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멋진 배낭여행-4]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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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대 [changjhon] 쪽지 캡슐

1999-10-26 ㅣ No.1042

    ◎세계인과 대화하는 배낭여행 4회 {방콕, 치앙마이}

 

    - The more you talk, the more you understand -

    (대화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이해의 폭도 커진다.)

 

미소의 나라, 태국! 불심(佛心)이 깊고 자비심이 많은 사람들, 도량이 넓고 인심이 좋은 어진 심성(心性)의 소유자들 또한 자존심이 강한 국민성... 등 대체로 태국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視覺)을 지닌 나에게 이곳 방콕의 이른 아침은 이름 모를 새들의 경쾌하고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함께 창을 연다.

 

It is said that about 97% of the Thai citizenry are Buddhists. The Thais themselves frequently call their religion Lankavamsa Buddhism because Thailand originally received Buddhism from Srilanka during the Sukhothai period.(수코타이 왕조시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 지난밤의 해프닝은 아침에 우리를 맞이하는 주인 부부와 일하는 두 아가씨의 친절하고 상냥한 미소로 긴장감은 해소(解消)되고 기대는 부풀게 된다. 정식으로 잠자리를 배정 받고(이층 옥상에 도미토리 형식의 야외 침상(寢牀)들이 있어 여러명이 따로따로 함께? 잔다.) 형식적이나마 모기장이(낡아서 구멍이 뽕뽕 뚫려 있음) 엉성하게 걸려 있다. 아직까지 여기저기 자유분방한 배낭족들의 취침 시간은 계속되고 ...

 

“자, 이제 각자의 취향(趣向)에 맞춰 방콕의 모습을 느껴 보자”는 내 말에(나의 관심과 흥미의 대상은 주로 관광지 중심이 아닌 - 이미 식상(食傷)했으니까- 보통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비춰 주는 재래 시장, 뒷골목 풍경 그리고 허름한 식당과 대학촌 등이다.) 재숙이는  당분간 분위기 파악할 때까지 함께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그래 그것도 괜찮지라고 받아들인 것이 결국 치앙마이 트래킹까지 포함한 8일간의 일정(日程)을 마치게 되고 그곳에서 헤어지게 되는데...

 

첫 장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일년에 한 두 번하는(방학 때마다) 해외배낭여행을 항상 혼자했기 때문에 나만의 세계에서 매사(每事)에 익숙한지라 지금 당장 뭔가 부자유스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우선 아침 식사 문제가 그렇다. 나의 식성(食性)과 위(胃)는 오랜 경험과 훈련의 결과 이미 세계화된 상태이다. 세계를 누비는 자유배낭여행자의 생존법칙(生存法則) 제 1 호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아무거나 잘먹는 식성일 것이다. 그저 빵과 우유 정도면 기본 식사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 물론 돈 많은 사람과 관광객은 예외이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지 모른다.  어쨌든 배낭여행자는 그들의 여행취향과 같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재숙이는 배낭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더니 어디 가야 고추장과 멸치 김을 먹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이구, 골치야!

 

I think that if we are honest with ourselves, we shall admit that we eat Kimchi, Ramyon and hot patter paste,(고추장) etc. not for this or that respectable reason(이런저런 이유때문에)  but I think because we have got into the habit(습관이 되다) and can’t get out of it. I don’t know if it’s really desirable for backpackers to stick on(집착) it even in foreign countries.

 

일단 볶음밥도 하는 식당을 골랐다. 그리고 나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이런 현장(現場)을 여러번 목격(目擊)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태리, 대만, 일본...등에서, 김치 고추장 라면 등이 없으면 맥을 못 추는, 급기야는 일정도 못 채우고 돌아간 젊은 친구들도 있다. 잔소리는 뒷장에서...).  

 

우리는 카오산로드 주변을 돌면서 이국적(異國的) 분위기를 느낀다. 시끌벅적한 거리에는 다양한 과일들이 손님을 부른다. 수박 바나나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과일들도 많았지만 낯선 것도 많았다. 두리안이라고하는 과일이 명물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별로였다. 벗어 놓은 양말 냄새가 난다고들 했는데 실제로 그런 것 같았다. 망고 쥬스나 코코넛 쥬스도 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한낮이 가까워 오면 거리엔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쇼핑도 하고 거리의 정취(情趣)를 감상하는 서양인들로 메워진다. 참 부럽다. 저 관광객들을 우리 나라로 오게 할 수는 없을까. 아무튼 관광 산업이 큰 경쟁 상품임엔 틀림없다.

