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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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희 [sola1999] 쪽지 캡슐

2000-03-31 ㅣ No.2181

마음을 넓히고 깊게 해주는 말 - 미안해 "미안해"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굳었던 친구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나도 따라 웃었다. 내가 먼저 솔직하게 내 마음을 열자 친구도 마음을 열고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까맣게 잊은 채 서로의 웃는 모습을 마주보면서 다시 친구가 되었다. "미안해"라고 말한 그날 내 마음과 우정이 한 뼘쯤 자랐다. 겸손한 인격의 탑을 쌓는 말 - 고마워 어렸을 적 경험이다. 나는 동생이 준 생일선물을 풀러 보고 실망했다. 참 볼품 없는 인형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겐 별 소용이 없는 것이기도 해서 그냥 서랍에 넣어두었는데 그걸 본 동생은 풀이 죽었다. 며칠 뒤 엄마는 "그건 동생이 가장 아끼던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부끄러웠다. 그날 밤 잠든 동생을 보며 속삭였다. "고마워" 날마다 새롭고 감미로운 말 - 사랑해 "사랑해"라고 말해보자.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나에게. 하루 세 번 말해보자. 미소도 곁들여서. "사랑해"라는 말 속에는 무서운 힘이 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사랑해"라는 속삭임 속에 들어 있다. 말할수록 들을수록 힘이 솟구치는 말. 그이의 마음이, 내 마음이 자꾸만 커지고 밝아진다. 세상이 밝아진다. 사람을 사람답게 자리잡아 주는 말 - 잘했어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이가 있다면 칭찬을 아끼지 말자. 눈에 띄는 결과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면, "잘했어"라고 말해주자. "네가 자랑스러워"라고 함께 기뻐하자.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정말 '잘하는' 사람이 된다.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말 - 내가 잘못했어 살아가다 보면 가까운 사람과도 다툴 때가 있다. 다툼은 언제나 서로에게 상처를 낸다. 상처를 얻고서야 내가 조금 양보할 걸 하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아무리 빨라도 언제나 늦다. 다툼이 커지기 전에 "내가 잘못했어"하고 먼저 용서를 빌어보자. 얼핏보면 자존심을 잃는 것 같고, 자신이 속절없이 지는 것 같지만 그 한 순간만 지나면 화해와 평화의 문이 열리고,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한 사람이 이기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것 덮어 하나되게 해주는 말 - 우리는 "우리는", 신비스런 힘이 담긴 말이다. "우리는", 너와 내가 만나 하나임을 깨닫게 하는, 술 한잔 나눠 먹고 어깨동무하는, 마음껏 울고 싶고 소리치고 싶을 때 함께 있는, 홀로 환한 북극성보다 어우러져 넘실대는 은하수이고 싶은, 마주잡은 손으로 깊어지는, 너이고자 하는 나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배스런 말 - 친구여 지치고 힘겨울 때마다 가만히 불러본다. "친구여"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고, 내가 있으므로 네가 있는 존재.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영원한 나의 분신. 함께 지나온 시간들이 귀하고 정겹다. 더러는 쉬 다투고 토라졌지만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우리'가 된다. 가슴 한켠 허전할 때마다 다시 불러보는 "친구여". 봄비처럼 사람을 쑥쑥 키워주는 말 - 네 생각은 어때 "네 생각은 어때? 좀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물건을 정리하던 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씀하셨다. "그건 그 옆에 세워놓는 게 좋겠어요." 아버지는 얼른 옮겨놓고는 잠시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아버지. 당신의 그 따뜻한 시선이 저를 길렀습니다. 언제이든 온 날들을 새로워지게 하는 말 - 첫마음으로 살아가자 대학시절, 첫 크리스마스 때 '초심(初心)'이라 적은 카드를 보내주신 은사가 계셨다. 그리고 그 다음해 크리스마스 때엔 '항심(恒心)이라고 쓴 카드를 보내주셨다. "무슨 일이든 초심 곧 첫 마음을 가지고 임하고, 또 항심 곧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라"는 당부였다. 나는 지금도 이 은사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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