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내가 만난 예수 -막달라여자 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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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2000-07-02 ㅣ No.3481

요즘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고 있습니다.

6월은 조금 여유로운  달이었습니다.

오래 전 부터 제목을 들어왔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예수님을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졌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어서 게시판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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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예수   - 막달라 여자 -

 

 내고향 막달라는 갈릴래아 호수 서쪽에 있습니다. 푸르고 아름다운 호수가 바라다 보이고 뒤편으로는 비옥한 땅이 펼쳐져 있는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막달라라는 이름은  ’물고기의 탑’ 이라는 뜻입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고기잡이를 해 그것을 소금에 절여, 멀리는 요빠까지 가지고 나가 장사를 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모양입니다. 헤로데 안티파스가 티베리아를 세우기 전까지는 막달라가 서부에서는 가장 큰 도시였습니다. 막달라에는 버젓한 경기장도 있어서 단지 가난한 어촌이 아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막달라는 시대에 발맞춰 나아가는 도시입니다. 희랍식 생활방식과 여가생활에도 익숙해 있습니다. 그리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개방된 국제 도시입니다.

 

 호숫가 도시들은 모두 번화합니다.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여행자, 세리들, 로마 병사들, 연예인들, 밀수자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로 거리는 항상 북적거립니다. 온갖 계층의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이지요. 갈릴래아는 삼면이 다른 나라와 인접하고 있어서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이방인들의 갈릴래아인 셈이지요. 모든 거래나 왕래가 갈릴래아를 거치게 되어 있으므로 향락산업 또한 발달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만큼 물론 편의 시설도 필요하지요. 그래서 막달라는 마치 도주범들의 놀이터로 변했고 온갖 사람들을 요령있게 다루는 데 능숙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일부는 나를 찾아옵니다. 나는 이 지역에서 밤의  여인, 환락가의 여왕, 창녀로 알려져 있으며, 로마 병사들에게 휴식과 여가를 확실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전에는 손님들을 위해 접대부들을 고용하던 대로변에 있는 여관에서 일했지만 곧 개인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능숙한 솜씨에 매료당한 단골 손님들이 꽤 많지만 아무도 나의 이웃이 되기를 원한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나를 남자라면 아무나 유혹하는 인간 쓰레기로 여겨 경멸합니다. 인생에 대한 실망으로 지쳐버린 마을의 중년 부인들은 가끔 길거리에서 나를 만나면 못 볼 것을  본 양 피해 가며 욕지거리를 해댑니다. 아마 그들이 경멸하는 것은 은근한 부러움의 한 형태이거나 본능적인 방어의 수단일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들은 자신들의 신세가 밤마다 불편하고 서툰 일의 반복을 견딜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나는 밤마다 색다른 희열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글쎄요. 나는 단지 내 자신이 그들을 판단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만은 알고 있습니다.

 

 나의 고객들은 예의 바른 사람들부터 변태스런 사람들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유치하고 귀여운 어린 병사는 언젠가는 자신의 성생활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를 안고 경험 많은 여인의 음담패설을 들으러 오고, 비린내를 풍기는 목청 큰 생선장수는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오고, 신심깊은 아내에세 숭배받는 한심하고 수줍은 사제는 자신의 성스러운 부분을 더럽혀 달라고 내게 상당한 돈을 쥐어주고, 장날에 도시로 나온 목동들은 자신들의 단순하고 지루한 생활을 견디기 위한 색다른 기억을 만들기 위해 찾아옵니다. 손님들 중에는 색정적인 사람과 추잡한 사람, 질이 나쁜 사람과 우울한 사람, 일시적인 즐거움을 탐하기 위해 찾아오는 멀쩡한 사람들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나는 그들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한 적도 없고, 나의 사랑을 준 적도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관계의 한계를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요.

 

 직업상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해 아는 것과 내 본심, 내 마음의 상처 또는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들을 절대로 말하지 않습니다. 마친가지로 고객들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내게 하는  질문들 (왜 이런 일을 하는가? 결혼할 생각은 해 보지 않았나?) 등도 사실은 일을 시작하기 전이나 끝낸 후 어색한 시간을 메우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웃고, 신음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떨기도 합니다. 그것은 밤마다 의식처럼 행해지는 무언극입니다. 고개들을 만족시켜 보내는 일에 관한 한 나는 완벽합니다. 모든 남자에게 나는 모든 것이 되어줍니다. 그리고 그야말로 황홀한 만족감을 안고 돌아가도록 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부인에게 발각되었을 때 가장 먼저 주장하는 말이

"하지만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었어." 라는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은 옳은 말입니다.

 

 창녀라는 직업은 자신의 존엄성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내가 그렇게 자신의 존엄성에 관심이 있다면 왜 애초에 창녀가 되었느냐고 반문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는 자기만의 존엄성과 가치가 있다고 믿고 싶은 절실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대사제이든, 창녀이든, 바리사이파이든, 세리이든, 우리는 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어리석은 가면들 뒤에 자기만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끈질긴 믿음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오직 한 남자만 내 안에 숨겨진 이 갈망의 실체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는 갈릴래아 사람, 나자렛 예수입니다.

 

 그가 늦은 오후에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정원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는 재스민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내 뒤에서 정원이 매우 아름답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얼핏 돌아보자 그 낯선 사람은 자신은 정원을  가꾸는 솜씨가 별로 없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싱거운 사람도 다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개룹나무를 관심있게 바라보더니 다가가 열매를 조심스럽게 만졌습니다. 그는 몹시 혀기져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그가 나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손님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이 시작되는 해질 무렵에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누구이며 왜 나를 찾아왔는지를 밝혔습니다. 나는 그를 경계하면서도 그 용기와 단순함과 솔직함에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문 주위에 아치형으로 장식되어 있는 장미꽃을 초조하듯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 사람이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나자렛 예수였습니다. 논쟁에 능숙한 잘난 갈릴래아 사람이라는 소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나를 찾아왔다는 소문이 나면 에언자로서의 그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조용한 웃음을 띠고 자신을 문밖에 계속 세워둘 작정이냐고 물을 뿐이었습니다.

 

 별 도리가 있겠습니까? 나를 제 발로 찾아온 그를 집안으로 안내할 수 밖에.

 

 집안은 어두웠지만 시원했습니다. 그는 창문 밑에 놓여 있는 낮은 안락의자 -나의 허망한 기억들이 담겨 있는 - 에 앉았습니다. 내가 그에게 석류쥬스나 포도주 중에서 무얼 마시겠느냐고 하자 그는 단서라도 찾듯 방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습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잔과 방금 구운 빵, 그리고 포도주를 담은 작은 술병과 물주전자를 내 놓았습니다.

 

 그것들을 예수 앞에 차려놓자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잔을 하나 더 가져온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요?"

 "예언자들은 나 같은 사람과는 함께 먹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잔을 하나 더 가져 오시오. 나는 혼자 먹는 것이 싫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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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내일은 감자를 400개 튀겨야 합니다.

이제 자야지요.

2편은 내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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