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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균 [zoster] 쪽지 캡슐

2008-03-14 ㅣ No.6399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어렸을 적에 저는 의과대학을 가고자 마음속에 소망을 품어 왔고, 고되고 긴 의과대학 생활과 수련과정을 마치고 의사가 되어서는 나름대로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사로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환자들로부터 상처받기도 하고, 낮은 의료수가와 양심적인 소신진료를 하기 힘든 의료현실로부터 많은 실망을 하기도 하면서, 처음에 마음속에 품었던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소망’은 작아지거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또한 소망의 내용도 많이 바뀌어 갔습니다.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돈을 많이 버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어 버렸고, 상냥하고 설명을 자상하게 해주는 의사가 되기보다는 빨리 더 많은 환자를 봐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으며, 힘만 들고 돈이 안 되는 진료 보다는 피부미용이나 미용성형 등과 같이 돈이 되는 진료를 찾기도 하고, 그에 따라 환자도 고르고, 질병도 고르고, 처치도 골라야 하는 의사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상하게도 환자를 보는데 기쁨이 없어지고 의사가 되어서 처음 환자를 볼 때 가졌던 설레임도 점차 없어져 갑니다. 점점 기계처럼 환자를 보고, 환자의 아픔을 헤아리기 보다는 돈을 먼저 계산하고, 돈 되는 진료를 하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고, 저를 이렇게 변하게끔 하는 세상을 원망하게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매일매일 환자를 보는 이일이 직업이 아니고 봉사활동이었다면 좀 달라졌을 것입니다. 누구나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흐뭇해진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남에게 봉사를 한다는 것은 바로 그렇습니다. 주는 것 보다는 받는 것이 더 많은 법이지요. 제가 매일매일 하는 이 일이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해야 하는 직업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하는 봉사라면 저는 이일을 통하여 사랑이 주는 기쁨과 나눔이 주는 행복 속에 살 것입니다.


이제는 제가 하는 직업의 의미가 노동이나 스트레스이기 보다는 봉사이고자 합니다. 저의 일을 통하여 만나는 사람들에게 저의 이익을 구하기보다는 그분들에게 하는 봉사이고자 합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부르시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도록 제가 일생동안 봉사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봉사하는데 환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화를 낼 필요도 없으며 일이 좀 힘들다고 짜증을 낼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도 저에게 건강을 허락하시어 직장에 출근하여 아픈 분들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하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를 부르시어 저를 통하여 이루려고 하시는 모든 일들을 제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그리하여 저와 제가 만나는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평화와 사랑을 주소서.


오늘도 저를 찾아오신 분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부족한 제가 저를 찾아온 분들께 진심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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