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종말(?)의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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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수 [sunshine] 쪽지 캡슐

1999-04-30 ㅣ No.630

드디어 종말의 날이 왔습니다...

 

 99년 9월도 아닌 4월 30일에 흑흑....

회개하시오 회개하시오. 지난날 저지른 음탐한 생각과 탐욕들....

 무슨말이냐고요..

그건 바로 우리회사가 강남시대를 정리하고 영등포 문래동으로 이사갑니다.

 오늘 짐 정리하고 내일 노동절에 확실히 간답니다.

그런데 노동절은 쉬는 날이 아닌가. 우리는 노가다를 확실히.

아마도 연휴를 반납하고 5월 2일까지 이 몸을 불살릴것 같군요..

불쌍한 중생이라고는 쯧쯧....

 

저의 4년간의 강남생활은 많은 경험을 겪었다.

 

바쁜 직장생활들 - 강남타워 건설, 그리고 근 연속으로 한달동안 집에 못들어가고 밤을 세워가며 수립했던 사업계획 작업들, 그와중에서도 모성당에서의 출애굽봉사,

 

우리 강북과의 전혀 다른 생활정서들,

환한 낮, 숨막히 같은 오피스 숲속 - 12시간이상 1평 남짓한 책상 공간에서 꼼짝않고 묵묵히 일하는 불쌍한 셀러리맨들,

한편으로는 휘향찬란한 네온사인과 역겨울 정도로 화장냄새를 여인들 사이에서 휩싸여 술에 취한 광란(?)의 밤들,

 

이 극단적인 생활 공간에서 아무 의식없이 남들이 그러니까, 나도 그런다는 의식 없이 집단적이고 몰개성적인 의식에 살아가고 있지 않았는지를

 

아무튼 많은 기억을 고이고이 접어 이 파란만장한 강남땅에 모두 버리고 새로운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서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하느님 보시기 좋았다" 하신 것처럼  

사랑의 침묵시간을 가져 볼까 합니다..

 

처음과 같이 항상 영원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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