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지문 없는 엄마의 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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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없는 엄마의 손
딸은 스타킹을 들고 다짜고짜 엄마를 다그쳤습니다. 딸은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엄마 앞에
스타킹 뭉치를 팽개쳤습니다. "엄마, 다시는 내 스타킹에 손대지 마. 이제부터 내가 빨 테니까" 엄마는 그 억지투정을 말없이 받어 넘겼지만 그 후론 딸의 스타킹에 정말 손도 대지 않으셨습니다. 그해 여름 방학이 되어 딸이 집에서 빈둥대고 있을 때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네? 우리 엄마 지문이 다 닳았다구요?" 엄마의 주민등록증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문이 닳아서 지장을 찍을 수 없으니 제발 며칠만이라도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딸은 잠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왜 스타킹을 못쓰게 만들 정도로 거칠어진 엄마의 손을 단 한번도 잡아드리지 못했을까 딸은 밭으로 엄마를 찾아갔습니다. 그늘 한점 없는 뙤약볕, 기역자로 굽은 등.. 평생을 그렇게 논 매고 밭 매며 억새풀처럼, 질경이처럼 살아 온 엄마였습니다. 딸은 말없이 다가가 엄마를 끌어안았습니다. "엄마.. 흑흑흑" "어이구, 우리 막내가 웬일로 밭엘 다 오고"
-직산읍 교회 홈페이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