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미술관에서 만난 시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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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환 [theophile] 쪽지 캡슐

2000-04-08 ㅣ No.2260

수요일에 9지구 중고등부 선생님들은 과천 현대 미술관으로 봄마실을 갔읍니다. 제가

 

9지구 지도 신부인 관계로 저도 함께 갔었지요. 당대최고의 데이트코스로 꼽히는 만큼 늘

 

갈때마다 설레움을 주는 몇 안되는 장소중의 하나이지요. 근데 이번에 가면서 저는 남모를

 

기대가 있었읍니다. 그건 저번에 (늦가을의 어느날 혼자 이 곳을 찾은 적이 있었거든요)

 

갔다가 만난 멋진 시화 하나가 있었는데, 그땐 펜이 없어 적어두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이번

 

에는 꼭 담아 오리라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적어왔답니다. 그걸 여러분과 나누고

 

싶군요.... 꿈을 가지고 사는 삶의 비극과 행복이 고스란히 담긴 시를..

 

 

 

  내 목소리가

  저 물소리의 벽을 깨고 나아가

  하늘로 힘껏 솟구쳐 올라야만 한다

 

  소리로써 마침내 소리를

  이기려고

  소릿꾼은

  심산유곡 폭포수 아래에서 날마다

  목청이 핏물 어리도록

  발성을 연습하지만.

  

  열길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쉽게 그의 목소리를 덥쳐

  계곡을 가득 물소리 하나로만 채워버린다.

 

  그래도 그는 날이면 날마다

  산에 올라

  제 목로리가 물소리를 뛰어넘기를

  수없이 시도 하지만

  한번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는

  폭포는

  준엄한 스승처럼 곧추앉아

  수직의 말씀만

  내리실 뿐이다.

 

  끝내

  절망의 유복자를 안고

  하산한 그가

  발길 닿는대로 정처없이

  마을과 마을을 흘러다니면서

  소리의 승천을 이루지 못한

  제 한을

  토해냈을때

  .

  .

  .

  .

  그 핏빛 소리에 취한 사람들이

  그를 일러 참으로 하늘이 내리신

  소리꾼이라 하더라

 

 

                            ........  이 수익 "승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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