 

악어 농장, T.V에서나 보던 것을 직접 보러 갔다. 상당한 외국 관광객들이 와 있었다. 잠시 후 시작된 악어 쇼는 현장감을 더해 긴장과 흥미를 돋구는데 손색(遜色)이 없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쩍 벌이고 있는 악어 입 속에 머리를 밀어 넣는 순간일 것이다. 만에 하나 앗차 하는 순간이라도 일어난다면, 어휴 더위가 싹 가신다. 조련사는 악어 훈련 중 물렸다는 자신의 팔에 남은 큰 상처를 보이며 긴장감을 고조시킨 뒤 묘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인간만이 고상한 취미 생활을 누린다고 했는데 글쎄 내 생각엔 차라리 인간만이 가장 잔인함을 즐기는 동물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뱀 농장에서의 진기한 체험(體驗)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열대에 서식하는 수 백종의 뱀들이 수 천 마리나 있다는 곳이다. 나는 우리 하나 하나를 돌아보며 형형색색(形形色色)의 무늬를 자랑하는 녀석과 당장이라도 머리를 꽃꽂이 쳐들고 달려 들것만 같은 코부라, 동물의 왕국에서 본 돼지를 통째로 삼키는 맘모스 구렁이 등이 신기하기만 했다. 우리가 끝나는 지점에선 진짜 신나는? 체험의 현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뱀의 길이가 2M가 넘고 직경은 20 CM 정도의 뱀을 목에 걸치는 것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구경이나 할 뿐 선 듯 도전(挑戰)하지 않는다. 하긴 바로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쭈삣 설 지경인데 감히, 그러나 나의 야릇한 호기심의 발동(發動)은 전혀 위험성이 없다는 조련사의 뱀같은 혀놀림의 유흑에 넘어가고 말았다.

 

Please, don’t worry. You don’t have to worry about this snake. It will never bite you. It’s very gentle and well tamed. You see its face and its tongue, so beautiful .... Please don’t be afraid of it by judging from its appearance.(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다) I will guarantee you that you will have a great experience. Ya... come on. Try it...No problem.....

 

와~ 주변의 현지인 개구쟁이들의 아우성, 관광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視線)들, 나의 준비 완료 신호가 떨어지자 말자 그 조련사는 냉큼 그 큰 뱀을 내 목에 척 걸친다. 그 순간 나는 그 뱀의 무게에 압도당했고 곧 이어 싸늘한 냉기(冷氣)에 의해 얼굴은 완전히 공포에 질린 마비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고 깔깔대며 대리만족(代理滿足)을 취하는 얌체들도 있었다. 조련사가 뱀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시간은 불과 1 ~ 2 분, 그러나 나에겐 긴 시간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재숙이는 처음부터 뱀에 별 흥미가 없었기에 내가 구경을 마칠 때까지 다른 곳에서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미안했다. 아무튼 나중에 파랗게 질린 내 얼굴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고 나도 웃고 말았다

 

그 다음날은 재숙이가 좋아하는 코끼리 쇼를 구경갔다. 노련(老鍊)한 조련사들의 지시에 따라 마치 원격 조종을 받고 움직이는 로봇처럼 코끼리들은 갖가지 재주를 선보이며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축구가 그렇고 물구나무 서기, 조련사를 자기 코로 휘어 감아 요리저리 묘기(妙技)를 보이는 것이 그랬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라스트 신이 백미(白眉)였다.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기는가 하면 폭소(爆笑)를 자아내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것이었다.

 

관광객 중 열 명의 용감한 남녀 지원자가 운동장에 내려간다. 그들은 땅 바닥에 등을 대고 하늘을 바라보는 자세로 일정(一定)한 간격을 유지한 체 일렬(一列)로 눕는다. 이제 산덩이만한 코끼리가 그 위를 걷기 시작한다. 한 발 한 발을 사람들 사이의 50cm 정도의 빈틈에  내 디딜 때마다 혹시나 하는 긴장과 불안감을 갖게 한다.

 

앞 발바닥을 누워있는 사람의 배를 밟을 듯 말 듯 하는 대단한 연출력, 영리한 녀석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누워있는 스턴터?들의 갖가지 표정들도 가관(可觀)이다. 근데 인석이 열 댓 살쯤 돼 보이는 소년이 누워있는 곳에서 한 참을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자기 코끝을 그 소년의 그 곳에 대고는 서서히 비벼대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하나같이 배꼽을 잡고 웃어됐다.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는 같은 상상(想像)속에서 일치를 본 것이다. 뭐 별로 어렵지않은 상상이니까. 암튼, 정말 그 코끼리는 명(名) 연기자임에 틀림없었다. 왜냐면 모든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니까. 아마 아리스토텔리스의 시학에 관한 특강을 받았나 보다.

