBS 사장에 대한 불법적 해임은 올림픽이 개최되는 순간에 딱 맞추어 이루어지고 올림픽이 끝나는 순간에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명박 정권의 위헌적인 권력남용이 뻔히 보이는 무리수를 국민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집중되었을 때 실행하였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 공영방송인 KBS의 독립성을 무참히 짓밟으며 쿠데타 하듯이 KBS를 장악했다.
마찬가지로 지난달에 구속된 간첩이 올림픽이 끝나고 국민이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되짚어볼 시기에 발표되었다. 그것도 범불교도 대회가 열리는 바로 그 시간과 동시에 화려하게 뉴스를 장식했다. 불교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태도는 거짓말임이 탄로났다. 오히려 불교계의 목탁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는 순간에 신공안의 호루라기가 시끄럽게 삑삑 거렸다.
합리적인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소리다. 소통은 둘째치고 대놓고 우롱한 것이다. 범불교도의 합리적인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순간에 대놓고 그들에게 똥물을 끼얹은 것이다. 완전히 조롱당한 셈이다. 또한 이 모든 것이 정권에 장악된 언론에 의해 알맞게 각색되었다.
위장전입, 위장취업, 위장광고, 위장지지, 위장설립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이명박 정권이 이제는 위장탈북한 간첩을 앞세워 합리적인 국민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광장을 더럽히고 있다. 때맞추어 조중동의 위장언론은 쌍수를 들고 기뻐하며 범불교도 대회를 전하는 기사 앞 뒤에 간첩 기사로 포위하고 있다. 척척 손발이 맞아 돌어가는 정권과 유착한 언론이다.
범불교도 대회가 열리는 날에 불자들은 이렇게 이명박 정권에 의해 조롱당하였다.
권종현/칼럼니스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