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도가니탕을 앞에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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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3-09-08 ㅣ No.3098

      
      
      도가니탕을 앞에 놓고 
      김명섭
      
      
      도가니탕 한 그릇 받아들고 
      묵상의 김을 피웠다
      
      뜨거운 김 속에서 
      도가니들을 꺼내 
      접시에 늘어놓은 지나온 나날들
      젓가락은 조용히 합장을 했다
      
      하나 집어들고
      눈물로 삭힌 간장에 찍어도
      무른 도가니는 반응이 없다
      이 관절 붙들고 살아온 뼈대들 
      얼마나 껄끄러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어느 오돌오돌한 도가니는 
      매웁게 살아온 깍두기와 함께
      섞어 씹어도
      잘 친해서
      뒷맛이 매끄러웠다
      여기에 붙어살던 마디마디는
      아주 편안했겠다
      
      사는 게 어려운 건가
      질그릇같이 거친 세상
      얼굴 비벼도 
      삐걱거리지 않게 
      모질게 오돌거리는 것이지
      
      도가니 국물
      뿌옇게 우러난 말씀 속에
      얼굴을 자꾸 담금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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