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둘째 토요일

인쇄

김성동 [ml1988] 쪽지 캡슐

2010-01-23 ㅣ No.4977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느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지도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여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위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1948년)

 

 왜

욥기가

읽고 싶어 질까?

 

어쩌다 용사들이 쓰러지고

무기들이 사라져 버렸을까?

주님  스러지는  영혼을  잡아 주소서



3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