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오동도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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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2-10-04 ㅣ No.9395

 

어른이 읽는 동화라는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뭔가 보물이 가득 실려 있을거 같은 생각에 한껏 부풀어서는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이 지은 책이었기에...

역시 함께 보고 싶은 이쁜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원문을 다 타이핑 하기엔 불량도 불량일니와 내 성격이 느긋하지 못해서 그냥 줄거리만을 옮깁니다.

 

  소년은 섬에서 아버지처럼 고기나 잡으며 평생을 살기가 실었다

그래서 섬을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오던 터 였다

그런데 소년에겐 섬을 떠날수 없는 이유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어느 한 소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년은 소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같이 섬을 떠나 육지에 나가서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잘 살아 보자고 고백을 했다

고백을 들은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또 한해를 그냥 보낸 소년은 봄이 되어서 다시 소녀에게 섬을 떠나자고 말했으나 소녀는 이번에도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좋아 이젠 나 혼자라도 떠날거야."

소년은 굳게 입술를 다물고 육지를 바라 보았다

 "이제 널 찾는 일은 다시는 없을 거야. 이제 마지막이야 . 잘있어"

 그 말 때문이었을까. 소녀는 한동안 말끄러미 소년을 쳐다보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야?"

소녀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꼭 약속할 수 있지? 말해봐!"

 "응"

소년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한참 동안 멍하니 바위처럼 서 있다가 와락 소녀를 껴안았다.

 소년은 보름달이 뜬 날 새벽에 떠날 것을 약속하고 조각배 한척을 준비했다.

마음은 급했으나 아버지와 형들이 눈치채지 않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휘영청 보름달이 뜬 새벽은 곳 찾아왔다. 소년은 식구들 모르게 살며시 일어나 바닷가로 나갔다. 바닷가엔 희붐하게 날이 밝아오고 있었고, 샛별이 막 스러지기 직전이었다.

 약속대로 소녀는 바닷가 해송 앞에 살며시 나와 있었다. 소년은 반가운 마음으로 얼른 소녀한테 달려갔다. 그러자 소녀는 함게 떠날 수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어젯밤에 엄마가 쓰러지셔서,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

 소년은 온뭄에 힘이 쭉 바졌다. 더 이상 소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를 동생한테 맡기고 갈 수는 없어. 엄마 때문에 지금은 같이 갈 수가 없지만, 나중에 돌아오면 그때는 같이 떠나

내 꼭 기다리께."

 소년은 잠시 섬을 떠나지 말아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떠나지 못하면 영영 떠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래 꼭 돌아올게. 그땐 내가 결혼하자고 해도 다른 말 하면 안 돼. 알았지?"

 "그래 약속할께 너무 오래 있지는 말고 빨리 돌아와 돌아올 땐 동백 열매를 좀 구해가지고 와 그걸로 기름을 짜서 머리 단장을 예쁘게 할 거야."

그렇게 소년은 섬을 떠났고 소녀는 섬에 남아 소년을 기다렸다

섬을 떠난 소년은 3년 동안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 돌아갈 작정으로 참으로 부지런하게 일했다

 3년은 사흘처럼 흘러 지나갔다

그러나 소년은 막상 섬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온몸에 자꾸 반점이 생겨 이상하다 했더니 그것은 문둥병이었다.

소년은 동네에서 쫒겨나 이리저리 산야를 헤메게 되었다. 같은 문둥이들끼리 모여 밥을 얻어먹어 목숨은 부지했으나 하루하루가 죽은 목숨이었다

 소년은 괴로웠다. 밤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아도 아름답지 않았다. 고향 섬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소녀를 생각하면 가슴은 찢어질 듯 아플 뿐이었다. 뒤늦게 고향을 떠난 사실을 후회해 보아도 이미 아무 소용도 없었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 지나갔다. 그는 청년이 아니라 이미 중년의 사내가 되어 있었다

 그런 어느 해 봄, 소년은 양지쪽 산기슭에 피어난 할미꽃을 보고 있다가 어쩌면 자기가 이대로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봄은 찾아 왔건만 어쩌면 그대로 벼랑에 몸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그런 생각이 들면 들수록 섬에 두고 온 소녀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섬에 한번 찾아가자. 죽더라도 고향 앞바다에 빠져 죽자.

 소년은 몇날 며칠 그런 생각을 하다가 동백 열매를 몇 개 구해 호주머니에 깊숙이 찔러넣고 떠나온 고향 섬으로 발길을 옳겼다

 소년은 급히 소녀의 집부터 먼저 찾아가보았다. 한참 대문 앞을 서성거리자 소녀와 닮은 한 여인이 문을 밀치고 고개를 내밀었다. 바로 소녀의 동생이었다.

 소년이 소녀의 안부를 물었다. 꼭 전해줄게 있다면서 시집가서 어디에 사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소녀의 동생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소년을 쳐다 보았다.

 "누구신데, 언니를 찾으세요? 언니는 시집도 안가고 누굴 기다리다가 죽은 지 오래됐어요."

 소년은 놀라 손에 들고 있던 동백 열매를 땅에 떨어뜨릴 뻔했다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소년으로써는 너무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소년은 그 길로 바로 소녀의 무덤을 찾아갔다. 소녀의 무덤은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소녀의 무덤에 얼굴을 파묻고 오랜 세월 동안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울었을까. 언제 밤이 찾아온 것일까. 소년이 얼굴을 들자 수평선 위로 둥그렇게 보름달이 떠올라 있었다. 보름달이 흡사 소년을 기다리던 소녀의 얼굴만 같아서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다음날, 소년은 소녀의 무덤 주위에 동백 열매를 심었다. 바다에 몸을 던져 죽으려던 마음을 고쳐먹고 소녀의 무덤 옆에 움막 하나를 지어 그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마다 봄이 되면 동백 열매를 심었다.

 세월은 여전히 빠르게 흘러 지나갔다. 언제 그렇게 수많은 세월이 흘렀는지 봄이 되면 섬은 온통 붉은 동백꽃으로 뒤덮였다.

그 섬이 바로 동백섬 오동도인 줄을 아는 사람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정호승님의 모닥불(어른을 위한 동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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