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시 한편]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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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sookyung] 쪽지 캡슐

2000-09-27 ㅣ No.1348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제가부터 저는......

행복이 TV 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울에 통해서 보이는 제 눈동자에서도 행복이 보인답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 일들만 생길 수가 있는지...

 

그렇게도 늦게 오던 버스도 어느새 내 앞에 와......

어서 집에 가 전화를 기다리라는 듯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 보고 느끼라는 듯

감미로운 사랑 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읽어보고 따라 하라는 듯

좋은 소설이나 시집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얼마 안있으면 그의 생일이 찾아옵니다.

그의 생일날 무슨 선물을 건네줄까 고민하는 내 모습이 참 예뻐 보입니다.

 

언제나 나를 떠올릴 수 있게

메모와 지갑을 겸할 수 있는 다이어리 수첩을 사줘볼까? 하며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도 행복하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을 때

문득문득 불안해지고는 합니다.

 

사랑하면 안되는데......

또 그렇게 되면 안되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 와 어쩔 수 없이 일찍 들어간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

전화기만 만지작 만지작 쳐다보고 있으면 안되는데

 

감미로운 사랑 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게 되면 안되는데

 

읽을 만한거라고는 선물 받았던 책

밤새도록 뒤적이며 울고 또 울게 되면 안되는데......

 

입을 맞추고 싶다가도 손만 잡고 말아 버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일 선물 하나 고르는데 몇 날을 고민하는 이번에 또 잘못되더라도

기억 속에 안 남을 선물을 노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병헌이 낭송한 시라고 합니다.

  아침에 친구가 읽어보라고 해서 읽었는데 가슴이 아프더군요

  이병헌 낭송 Tape을 구해 들으시면 정말 좋으실 거에요

  이 글 읽으시면서 옆구리 허전해 마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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