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성소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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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999-04-25 ㅣ No.620

  성소주일 강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시간에 "신록예찬"이란 수필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들과 산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적은 글 이였습니다.

 

 요즘 우리 성당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꽃들이  고운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연산홍, 벚꽃, 철쭉, 미쳐 제가 이름을 모르는 꽃들이 저마다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어떤  자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굳이 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되겠다." 굳이 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말 우리 성당의 요즘 모습은 화사하고, 아름답습니다.

 

 서울 교구에 200여  본당이 있지만, 우리  성당처럼 이렇게  소박하고, 화사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성당도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아름다운 봄, 문득 시편 23편이 생각납니다.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파란 풀밭에 이 몸 뉘어주시고

     고이 쉬라 물 터로 주 나를 이끌어 주네

 

     내 영혼 싱싱하게 생기 돋아나고.

     주님 영광 위하여 지름길 인도하시네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를 간다해도

     주님 함께 계시면 무서울 것이 없도다.

 

     내 원수 보는 앞에서 상을 차려 주시고

     주께서 내 머리에 향 기름 발라 주시네

 

     한평생 은총이 이 몸 따르리니

     오래오래 주님 궁 그 안에 살으오리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는 양이 드나드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거쳐서 들어오면 안전할 뿐더러 마음대로 드나들며 좋은 풀을 먹을 수 있다.  도둑은 다만 양을 훔쳐다가 죽여서  없애려고 오지만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께서는 바로  우리들의 목자이시고, 우리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고,  우리들을 원수들에게서 보호해 주십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목자이신 예수님의 음성을 우리가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음성을 알아듣는 방법은 몇 몇 가지가 있습니다. 오늘 제 1독서에서 들었던 것처럼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를 용서받은  후, 성령을  선물로 받는  것입니다."

 

 또한 오늘 제 2독서에서 들었던 것처럼 비록 죽음의 골짜기를 간다 해도 나를 지켜 주시는 주님을  믿으면서 "선을 행하다가 고통을 당하면서도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고난을 받으심으로써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라고 본보기를 남겨 주셨습니다."

 

 저의 선배 한 분이 처음 본당신부가 되어서 미사에 참례한 교우 분들께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이 바라는 본당신부는 어떤 모습 이였으면 좋겠습니까?  저는 여러분이 원하는 본당신부를 사제관 벽에 부치고 하루에 3번씩 읽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종이와 연필을 주면서 적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본당 교우들이 바라는 본당신부의 모습은 이런 것들 이였습니다.

 

     "모든 미사 30분전에 고백성사를 주시는 신부님

     고백소에서 큰 소리 치지 않는 신부님

     강론을 성의 있게 준비하는 신부님

     미사를 봉헌할 때 정성을 다하는 신부님

     미사 후 성당 입구에서 인사를 나누는 신부님

 

     성당, 성모상 앞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신부님

     어린이 미사 중에 야단치지 않는 신부님

     미사 전에 면도하는 신부님

     강론 내용이 중복되지 않는 신부님

     예비자 교리를 직접 하는 신부님

     장례미사에 최선을 다하고  상가를 꼭 방문하는,  장지까지 함께하는

     신부님

 

     특정 단체나 인물만 선호하지 않는 신부님

     사제관 수녀원 보다는 성당 비품을 우선 살피는 신부님

     외출 시 정장을 하는 신부님

     면담을 즐거워 하는 신부님

     전화도 기쁘게 받는 신부님

 

     휴일,휴가를 모르는 신부님

     불우 이웃을 자주 방문하는 신부님

     승용차에 여교우를 합승시키지 않는 신부님

     성당 청소를 앞장서서 하시는 신부님

     누구에게나 반말을 하지 않는 신부님

     노인을 잘 모시는 신부님

 

 저 자신 이것들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 못하기에 한편 부끄럽고, 특히 성소주일을 맞이해서 주님의  뒤를 따른다는 저의 모습이 죄스럽습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은 성소주일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최선을 다해 응답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 부르심을 모른척하고 나 혼자 딴 짓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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