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오빠'라고 불러 줄 그 누가 없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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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리 [uree] 쪽지 캡슐

2001-09-16 ㅣ No.2847

 

하느님,

  왜 가장 좋은 나이쯤에 세월을 붙잡아 매 주지 않습니까?

  어느 새 제 몸이 이렇게 낡아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

  저는 요즈음 큰 착각을 한답니다.

  나이가 이제 겨우 30대쯤으로 생각이 들거든요.

  왜 그럴까요?

  알겠더라구요.

  만나는 사람 거의 모두가

  그런 ’또래’들이거든요.

  성당에 가도 그런 또래.

  학교(연세대학교)에 가도 그런 또래.

  기업체 강의장에 가도 그런 또래.

  아니,

  그것보다 컴퓨터에 앉아 누구와 맞닥뜨릴 때

  그런 또래들을 더 많이 만납니다.  

  나이가 모두 ’저’와 비슷한 겁니다.

  아니,

  내가 도리어 저들보다 더 젊은 걸로도 착각을 합니다.

 

하느님.

  제 몸을 낡게 하셨어도

  제 마음을 낡게 하시지는 않으셨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이 아침에도

  이렇게 컴퓨터 자판을 두들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제 또래 젊은이들이 저를 대할 꺼거든요.

  그 중에는 어느 미모의 제 또래 여성도 있을 거구요.

 

 

하느님. 다음 주에는

  제가 아무래도

  토요 특전 미사를 보아 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날(일요일) 아침

  일찌감치 또 또래들과 함께 어디를 가거든요.

  어디를 가느냐구요? 파일을 옆에 첨부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천주교 신자인 제가 이런 델 가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사찰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이런 델 죄의식 없이 다녔어요.

  -’가르치는’ 직업상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

  저에게

  저처럼 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 주십시오.

  특히, 우리 성당의 젊은이들도

  제가 그 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

  몰랐던 좋은 사람들까지

  많이 만나게 해 주십시오.

  ’회장님’이나 ’교수님’이 아닌 ’오빠’라고 불러 줄 사람들도 많이많이 만나게 해 주십시오.

  그래서 그 젊은 또래 속에 제가 꼭 박혀 있게

  그리고, 몸이 낡아 있음을 아예 잃어 버리게 - - -

  아마,

  앞으로도 거 멋진 이 세상의 든든한 <오빠>가

  될 것도 같습니다.

 

하느님.

  이것은 기도는 아니지만,

  제가 앞으로도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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