 

오늘은 차이나타운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치기로 하고 화람풍 역 주변으로 갔다. 싱가폴 등 동양권(東洋圈)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은 물론 남미의 페루, 아프리카의 튀니지 등(배낭여행을 했던 나라들 임) 차이나타운이 있는 곳의 특징(特徵)은 첫째 식당들과 상점들의 간판들이 대부분 한자(漢字)로 쓰여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말이다. 어쨌든 그들의 자국어를 사용한다는 게 한자에 익숙한 나에게도 친근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사실 이 지구촌의 많은 민족(民族)들은 아직 동양인을 보면 먼저 중국이나 일본을 떠올리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나를 보고,"지나" (스페인어 권에서는 China를 그렇게 발음 함) 혹은 "니뽄, 사요나라" 등으로 인사내지 한 번쯤 불러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나는 불쾌감(不快感)을 피할 수 없다. 그 배경엔 역사성(歷史性)과 국력(國力)의 위상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곳의 China Town 은 중국 본토를 보는 듯 하다. 떠들썩한 그들의 특이한 억양, 왠지 좀 지저분한 분위기 그리고 금방(그들은 金行이라 함)이 많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금방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 참으로 생기와 활기가 넘친다. 저들은 금을 먹고사나? 화교(華僑)들의 막강한 경제력(經濟力)은 금덩이에 대한 저들의 집착(執着)에서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에구, 재숙이두 금방에 관심이 있는 걸 보니 여자는 여자야. 앞으로 큰 손 될 가능성(可能性)이 엿보인다.

 

이제 내일이면 93년 12월 31일. 나는 15일 간의 여행이라 일정이 여유롭지 않았다. 나는 94년의 첫 날을 치앙마이에서 맞기로 하고 재숙이는 방콕에서 보낸 뒤 천천히 가기로 했다. 나는 당장 카오산로드에 산재(散在)해 있는 몇몇 여행사에 들러 오후 6시 30분 발 치앙마이행 VIP 냉방(冷房)버스 티켓을 끊었다. 나는 약 11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버스 여행을 대비해 일찍 푹 쉬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배낭부터 챙겨 놓고 다른 배낭족들과 치앙마이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점심 때 쯤인가, 재숙이가 숙소로 들어오더니 자기도 치앙마이행 티켓을 끊었단다. "그래? 그럼 같이 가야지." 시간이 되자 많은 배낭족들이  베낭을 둘러메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장소로 속속 모여든다.

 

어디를 가나 배낭족들의 절대다수(絶對多數)는 서양인들이다. 동양인은 대부분 일본인들, 그들은 비사교적(非社交的) 속성(俗性)을 지니므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런데 멋진 동양인 젊은이 하나가 눈에 뛴다. 한국인임을 직감(直感)한다. 동족(同族)이니까. 말 친구가 하나 더 생겼다. 재숙이도 신이 났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친구가 내 맘에 드는 것은 한 달간의 배낭여행 경비를 자신이 직접 1년 이상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았다는 점이다. 영어 실력 테스트도 하고 견문(見聞)도 넓혀 보겠다는 건전(健全)하고 성실한 젊은이였다.

 

버스는 7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금방 어둠이 밀려온다. 한 참을 달렸을까 싶더니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하여 간식(間食)을 한다. 그리고 잠시후 송구영신(送舊迎新), HAPPY NEW YEAR!!! 여기저기서 손뼉과 환호(歡呼)가 어우러져 서로 새해의 행운을 빌어 준다. 색다른 체험이었다. (92년의 년말도 대만 타이페이 YOUTH HOSTEL에서 보냄) 버스가 달리는 동안 어느새 피곤한 재숙이는 머리를 살포시 내 어깨에 기댄 채 꿈나라로 가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장수할 타입이야...

(여행 친구들 이름은 편의상 가명 사용)

 

▶감사합니다.        <태국편 계속>        - 장 정 대 -       

 

▶E-mail to: jackchang7@yahoo.com    ◎All rights reserved.

   

◆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오늘이라도 출발할 수 있지만 남과 함께 떠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D.H. 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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