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17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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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7-29 ㅣ No.1887

연중 제17주일(다해. 2001. 7. 29)

                                                  제1독서 : 창세 18, 20 ∼ 32

                                                  제2독서 : 골로 2, 12 ∼ 14

                                                  복   음 : 루가 11, 1 ∼ 1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낮도 덥고, 밤도 덥고 정말 덥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고, 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 더위 때문에 잠을 설치기에 더욱 피곤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제가 사제 서품을 받고 인사를 드리려고 원로 신부님을 찾아 뵌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과 담소를 나누고 일어서기에 앞서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을 부탁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 "사제는 언제나 기도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사제 생활의 힘은 바로 기도하는 것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어렵고, 힘들고, 유혹이 다가오더라도 기도하는 것은 잊어서는 안됩니다.  언제나 기도하십시오.  기도가 사제 생활을 지켜 줄 것입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 말씀을 듣고 그냥 좋은 말씀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사제생활을 일년 이년 하면서 점점 그 때 그 신부님의 말씀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는 사제뿐 아니라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꼭 해야하는 것입니다.  신앙을 가지고 있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를 구분하는 기준의 하나가 바로 기도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어떤 이가 기도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 대답하시겠습니까?  우리가 배운 교리에서는 "기도란?  하느님과 나와의 대화(對話)"라고 하였습니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것입니다.  대화란?  "마주 대하여 이야기함, 또는 그 이야기"라고 국어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대화한다는 것은 어느 한쪽의 말을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의견을 나누어야 하는 것입니다.  서로가 존중되고 서로를 받아들일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 대화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도를 바치면서 하느님과 대화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나의 이야기, 나의 소원을 줄줄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보다는 그냥 기도를 끝내버립니다.  결국 우리는 하느님과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청을 들어 기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매일 매일 우리가 외우고 있고, 모임의 시작을 장식하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아주 쉬워 보이고 항상 바치는 기도라 그냥 넘어가기 쉬운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나라가 오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은 감히 드리기 어려운 기도입니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아버지의 뜻을 물으며, 삶 속에서 그 뜻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은 바치기 어려운 기도입니다.  날마다 양식을 쓰레기로 버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용할 양식'을 달라는 기도를 바치는 것만큼 우스운 일은 없을 것이며, '용서'를 진지하게 고려해보지 않는 다면 또한 이 기도를 드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느님의 진실한 자녀 됨을 포기하도록 하는 모든 유혹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헛된 기도에 그치기 쉬운 기도가 바로 주님의 기도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뒤죽박죽 되고,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르는 지경에 있다고 해서 기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기도는 무엇보다는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신뢰입니다.  동시에 기도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우리의 철저한 응답입니다.  부족한 우리의 기도에 대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으로 들어주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을 막기 위해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는 아브라함의 청을 몇 번이고 들어주시듯이 말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께 드리는 많은 우리의 기도 속에서 우리 개개인은 무엇을 구하고 있습니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기 보다는 욕심을 채우는 데 급급한 것은 아니었습니까?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어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진정 간절히 원하고 꼭 필요한 것이라면 하느님께서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기도를 듣고 계신 하느님은 좋은 것을 우리에게 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 주간 우리의 기도가 우리의 욕심을 버리고 모두를 위한 기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이웃을 위해 하루에 한번 기도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기도란 엄격한 의미에서 내가 하느님께 바라는 것을 말씀드리는 순간이라기보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바라고 계시는지를 묻는 순간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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