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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배람박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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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 [ml1988] 쪽지 캡슐

2010-02-01 ㅣ No.4979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저녁 이 좁다란방의 힌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것만이 오고 간다

이 힌 바람벽에

히미한 十五燭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낡은 무명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일인가

이 힌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디 추운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씿고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서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여 어늬사이엔가

이 힌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것으로 호젓한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듯이 나를 울력하는듯이

눈질을하며 주먹질을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쨈]과 陶淵明과 [라이넬 · 마리아 · 릴케]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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