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성당 게시판

The shelter

인쇄

조아영 [gemini] 쪽지 캡슐

2000-07-04 ㅣ No.2783

어제 밤에 써둔 글입니다.

밤에 통신을 할 수 없어서 그냥 다른 곳에 잠시 적어 두었던...

 

안녕하세요.

지금은 새벽 1시...공부가 하기 싫어서 잠시 짬을 내서 이 글을 씁니다.

오늘 여러 가지로 지쳐있었습니다.

공부도 하기 싫고 시험도 그리 잘 보지 못했고...

거기다 몸이 좀 안 좋아서 독서실에서 일찍 집에 왔습니다.

독서실에서 안 되는 공부, 집에서 될 리가 만무하죠.

그러다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온 곳을 다 뒤졌습니다.

"그것만 찾으면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심정으로요...

그건 주일학교 친구들과 함께 한 가.청.캠(카톨릭 청소년 캠프)때 찍은 사진입니다.

그냥 그저...보고 싶은 얼굴들을 봐야만 했고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려보고 싶었습니다.

겨우 기억을 되살려 찾은 단 7장의 사진을 손에 쥐고 전 회심의 미소를 떠올렸습니다.

우스운 일이지만 찾고 나서 잃어버렸던 추억을 찾은 듯한 어떤 안도감에서인지

저는 한동안 집중해서 내일 보는 세 과목의 시험공부 중에 하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쉬는 틈에 침대에 앉아 제 앞의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바라보다

무심코 그 속에서 한 권의 책을 꺼냈습니다.

그리스도를 향한 영원한 발돋움 포도나무’지였습니다.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한번씩은 다 읽었던 글들인데 새록새록 하더군요.

 36page...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의 글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高2 김민지 도미니카 (지금은 고3입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한낱 사소함에 불구 했던 어느 한 존재가 내가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큰 존재로 다가 왔을 때, 그 존재가 무엇이든 간에 운명적 만남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3년 전, 성당이라는 한 운명적 존재가 나의 꽃이 되었다.

 

영화...... 영화 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내기도 하고,

꿈꿔오던 이상향의 모습들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나도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삶을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3년 동안 그들과의 어우러짐이 한편의 영화이고

그들과 난 영화속 주인공이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도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면

그의 모습 하나하나가 잊혀진다는 뜻일 것이다.

잊혀짐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찌 보면 슬픈 일이다.

사랑했던 것, 미워했던 것이 다 부질없는 것이 되어 버리는 걸까?

그의 흔적은 남지 않더라도 향기만은 남아 있으면...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꺼야.

 함께 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그래, "안녕"은 다시 만나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만남, 이별을 하게 된다.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을까요. 그저 이 글이 좋았습니다.

단지 1년 정도의 제 삶의 짧은 시간만을 함께 했을 뿐인데...

그러한 작은 것들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은 무엇인지...

누구의 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늦깎이 주일학생’이란 말을 들으면 겨우 오게된 주일학교에서 또다시 멀리 가지 않도록

진심으로 대해준 친구들과 선생님, 신부님, 수녀님...그런 모든 분들의 힘인지

저를 이곳으로 인도하신 하느님의 힘인지...아마 그 둘 다겠죠? ^^

이제 더 이상 ’좀 더 일찍 왔더라면...’의 후회는 않습니다.

’이제라도 온 것이 다행이야.’라고 생각합니다.

몇 주전 4시 청소년 미사에게 태후선생님(주일학교 선생님)께서 잠시 불러주신

’전화카드 한 장’...

"언제라도 힘들고 지쳐있는 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꼭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

그 짧은 노래에 코끝이 찡해지는 건 아마도 너무나 행복해서 인가 봅니다.

생각하면 힘들다가도 미소 지을 수 있는 곳,

세상 어느 곳보다도 편할 수 있는...제 마음의 집과 같은 곳,

언제라도 기댈 수 있는 작은 어깨와 포근한 가슴이 있는 곳,

그 곳은 항상 저의 곁에, 우리 곁에 있는 주일학교...

더 나가서는 하느님의 품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생각이 ’난 참 행복한 사람인가 보구나.’라는 행복감에 젖게 합니다.

오늘 하루 꼭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가족’이라는 노래 가사인데...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을 그냥 말하고 싶지만 어색하기만 하죠.

 사랑해요, 우리. 고마워요, 모두

 지금껏 날 지켜준 사랑. 행복해야 해요. 아픔 없는 곳에 영원히 함께여야 해요."

 

 



5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